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쓰기 - 삶의 의미화 에세이 작법, 개정 증보판 세상 모든 글쓰기 (알에이치코리아 )
이정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한동안 수필을 참 좋아했다. 고르는 책들도 온통 에세이류였고 잘 쓴 글들을 보며 공감도 하고 위안도 많이 받았다. 독서인의 마지막 종점은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책을 읽는 삶을 살게 되면서 나도 나의 일상에 대한 글을 적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내 글을 막상 쓰려니 서두부터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함을 느꼈다. 그래서 글쓰기 강의를 듣고 싶은 마음에 연수가 있는지도 찾아보았지만 막막함이 가시진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선물처럼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수필의 기본적인 글쓰기 과정이 자세하게 드러나 있어 정통 수필을 쓰고자 하는 입문자에게 더할 나위없이 좋은 가이드북이다.



1장은 수필 입문자를 위한 기본 지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에 많은 양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수필에 대한 성격이나 본질, 종류 등을 알고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임을 의미한다. 그저 손가는대로 마음가는대로 일상의 느낌을 써내려가는 것은 단순한 일기일 뿐 문학적인 수필의 느낌은 아니다. 형식이 없는 글처럼 보이지만 치밀한 짜임을 독자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쉽게 써야 하며 함축과 절제로 그 맛을 살려야 한다. 유시민의 글쓰기특강에서도 있던 말인데 글을 읽을 때 술술 말하듯 읽힐 정도로 쉽게 쓰는 사람이 글 잘쓰는 사람이고, 그게 참 어렵다 했다.

수필의 종류에 따라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떻게 써야하는지도 설명되어 있다.



나는 그동안 산문과 수필이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수필도 산문이지만 수필은 문예적인 산문, 즉 객관적 사실의 서술 뿐만 아니라 주관적 감정(정서)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눈이 녹으면 모두들 물이 된다고 대답했지만 어떤 소년은 봄이 된다고 했다는 예문이 기억에 남는다.



2장은 좋은 수필의 여섯 가지 조건이 나와 있다.

품격있는 언어를 사용할 것,

간결하고 소박하고 평이한 문장을 사용할 것,

너무 화려한 문장은 경계할 것,

비유법ㆍ강조법ㆍ변화법 등으로 적확한 표현을 할 것,

감정을 원색적으로 드러내지 말 것,

글감을 선택하는 안목을 기를 것(소재는 특별한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 소재 속에 숨은 주제를 찾아낼 줄 아는 사람만이 그 선택된 체험을 글감으로 채택).



이런 조건을 바탕으로 3장은 어떻게 글을 쓸지 쉽고 간단하게 설명한다. 서두를 쓰는 법, 수필의 전체적 구성, 문단의 구성, 결미, 그리고 제목을 짓는 일, 퇴고까지 수필을 쓰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예문들과 함께 나와 있다.



이 책의 좋았던 점은

1. 정말 쉽게 읽힌다.

2. 다양한 수필 예문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내가 몰랐던 주옥같은 수필을 많이 알 수 있었다.

3. 작가 본인의 수필을 예로 많이 들어 더욱 믿음이 갔고, 수필들도 짧게 예시로 인용되었긴 하나 모두 좋은 느낌의 글들이었다.

4. 수필을 쓰는 전략적인 방법이나 꾸밈이 아니라 수필 자체의 본질과 성격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건 사물을 바라보는 힘, 촉인 것 같다. 그런 촉수를 가지기 위해서는 주변에 대해 애정어린 시선이 필요하다. 억지스럽게 글을 쓰기 위한 글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글 말이다. 좋은 글쓰기 길잡이 책을 만난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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