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0.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정말 오랜만에 샘터를 읽었다. 여전히 사람냄새나는 글들이 나를 반긴다. 익숙하던 샘터가 잠시 위기를 겪었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작은 종이책 속 사연들이 우리를 위로해주고 힘이 되어주기도 했는데, 샘터도 다시 샘터 속 이야기들처럼 다시 힘차게 일어서는 중인 것 같다.

"라떼는 말이야" 코너에서는 이것이 기성세대의 꽉막힌 사고를 풍자하는 말이지만 삶에서 인생선배들의 경험과 조언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하는 여러 일화들이 소개되어 있다. 특히, 어느 고3 수험생이 교우관계로 힘들었던 고1 때, 담임선생님의 경험이 깃든 따뜻한 조언으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일화, 30여 년전 형편이 좋지 않아 고교 진학을 못했던 중3 학생이 배움의 끈을 놓지말고 자격증을 취득하라는 선생님의 끊임없는 조언으로 기능장 자격증을 취득해 현재까지 정비사로 일하고 있다는 일화는, 교사는 있어도 스승은 없다는 요즘 시대에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수레 장인에게 배우는 고전 읽는 법>은 철학을 좋아하는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다. '장자'에 실린 고사를 통해 인문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전은 삶과 괴리된 것이 아니라 삶에 적용, 응용할 수 있으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혜도 결국 고전에서 온다. 고전연구가의 글은 언제나 흥미롭다.
호통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판사님의 글은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자신의 운명을 바뀌준 운명같은 친구를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그런 친구의 고마움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도 쉽지 않다. 180여 마리 유기견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어주는 아지네 마을의 이야기는 반려견을 키우는 내가 특히 공감가는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암투병중임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아이들을 보살펴주고 있는 소장님의 마음씨에 감동받았다. 샘터 이야기의 지향점이 이렇게 함께 사는 이웃들 이야기지 않나 싶다. 샘터에는 이렇게 타인의 호의나 배려를 지나치지 않고 고이 간직하여 자신의 삶을 바꿔나가거나 힘든 상황을 주변의 도움으로 이겨내거나 연대의 마음을 실천하는 우리 보통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또래, 이모, 삼촌, 엄마, 아빠의 글들을 읽을 때면 내 삶도 따뜻해지고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다시, 잉크냄새를 맡으며>를 읽으며 늘 아침마다 종이신문을 펼쳐놓고 사설, 정치, 경제,사회면 모두 꼼꼼하게 읽으시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요즘같이 클릭 몇번으로 모든 세상사를 한 번에 알 수 있는 시대에, 특유의 신문 글씨체와 냄새, 그리고 마당 현관에 정확하게 툭 하고 떨어지던 신문배달원의 정확한 감각에 감탄하던 어린 나도 기억난다. 오늘의 운세를 찾아보고 편성표로 재밌는 프로그램을 찾는 것도 모두 종이 조간신문을 통해서였다. 생명을 다한 신문은 습기를 먹는 서랍속 제습제 역할도 하고 공을 만들거나 미술작품을 만드는데 이용하기도 했다. 글을 읽으며 신문 읽던 옛날이 생각나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아름다운 이야기, 지혜로운 글들을 읽으며 다가오는 가을을 충만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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