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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번은 논어 - 나의 첫 『논어』읽기
이강엽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0년 1월
평점 :
살면서 한번은 논어를 읽어야 하지 않을까. 그냥 막연히 생각해왔던 것이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이지성 작가의 책을 읽고 고전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는데 동양고전은 특히 접근이 쉽지 않았다. <도덕경>을 최근에 읽었는데 한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고 해석본을 읽는 것에서 더 나아가 좀 더 깊이 있는 이해를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나같은 고전 초입이 상당히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의 향기, 삶의 중심, 배움의 길, 큰사람을 찾아, 실행의 기술, 최선을 다한 후'의 6장으로 주제별로 구성되어 논어에서 공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각 주제에 맞는 구절을 끌어와 현대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1장은 사람의 향기라는 주제로, 공자에 대한 오해 아닌 오해를 풀어주고 공자의 마음 됨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절을 소개한다. 맹인 악사를 대하는 공자의 예의는 인간 대 인간으로 악사를 존중해주는 공자의 인간적 면모가 드러나고, 예술도 좋아했던 것 같다. 공자는 그 일 하나면 다른 괴로움을 단번에 날려버릴 만한 것 하나를 가지고 살라고 얘기하고 있다.
2장은 삶의 중심을 잡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임금과 신하 사이의 균형, 배움과 생각의 균형, 옛것과 새것의 균형 등 모든 일과 관계에는 서로 간의 균형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엄격한 원리주의자일 것 같은 공자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도 너그러운 면모를 보인다. 자기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에게 비추어 남을 똑같은 마음으로 대하기 쉽지 않은데, 이 두 가지인 충과 서를 같은 것으로 간주한다. 또한 여기서는 인과 예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인이 채워져도 예가 없거나 인이 없이 겉만 챙기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어렵게 생각되는 한자어를 풀어서 뜻을 설명하고 현실에도 적용시키는 본문 .해설 덕에 이해하기가 쉽다.
3장은 배움에 대한 내용이다. 내가 알게 된 사실을 나만 알고 있지 말고 남에게 베풀고, 모르는 건 자꾸 질문하며 끊임없이 정진하라는 것. 군자가 아니라도 모든 배움의 과정에 있는 사람이라면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는 내용들이다.
4장은 큰사람이란 어떤 덕목을 가져야 하는지를 주로 논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대인배'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말이고 '소인배'는 있다고 한다. 대인은 '배' 즉, 패거리를 지을 필요가 없다는 건데, 소인이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패거리를 짓고 대인은 늘 올바른 도리를 따라 움직이므로 패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공자의 대화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런 자잘한 사람들은 따져서 뭣하냐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현재의 정치인들이 논어를 읽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분들이 정치라는 대의를 펼치기 위해 꼭 한 번 깊이 되새기며 읽어봤으면 좋겠다. 특히 4장을 말이다. 말 한마디로 신뢰를 얻기도 하고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람들은 논어에서 얘기하는 '말의 어려움'을 꼭 읽어봤으면 한다.
5장 실행의 기술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불치하문의 정신과 함께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나 너무 아둔한 사람은 굳이 가르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공자의 엄격한 면모가 돋보인다. '아는 걸 안다고 하고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잘못은 라는 공자의 말에서 섣부른 실행보다 깊이 있게 아는 것의 중요성과 역량을 역설하고 있다.
6장은 정리하는 느낌이다. 일이든 공부든 뭔가에 최선을 다하고 난 후에도 지혜를 잃지 않는 마음가짐, 과유불급을 맘에 새기고, 마음은 편히. 그리고 조금 너그럽게 말이다.
부록엔 공자의 생애와 논어 특징, 공자 제자들에 대한 얘기가 나와 있다. 각 장의 말미에는 공자의 이야기가 서양의 학자들과 연결되는 순간들도 자주 등장한다. 동서양의 생각이 하나로 맞닿아 있다는 생각에 이르며 철학과 고전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낀다. 논어는 한 번도 안 볼 수는 있지만 한 번만 보기는 어려운 고전이다. 왜냐하면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는 것과 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편안한 해설과 더불어 나와 같은 논어 초임자가 읽기에 더도 없이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