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결망의 힘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서종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도시의 사회적 불평등과 분열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인프라의 확충과 공동체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는 사회학 책이다.

1장에서는 필수적이지만 가장 저평가된 사회적 인프라인 도서관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노인들, 육아하는 엄마들의 교류의 장이 되고 있는 이 곳에서는 '집합적 열광'과 사회적 응집성을 볼 수 있다. 소셜 미디어가 대세가 되는 요즘 시대에 좋아요 버튼 눌리기와 이웃 또는 팔로우, 팔로잉을 통한 교류와 대비되는 면대면 대화는 우리가 하는 가장 인간적인 활동이자,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활동이라고 말한다.

2장에서는 지역사회의 범죄율이 높은 원인과 그 해결방법을 사회학적 방법으로 모색하고 있다. 적절한 환경 구조만 주어진다면 누구든 범죄자가 될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셉테드 이론에 근거하여 논의를 펼치지만 이것이 극대화된 게이티드 커뮤니티의 경우처럼 상류층이 자기 보호를 위해 감시카메라 등을 설치하며 민주주의 약화, 사회적 분열 심화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는 깨진 유리창이 아니라 버려진 건물 전체에 주목해야 하는데 이 차이가 완전히 다른 정책을 낳는다고 말한다. 장소기반 개입이 사람기반 개입보다 범죄율 감소에 유의미한 효과를 가져오며, 젠트리피케이션이 만든 지역소매상점은 빈곤하고 취약한 사람들에게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3장은 학교의 역할을 얘기한다. 남학생 사교클럽인 플래터너티는 배타적 사회적 인프라의 전형이며 대학의 다양성을 훼손한다. 어떤 캠퍼스를 설계해야 공동체, 충성, 시민성을 촉진할 수 있는가를 얘기하면서 도서관의 중요성을 다시 언급한다.

4장은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남용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스위스 헤로인 관리구역을 예로 든다. 무조건적 금지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며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가운데 일정부분 마약을 허용하게 한다는 점에서 논쟁적이지만 사회적 인프라의 귀감이 된 사례다. 그로잉 홈 단체가 황량한 공터를 도시농장으로 만든다든지, 싱가포르의 산책로, 공원, 녹지ㆍ시설관리 등은 건강한 유대가 사회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꾸는지를 일깨운다.

5장은 미국의 2016대통령선거에서 보여진 모습을 통해 '결속적 사회자본'은 강화되지만 '교량적 사회자본'이 약화된 미국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우리가 우리와 다른 사람들 혹은 혹은 상대입장에 정기적으로 노출될 때 민주주의 정치가 더욱 잘 작동'함을 얘기한다. 집단간 경계를 허무는 공간이었던 수영장이 차별, 갈등을 야기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는 현실에서 흑인 교회나 이발소가 그들의 대항적 공론장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고, 지역 사회의 운동 경기장이 인종간 계층간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6장은 허리케인, 지진 등이 일으키는 자연재해에 맞서기 위해 역시 사회적 인프라가 중요함을 말한다. 견고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잘 연결되어 있을 때 재난을 더 잘 견디고 오래산다고 한다. 기후관련 시설을 공원, 광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사회적 인프라를 통해 배수 인프라를 개선한 싱가포르의 예가 그것이다.

혁신과 창조의 아이콘인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이 책에서 상당히 저격당한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그의 기업운영(예를 들면 사옥을 더 크게 확장하고 지역 주민은 이용 못하는, 사원들만을 위한 문화시설)이나 기부가 사회의 통합이나 공동체적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카네기가 자신이 번 돈으로 곳곳에 카네기 도서관을 건립한 것과 대비된다고 얘기하며 트럼프대통령의 국경 장벽, 이민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등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전혀 가볍지 않은 주제가 묵직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나는 도서관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십분 공감했다. 소셜 미디어의 한계도 공감한다. 우리 곧 만나자는 카톡의 한마디보단 직접 서로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것의 의미를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 단, 소셜미디어의 긍정적 가치는 분명히 있고 그걸 간과해선 안된다. 국가 장벽 문제는 좀 더 들어가서는 우리 나라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난민 문제까지 생각나게 했다. 분명한 것은 당장 중요한 나의 가치, 나의 권리, 나의 소유의식을 우리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마약성 진통제, 자연재해, 범죄, 계층간 갈등 등 사회 곳곳에 노출된 병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힘으로 부족하다.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하며 도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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