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 못했고 지금도 잘 못하는 나는 내 아이들은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부모가 아이의 영어교육 목표를 먼저 잡는게 우선이라고들 하는데, 사실은 아직 그것조차도 갈팡질팡한다. 이 책의 돼끼맘 아이들처럼 자유자재로 회화가 되는 아이로 키웠으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그러려면 어렸을 때부터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안까먹게 하기 위해 계속적인 인풋을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냥 내신, 수능 영어 점수를 따는 정도로(지금까지 우리 모두가 해왔던 방식으로) 만족하면 될까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할 2~30년 후는 영어가 필수이지 않을까, 또 다른 아이들이 잘하는 영어를 우리 아이들만 못했을 때 가지게 될 열등감같은 것은 고스란히 나의 미안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마음이 드는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최근에 아이 영어교육에 본격적으로 관심가지게 되면서 유명하다고 하는 책들을 열심히 읽었는데 엄마표 영어 관련 도서들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의 자유로운 회화, 리딩을 위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최근 읽었던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바로 DVD, TV의 적극적인 활용이라 하겠다. 돼끼맘은 내가 그동안 보아왔던 육아서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독서교육을 강조하고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기본 방향은 비슷하지만 내 주위의 많은 엄마들도 TV나 동영상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자제하고 있는 반면 이 책에서는 흘려듣기를 위해 TV 시청을 어느 정도 허용한다. 허용치가 생각보다 높아서도 놀랐고 그런 와중에 아이들과의 적절한 밀당을 통해 하루 시청시간은 허용치까지로 제한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영상을 볼 때 반드시 영어로 된 것만 시청하게 한다는 것이었다.이 책이 맘에 들었던 첫 번째 이유는 워킹맘인 내가 적절히 여유를 가지면서도 아이들의 흘려듣기를 위한 영상 시청 시간을 준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 아이들은 영상에 많이 노출되었고 한글과 영어를 번갈아가며 시청하고 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이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어 이외의 영상을 볼 수 없음과 시청 제한 시간을 두는 것으로 기본 가정을 깔아주면 될 것 같다. 무조건 TV 시청만이 능사는 아니며 영어책읽기도 병행했고 돼끼맘이 그동안 시도했다고 했던 영어화상수업 등 다양한 조합들이 시너지를 내서 아이의 능숙한 회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 영상을 통한 꾸준한 듣기가 도움이 되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두 번째 이유는 엄마가 영어를 못해도 아이가 영어를 잘 할 수 있단 희망을 주었단 점이다. 독해나 문법같은 건 노력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고 본다. 영어나 언어에 소질이 없는 나도 독해나 문법은 계속적인 문제풀이와 반복 리딩으로 일정 수준까지는 도달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듣기나 회화는 정말 안되는 것이다. 특히 영어 사교육을 받아본 적 없이 컸던 나는 영어로 된 음성의 노출을 거의 받지 못한 채로 고등학생이 되어 수능공부를 했었다. 늘 듣기에서 고전했고 지금도 그렇다. 굿모닝팝스며 EBS 월간 잡지들이며 직장인이 되고서도 한다고 했지만 늘 꾸준함이 문제였고 정복하지 못했다. 이제 아이와 함께 영어공부를 하며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도 싶다.세 번째는 영어유치원같은 큰 돈 들어가는 사교육 없이 아이들의 영어를 엄마표로 해결했다는 점이다. 영어유치원은 누구라도 보내고 싶은 커리큘럼을 갖고 있지만, 넉넉한 부자가 아니고서야 매달 들어가는 많은 돈은 선뜻 매달 보내기 힘든게 사실이다. 그리고 영어유치원에 가서도 엄마가 집에서 늘 신경써야 하는게 같다면 조금 더 엄마표에 노력을 기울여 가성비 높은 영어교육을 해주고 싶은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세 아이의 엄마표 영어를 책임진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넷플릭스로 볼 만한 영상이 부록에 추천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수많은 엄마표 영어의 성공사례 중에 하나일 뿐이며 내 아이에게 잘 맞는 방법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엄마의 욕심이 아이의 관심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아이는 영어를 멀리한다.이 책에 나와 있던 말이다. 내 욕심을 들키지 않게, 아이의 관심사를 존중하며 흥미를 일으키게 하는 것. 워킹맘이란 핑계로 그동안 신경못썼던 아이의 영어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