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나오는 철학 입문
사이토 테츠야 지음, 김선숙 옮김, 정용휴 감수 / 성안당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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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나오지 않으면 공부하지 않는 못된 습성을 지닌 나는, 반대로 시험이라는 제도 하에서는 아무리 작은 자격증이나 검정시험이라 하더라도 준비를 나름 열심히 하는 편이다. 철학은 수학의 근간이며 인문학의 큰 줄기이고 무엇보다 내가 흥미로워하는 분야인데, 이 역시 그냥 즐겁게 읽으면 읽고 나서 머릿 속에 남는 게 잘 없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하곤 했다. 그 와중에 일본 수능 시험이라 일컫는 시험의 입시 윤리 문제를 중심으로 철학 기초 전반을 풀어놓은 책이라 하니 시험 공부하듯이 세밀하게 공부할 수 있겠다 싶어 추가적인 책과 같이 보완하며 읽었다.

이 책은 서양철학 입문서다. 서양철학은 인간 중심 고대 그리스 사상과 신 중심 헤브라이즘으로 그 연원을 나누어볼 수 있는데, 이 책의 1장에서는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를 중심으로 하는 고대 그리스 사상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철학 사상은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러 금욕주의 스토아 학파와 쾌락주의 에피쿠로스 학파가 탄생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쾌락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쾌락이 아니다. 그리스도교 윤리사상은 플라톤주의를 이어받은 교부 아우구스티누스와 아리스토텔레스를 이어 받은 스콜라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를 통해 신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두 사람의 자연스레 비교되도록 서술하고 있다.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넘어오는 르네상스시기가 2장의 시작이다. 여기서는 경험론과 합리론의 큰 줄기에서 돋보이는 철학자들인 베이컨,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로크, 버클리, 흄, 칸트, 헤겔을 다룬다. 현재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는 버클리, 라이프니츠, 데카르트, 로크는 크게 다루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비교적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3장은 근대 비판철학의 주류를 이룬 철학자들인 마르크스, 니체, 퍼스, 제임스, 듀이, 하이데거, 키에르케고르, 사르트르, 비트겐슈타인의 사상들이 서술된다.

이 책은 각 소단원의 첫 페이지마다 일본 센터 시험 문제를 실어놓고 그 소단원의 끝에 해설과 답을 제시하여 내가 알고 있던 철학 수준을 가늠할 수 있고, 실제 책을 읽고 이해한 후 다시 풀어보았을 때 정확히 이해했는지 꼼꼼한 해설로 정리할 수 있다. 또한, 중간중간 도표나 그림을 통해 사상 이해가 쉽도록 구성된 것도 특징이다. 철학자의 사상을 소개할 때는 그 사상의 근간이 된 역사적 배경이나 시대 상황을 함께 서술하고 있어 이해가 쉽다. 실제 오랜만에 수능 윤리를 공부하던 느낌이 되살아났고 이왕 시험공부하듯이 하는 거,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와 병행하여 읽었더니 더 이해가 쉽고 상호보완되는 느낌이었다. 큰 줄기는 거의 비슷하고 이 책이 좀 더 상세하고 더 많은 철학자의 사상과 학파가 제시되어 있다. 마지막 북 가이드는 좀 더 깊이 있는 철학을 공부하고 싶은 독자를 위한 부록이다.

실용적이고 쓰임새 많은 응용학문도 좋지만 수학이나 철학같은 학문은 모든 학문의 뿌리가 되는 기초 학문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을 통해 서양철학의 전반을 공부한 느낌이라 매우 알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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