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문외한이면서 미술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나는 최근에 고전이나 클래식같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미술에도 관심이 생겼다. 근무지 근처에 현대미술관이 생겨서 학생들과 같이 가보았는데, 당연히 미술에 대해 알 길이 없는 나는 학생들이 무심코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이 구조물이 뭔 의미냐고 물어보면, 글쎄 심오한 의미가 있겠지, 하며 대답은 우주 저편에 보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돌파구같은 느낌이었다. 1장의 제목 '저만 미술이 어려운가요?'는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동병상련이 느껴졌다. 음악과 달리 미술은 대중과 친해질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클래식이나 국악,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서로 콜라보하기도 하고 대중이 접할 기회가 많아졌는데도 미술은 미술관에 가서 봐야하고 전문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많은게 사실이다. 이 점을 저자는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그래서 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고 있는 첫 장이 굉장히 시원스럽게 느껴졌다. 편견없이 작품보는 법으로 뮤즈게임의 질문유형을 제시하거나 미술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책목록도 상당히 쓸모있을 것 같다. 2부는 미술과 친해지는 방법에 대한 응답이다. 언젠가 <방구석 미술관>에서 많은 미술가들의 압생트라는 술 중독에 대한 일화를 본 적이 있는데 압생트를 주제로 한(정확히는 압생트에 취한 사람) 미술들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스타벅스 로고의 주인공인 세이렌, 고디바 초콜릿에서의 명화 등 일상에 녹아있는 명화의 사례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좋아하는 작가 한 명을 정해 그의 삶을 탐구해보는 것도 미술 공부의 좋은 예라 하였다. 그래서 고흐나 수잔 등 유명화가의 삶을 조명해주기도 하고 유명한 작품인 모나리자에 얽힌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 동양의 미술을 건드려준 부분도 좋았다. 휴버트 보스가 그린 당시의 서울 풍경이나 고종황제 초상에서는 그 당시의 역사적 상황이 그대로 얼굴에 묻어나오는 것 같다. 모딜리아니의 작품처럼 얼굴이 길고 뾰족한, 의외의 작품들을 찾아보는 것도 미술을 공부하는 방법이다. 신이 난 피카소의 자화상은 그 옛날 배운 입체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 엿보인다. 이 책은 미술을 바라보는 미술 문외한들에게 미술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어 대중들의 교양을 쌓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글 자체가 딱딱하지 않고 쉽고 재밌게 쓰여져 가독성도 뛰어난데다 많은 작품들이 실려 있어서 다양한 미술작품을 책으로나마 실컷 감상할 수 있다. 생각보다 미술이 주위 곳곳에 널려있는데도 관심이 없고 잘 모르면 그것이 주는 삶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없다. 이 책 한 권 제대로 읽으면 미술작품을 제대로 보는 눈이 생길 것 같다. 미술을 즐길 줄 아는 교양인의 모습이 머지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