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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ㅣ 누구나 교양 시리즈 5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안성찬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졌었다. 믿었던 집단에 실망도 하고, 어떤 집단은 표리부동한 느낌도 받았고, 복지ㆍ교육ㆍ주거ㆍ경제ㆍ 외교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내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도 없다보니 점점 관심이 옅어지고 나와는 딴세상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되든 누가 집권하든 내 삶이 크게 바뀌겠느냐는 가장 좋지 않은 생각으로 가득찬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다가오는 총선, 또 대선, 내 표 하나를 행사하기 위해 좀더 내가 적극적으로 정치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특히, 아이 엄마가 되고 나서는 더더욱 그래졌다. 내 아이가 살아갈 곳이 좋은 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이길 바라며 멀어진 관심을 되찾기 위해 정치가 뭔지 원론적으로 알고 싶었고, 그래서 읽게된 책이다.
저자는 아들에게 정치가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책의 내용을 전개해나간다. 이 책은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라는 타이틀의 <누구나 교양>시리즈로 이 책의 저자는 '윤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성을 가진 인간은 죽음에 저항(혹은 보상, 위안)하기 위한 방편으로 영원한 공동체를 제공하는 '사회' 안에서 언어와 의사소통을 가지고 하는 놀이를 즐기는 사회적 동물이다. 이 책은 인간이 복종하는 이유와 저항하는 이유를 모두 합쳐놓은 '정치'라는 행위를 이해하기 위한 논의가 전개된다. 절대권력을 가진 지도자가 어떻게 탄생되는지, 그리고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아주 단순한 집단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이것이 그리스인들로 인해 혁명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원시 집단에시는 자연에 의해(힘에 의해), 좀더 규모가 큰 사회에서는 신학이 집단의 존재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특별한 능력에 집중하게 되고 시민공동체 폴리스를 만들어냈다.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법앞에서의 평등이란 원칙을 따르고 있고 그것은 다수에 대한 믿음을 얘기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혁명적이었다. 로마에서는 법제를 만들어냈고, 국가라는 전체에 대해 개인이 정치에 개입하며 공동체 안에서 인간이 더 인간다워지는 인권을 논의하기에 이른다.
정치가를 부패하게 만드는 정치 혐오증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또한 돈(자본)과 노동이라는, 정치와 뗄 수 없는 것들이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인구 문제나 환경 문제도 정치와 전혀 다른 차원의 논의가 아니다. 때론 자국의 이익 또는 세계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기치 아래 전쟁이 자행되기도 한다. 자유로운 민주 사회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요구하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때론 감시하고 더 협조해야한다. 이 책의 미지막에서는 세상을 저주하는 바보가 되지 말라고 말한다. 자유로운 개인들이 사회적으로 연대하는 과정에서 정치는 성숙하고 사회는 올바르게 성장한다.
정치가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역사적 과정과 올바른 정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중요한 건 결코 정치가 나와 관련되지 않은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살아가는 곳곳의 문제들은 모두 정치와 연결되어 있다. 나의 한 표와 관심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바보를 의미하는 idiot는 고대 그리스에서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에 어원이 있다고 하는데, 더 이상은 바보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때마침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를 100분 생방으로 한다고 한다. 거기 초대된 사람들이 국민의 대표성을 갖고 있느냐부터 시작하여 또 이 생방이 끝나면 온갖 언론에서 지지하든 헐뜯든 할게다. 나는 이 정치적 상황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덮어두는 식의 사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려면 언론을 비판적으로 보고 사회에 대해 더 공부하고 나의 시각을 넓히고 다른 시각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진짜 idiot가 되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