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 바이러스, 투자 버블, 가짜 뉴스 왜 퍼져나가고 언제 멈출까?
애덤 쿠차르스키 지음, 고호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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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겪으면서 이 질병의 전염 상황과 관련된 실시간 데이터에 이제 매우 익숙해져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의 SNS가 실시간 코로나 상황을 가장 빠르게 전달해주는 매개체이므로 나는 매일 10시와 오후 한시 반에 업데이트되는 SNS의 우리 지역 코로나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런 아웃브레이크(질병의 발발)는 메르스, 신종플루 등으로 익숙해져 있었지만 유독 전세계는 코로나를 아직까지는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 아웃브레이크 이면에 수학과 관련된 어떤 원리가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삶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전염을 탐구하며 어떤 질병의 특정 양상을 보이는 이유를 살펴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은행 위기, 총기 폭력, 가짜 뉴스에서 질병의 진화, 아편중독, 사회적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연관성을 드러낸다. 코로나와 같은 질병 전염의 대처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 뿐만 아니라 감염과 믿음, 행동 패턴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비정상적인 상황까지 망라하고 있다.

1장은 말라리아와 지카 바이러스에 관한 이야기다. 영국의 열대병학자 로널드 로스는 역학적 방법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관찰할 수 있는 경향을 나타낼 패턴을 찾는 대신 전파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과정을 개략적으로 정리했다. 그는 수학식을 이용해 말라리아의 전파를 나타내는 개념 모형을 간추렸고 이를 분석해서 가능한 아웃브레이크 패턴 결론을 이끌어냈다. 또한 단순히 이미 있는 데이터 안에서 패턴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앞날을 내다보면서 '만약 이렇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로스의 연구는 지카 바이러스 연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이론은 감염성 질병 연구분야에서조차 수십 년이 지나서야 그 방법이 널리 퍼졌고 상업, 정치, 공중보건, 인구학 등 다른 영역까지 확장되는데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진행중이지만 전염병 관리에 처음으로 수학 모형을 도입한 그의 업적은 늦게나마 빛을 발하고 있다.


2장은 금융 전염이란 단어와 에이즈가 등장한다. 수학자 클라우스 디츠는 감염재생산수(R)라는 수치의 윤곽을 만들었다. 이는 전형적인 감염자 한 명이 평균적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감염자 수를 나타내는데 대규모 아웃브레이크가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 알려주기 때문에 특히 유용하다.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R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뉴스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이 수치를 이용해 감염병을 관리하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맞혀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에르되시와 레니라는 수학자가 함께 만든 무작위 연결 네트워크 분석법은 성병과 같은 아웃브레이크를 분석하는데 큰 공헌을 했는데 이는 금융시스템과도 연관된다. 즉, 전염을 증폭할 수 있는 네트워크 특징은 대부분 2008년 이전 은행시스템 안에서 찾을 수 있고 이것은 리먼브라더스 파산과도 연결지어 해석할 수 있다.

3장은 사회적 전염과 관련된 이야기다. 옆 사람이 하품하면 따라 하품하게 되는데, 질병 전파 네트워크 구조에 비해 사회적 전염은 그보다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이며 복합 전염이란 용어를 대동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소개되어 있다.

4장은 폭력과 관련된 이야기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시카고 총격사건 네트워크는 폭력구제 접근법이 가능한 이유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하자면 폭력이나 총기 사건과 같은 범죄 역시 전염병처럼 관리와 통제가 가능함을 구체적으로 여러 예시와 그래프를 통해 설명한다.

5장은 더 나아가 온라인 상의 전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소셜 미디어에 의한 전파는 감염성 질병 아웃브레이크와 똑같은 양상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소셜 미디어로 얻은 막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전파 패턴을 확인하고 이를 이용해 동역학을 예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와 같은 선 전파도 있지만 가짜뉴스같은 악 전파도 존재한다. 해로운 콘텐츠와 맞서 싸우면 예방접종의 직간접적 효과와 같이 그 콘텐츠를 보지 못하게 하는 직접적 효과와 타인에게 못퍼트리게 하는 간접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파와 관련된 R의 영역에 손을 대면 아웃브레이크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6장과 7장은 해로운 소문과 같은 약한 악이 아니라 컴퓨터 바이러스와 돌연변이같은 강한 악의 전파 및 HIV 바이러스 전염에 관한 이야기다. 마지막 8장에서는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질문을 던진다. 아웃브레이크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우리가 옳을 때가 아니라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라는 마지막 문단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결국, 선 전파는 빠르게, 악 전파는 느리게 하기 위해서는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빨리 옳은 방향으로 시선을 틀어야 한다. 그러한 겸손의 과정이 수학이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갈 것이며 코로나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라고 해서 나는 사실 멋드러진 수학식과 미적분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 책에는 수학식과 미적분과 같은 복잡한 수학은 없다. 단지 수학자들이 전염을 다루기 위해 고군분투한 과정과 그들로 인해 배우는 수학적 사고가 녹아 있을 뿐이다. 결국 수학적, 논리적, 합리적 사고를 위해 수학을 배운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은 수학적 지식 없이 수학이 얼마나 위대하게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과거와 가능성을 제시했다. 더불어 세상은 연결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고리를 타고타고 가다보면 결국 다 만나게 되어 있다.(수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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