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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평점 :
일생을 살면서 꼭 한 번은 읽어야 한다는 고전 '월든'.
바쁘고 정신없는 현대인들이 살면서 놓치고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요한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자연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이다. 귀농이 트렌드가 되어버린 요즘, 순수한 의미의 자연주의적 자급자족의 삶이 소로의 경험과 그 글을 바탕으로 펼쳐진다.
소로가 이 책에서 펼치는 이야기들은 나에게 얽힌 모든 현재의 것들을 멈추고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살아낼 용기가 나지 않는 나에게 대리만족을 준다. 월든 호숫가에서 있던 그의 시간은 혼자라서 외롭고 고독한 것이 아니라 혼자이기에 자신을 더 꽉꽉 채워낼 수 있었던 시간이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계절의 변화, 새소리, 바람의 소리, 따뜻한 햇살을 온전히 느끼며 삶을 되돌아보고 거기에 인생에의 성찰을 얻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가 생각나기도 한다. 소로는 자연과 함께한 2년의 시간 동안 그가 추구했던 외적 목표 이외에 뜻밖의 여러 가지 느낌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그가 원래 목표했던 바를 이룰 수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뜻밖의 성과를 이루어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가 애초에 목표했던 자연으로의 삶에서 그가 추구했던 목적보다 더 큰 예상외의 것들을 얻었다고 느꼈다. 우리가 늘 상상한대로,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삶이 아니라 뜻밖의 장애물을 만나고 계획이 어그러지고 그로 인해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보석같은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여행의 묘미이자 진짜 이유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소로가 느낀 그러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 시간동안 남들은 위치적으로 높아질 수도 있지만 소로는 그 시간동안 한없이 넓어진 것 같다. 자연은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넓게 해준다. 자연이 우리에게 대가 없이 주는 해, 바람, 그늘, 평온함으로부터 남의 시선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를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꿔준다.
수많은 자기계발서, 재테크 도서들의 홍수 속에서(물론, 이것들도 다 그만의 이유가 있고 필요가 있지만) 월든을 읽었던 시간은 내게도 평온함, 따뜻함과 함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경제적 이유가 아니면 행동하지 않는 철저한 물질만능 자본주의 시대의 이기주의와 빡빡함에서 벗어나 여유를 갖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한다. 미니멀라이프가 대세가 되고 심플함이 트렌드가 되는 요즘, 진짜 심플한 삶, 미니멀라이프를 만나볼 수 있다.
어쩌면 자연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로 인해 삶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해 논한 철학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하는 글귀와 명언이 많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호숫가에 보이는 거라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온갖 자연의 소리만 들리는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에 물든 내가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만 보일 것이다. 명언이 절로 튀어나올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을 통해 자신의 삶을 대하는 아름다운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 이 책이 왜 일생에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역작인지 알 것 같다. 더불어 이 책을 읽는 시점이 조금 더 빠르면 남은 인생을 더 알차고 감정적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