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이상한 수학책>을 읽은 적이 있다. 몸통은 뼈대만 있고 얼굴만 동그랗게 큰 귀여운 표지의 캐릭터가 자주 등장해서 수학을 가볍게 건드려주는 특이하고 신선한 책이었다. 우리나라 수학교양도서와 결을 좀 달리하기도 했고 다양한 내용이 많이 수록되서 있어서 재밌었는데, 이번에 후속편 <더 이상한 수학책>이 나왔다.이번 책은 오로지 미분과 적분에 관한 이야기로만 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미적분은 수학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골칫거리 중 하나로 치부되는 듯하다. 그래너인지 그냥 공식만 외워 기계적 암기에 그쳤던 것에서 벗어나 이 책은 미분과 적분의 개념을 곳곳에서 다양하게 접목시키려 노력한다. 이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말이다.1부 <순간>은 도함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각각 다른 방법으로 발견한 미분은 쉽게 말하자면 움직이는 대상의 순간적인 변화를 논하는 개념이다. 저자는 동료교사와의 대화, 소설 속 이야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함수 즉, 미분이 뭔지 와닿게 하는데, 미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극한과 관련한 예를 그림으로 재미있게 제시했다.오랜만에 보는 바이어슈트라스의 함수도 언급된다. 모든 점에서 연속이지만 미분 불가능인 이런 함수를 쉽게 생각할 수 있을까. 우리의 직관을 어긋나는 이런 함수의 발견에 많은 사람들은 희열을 느낀다. 어떤 함수의 도함수를 미분계수의 정의를 이용하지 않고 기하학적으로 표현하여 이해를 도운 건 실제 수업때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모든 함수가 기하적으로 아름답게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미분계수의 정의로 도함수를 구해야 함도 함께 알게 된다.클리피라는 가상 클립 최대화기 이야기를 통해 최적화를 다루면서 무엇을 최적화할 것이며 수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제시한 부분도 인상적이다.2부 <영원>은 적분에 관한 이야기다. 동그란 오이조각을 촘촘히 썰어 사각형에 비슷한 형태로 바꾸어 나가며 적분의 기본원리에 다가가며 중국의 '구장산술'에 있는 예를 통해 원에 내접하는 정다각형의 넓이를 통해 원의 넓이를 대략적으로 유추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우리 나라 교과서나 교양도서에도 많이 언급된 내용이다. 개인적으로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적분과 연결짓는 아이디어도 좋았고 리만과 르베그의 적분을 소개함으로써 일반인을 위한 교양도서가 대학 수학과 가까이 가는 시도도 좋았다. 이 책에는 많은 그림과 그래프가 등장한다. 그 그림과 그래프들은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적분을 표현하고 있으며 실제 실험하기가 어려워 사고실험에 의존해야하는 수학의 많은 부분에 대해 좀 더 수월하게 사고실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자가 어떻게 이러한 통통 튀는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수업 아이디어가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강의노트에 수록되어 있다. 전작인 <이상한 수학책>과 마찬가지로 참고문헌에 언급된 많은 사이트들은 (영어라는 커다란 벽에 봉착하긴 하지만) 상당히 유용하다. 참고문헌이라는 딱딱한 부분에서조차 커다란 눈알 캐릭터가 등장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학을 가볍게 느끼게 하고픈 저자의 철학이 묻어난다.이 책을 본다고 해서 미적분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미적분을 공부를 시작한 학생이 이해되지 않는 수많은 기호와 개념으로 혼란스러워하며 공식만 달달 외우고 있을 무렵 이 책을 읽으면 미적분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사 입장에서는 미적분의 도입이나 개념 설명 시 더없이 좋은 수업 아이디어를 제공받는 느낌이다. 학창 시절, 또는 학부 때 느꼈던 수학에 좌절을 느꼈지만 다시 한 번 수학을 따뜻하게 받아들이고픈 모든 사람들도 읽어봄직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