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6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유혜경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화북스의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시리즈 철학 파트의 책이다. '정치,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와 같은 저자이며 윤리 시리즈도 같은 저자이다. 정치, 철학, 윤리가 결국은 다 맞닿아 있는 것인지. 저자는 철학이 주 전공인 것 같다. 역시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아들인 아마도르에게 설명하는 친근한 형식을 취하며 전개되는 방식이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의 제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이 두 철학자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명확히 서술한다.

플라톤은 가장 고차원적이며, 정신적이고, 신성한 이데아를 지향한다. 이는 영원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의 주변, 가장 비천한 것들, 물리적인 측면의 자연, 살고 일어나고 운용하는 모든 것에 대한 관찰에 집중한다.
p70

디오게네스라는 철학자는 '키노스' 즉, 개라고 불리었는데 정말 개같이(!) 자연적인 모습 본연에 충실하게 자신을 돌보는데 집중하고 살아서 대소변도 그냥 막 아무데나 보고 항아리에서 생활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했다는데,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그에게 원하는 걸 줄 수 있으니 말하라고 했을 때, 햇볕을 쬐고 있는데 가리니까 좀 비켜달라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로마에까지 영향을 미쳐 <사물의 성에 관하여>라는 서사시로 더 유명해진 에피쿠로스의 철학,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를 활용한 세네카, 그리고 세네카의 철학을 받아들이지 못한 제자 네로황제, 노예인 에픽테토스와 아우렐리우스 황제로 대변되는 스토아학파까지 흘러가는 각각의 철학과 철학자들의 세계를 읽어내려가는 것은 흥미롭다.

어지러운 세상에 한 줄기 빛처럼 등장한 기독교 교리, 신앙과 이성의 양립을 가능하게 했던(혹은 그런 것처럼 보이게 했던) 아우구스티누스도 플라톤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 플라톤이 말한 선이 곧 하느님인 것이다. 보에티우스도 비슷한 견지를 갖고 있다.

결국 읽다보면 철학도 정치, 전쟁 상황 등에 따라 바뀐다. 모든 것이 함께 엮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읽다보면 플라톤과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후대의 많은 철학자들에게 어떤 의미로든 영향을 많이 미쳤다. 그들을 추종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회의주의와 같은 사상도 등장하긴 했지만 베이컨, 홉스 등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비판하기도 하고 플라톤 이데아적 느낌의 데카르트 관념론은 후대 스피노자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다. 결국 모든 철학과 사유의 근원은 소크라테스라는 생각이 들면서 새삼 이 고매한 철학자에 대해 존경심이 막 생겨났다. 내가 이 책과 더불어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후반부에 이르러 소개된, 불안한 개인의 실존을 끊임없이 고뇌했던 키르케고르, 신은 죽었다던 니체, 밀의 역작 <자유론>, 하이데거 등 근대 현대 철학은 다시 더 깊게 공부해 보고싶은 철학자이다. 또한, 데카르트, 러셀, 파스칼, 라이프니츠 등 수학자들은 수학자 이전에 철학자이기도 했다.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의심의 여지없이 절대적이고 반박 불가능한 수학이 철학의 입증과정에서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수학과 철학은 끊임없이 사유해야만 물음의 끝에 도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닮아 있다. 옛날 철학자들이 진정한 의미의 융합교육을 실천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철학자들의 사유의 깊이에 다시 한 번 감탄했고, 제목처럼 아무리 최대한 쉽게 설명한다해도 개개인이 오랜 고민의 끝에 도달한 생각의 결론을 간단히 습득할 수는 없음도 깨달았다.
그래서 이 책은 간단한 책이 아니다. 한줄 한줄 읽어내려가는게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철학을 깊게 공부해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윤리라는 과목에 포함되어 있지만 철학이라는 과목이 따로 중고등학생들 과목에 포함되어 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실제로 고등학교때 배운 윤리과목 내용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서 이해하는데 수월한 부분이 많았다.
청소년을 주 독자층으로 삼고 저자가 썼지만, 철학을 개괄적으로 공부해보고싶은 성인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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