요즘 큰 아이가 자기 전에 늘 이야기 해달라고 하는데 이야깃거리가 떨어졌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린 시절 기억이나 이야기도 더 희미해져 간다. 분명 들었던 것 같은데 내용도 가물가물하고... 그래도 헨젤과 그레텔은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뚜렷하게 남아 있는 이야기 중 하나다. 문제가 되는 새엄마의 등장, 그리고 새엄마가 아이들을 버리고 오라고 한다고 진짜 산 속에 버리고 오는 무정한 아버지, 그리고 빵 조각을 땅에 떨어뜨려 가면서까지 그래도 집이라고 돌아가고 싶어하던 어린 남매의 모습은 어린 나에게도 충격이었고 슬펐다. 그러나 과자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이 과자로 만들어진 집에 대한 호기심도 느낄 수 있고,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선한 마음과 의지는 빛을 보게 되어 있다는 아름다운 메시지를 잘 전하기에 새엄마의 악행과 가난하다고 자신의 자녀를 버리는 이해할 수 없는 친부의 모습이 아이의 마음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부모가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그림체는 귀엽고 색감도 따뜻하다. 이 책의 가장 특장점은 그림이 페이퍼아트처럼 신기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과자 집의 주인인 마녀가 헨젤을 살찌워 포동포동하게 만든 후 먹으려고 하다가 실패하자 결국 배고픈 마녀가 헨젤을 바로 잡아먹으려고 한다. 아궁이에 지펴지는 불이 페이퍼아트의 뒷면에 비친다. 아이들은 그림을 보며 신기해하고 다음 장면이 어떤 그림일지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언뜻 언뜻 페이퍼 뒤로 비치는 그림이 아이들에겐 다음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추측하게 하는 장치가 되기도 하고 종이 레이저 커팅으로 만들어낸 그림은 아이들의 예술적 감각을 불러일으킨다.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텔을 긴 시간이 흘러 딸과 함께, 멋진 그림과 함께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