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알고 싶다 : 낭만살롱 편 - 고독하지만 자유롭게 클래식이 알고 싶다
안인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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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책 <여덟 단어>에서 저자 박웅현은 이런 말을 했다. 클래식을 당신 밖에 살게 하지 말고, 깊게 보고 들으라고. 창의력 있는 아이로 기르기 위해서 느끼게 해달라고.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스피커를 가져다놓고 비발디의 음악을 들려주라고 말이다. 그 중 반 이상은 감동을 받아 소름이 돋을 것이고 느끼게 되면 그 이후는 스스로 찾아서 듣게 된다던 책 속 구절이 생각났다.

"클래식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즐길 대상입니다. (중략) 명품은 클래식입니다. 고가품과 명품을 헷갈리지 말고, 진정한 명품의 세계로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여덟 단어, p97

클래식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에 이견은 없겠지만 박웅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클래식 강조에도 불구하고 왠지 어렵게 느껴져서 공부해 볼 생각이 쉬이 들지 않았다.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성장하는데 아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니 자연히 클래식과 가까울 기회를 잡지 못했다. 태교하며 들었던 것과, 어린 시절 아침 쓰레기수거차에서 울리던 클래식을 알람소리처럼 들었던 것을 제외하면 나는 아주 유명한 몇몇 곡과 작곡가를 빼고는 거의 아는게 없는 부끄러운 인간이었다.

이 책은 이런 나같은 클래식 문외한들이 좀 더 클래식과 가까워지고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정말 예술과 관련이 코딱지만큼도 없고 관심도 없던 내가 클래식이란 명품을 친구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인 피아니스트 안인모는 이미 클래식 팟캐스트 [클래식이 알고 싶다]로 유명한 인물이라 한다. 관심이 없으니 이런 팟캐스트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다른 작곡가도 관심이 생겨 찾아보게 되었다. 책 자체가 편안한 아는 언니가 옆에서 말해주는 것 같이 쉽게 읽히고 딱딱하지 않아 팟캐스트 듣는 것 같은 효과가 있다.
(헉. 인물 검색하다보니 이분이 유명 통역가이자 방송인인 안현모씨 언니란다.)

일단, 책의 구성이 매우 알차서 참 좋았다. 슈베르트, 쇼팽, 리스트, 슈만, 클라라, 브람스, 멘델스존까지. 들어본 작곡가도 있고 부끄럽게도 첨 들어보는 작곡가도 있다. (클라라는 그... 시구의 여왕 밖에 생각 안했다;;)각 장의 첫 페이지는 각 작곡가의 대표적 작품을 QR코드에 실었다. 작곡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 삶의 희노애락이 담긴 음악을 곳곳에서 QR코드로 만날 수 있다.

'래알꼭알'에서는 클래식 입문자들이 꼭 알아야 할 용어들이 소개되어 있다. 또한 '래알깨알'에는 작곡가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날 수 있어 읽는 재미가 배가 된다. 각 장의 마지막은 작곡가들의 음악적 삶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뽑아 정리해두었고, 앞서 본문에 등장했던 음악들을 플레이리스트로 다시 모아 정리해두어 한꺼번에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가 수록되었다.

예술가의 삶은 면면이 평범하진 않다. 결혼을 했다가 이혼하고 또 사랑에 빠지길 반복하기도 한다. 예술가들에겐 그 지점이 가장 위대한 곡을 만들어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랑에 충만할 때, 이별과 죽음 앞에서 생에 없을 고독을 느낄 때, 모든 생의 순간 순간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이루어진 것 같다. 클라라는 아버지의 굴레에서 벗어나 슈만과의 사랑을 이루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더 음악적 내공의 힘을 쌓았을 것이며, 끝내 정신질환을 극복하지 못한 슈만과 그런 슈만, 클라라를 바라보는 슈만의 제자 브람스. 그런 모든 얽히고 섥힌 실타래들이 왠지 음악속에 복잡하게 녹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왜 안 그럴까. 음악이 곧 그들의 인생인데.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는 그 시간은 작곡가들의 인생길을 따라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고독하게 아름답고 찬란한 클래식의 바다에 빠질 수 있는 시간, 클래식을 알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깊어지는 시간일 것이다. 삶을 좀 더 풍요롭고 깊게 가꾸고 싶은 사람들, 클래식에 빠지고 싶지만 왠지 모를 거리감에 선뜻 들어보지 못했던 모든 클래식 초보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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