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따라 부쩍 토끼에 빠진 첫째다. 토끼가 등장하는 책만 골라 읽어달라고 하는데 오늘 <토끼의 재판> 책이 우리 집에 왔다.재판이라는 단어를 잘 모르는 첫째지만 표지를 보고 토끼 표정이 어때보이냐고 물으니 걱정하는 표정이라고 한다. 호랑이랑 아저씨가 싸운 것 같다고도 하고.표지만 보고 내용을 추측하는 활동을 해보며 토끼는 무엇때문에 걱정스럽거나 고민이 있는 표정을 하고 있고, 호랑이와 아저씨(나그네)는 왜 싸웠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해본다.이 책은 어릴적 한번은 들어본 바로 그 이야기다.호랑이가 길가다가 구덩이에 빠졌다. 나그네가 무서움을 무릅쓰고 살려줬더니 배고파서 배은망덕하게 잡아먹으려고 한다. 나무와 소에게 도움을 청하였으나, 함부로 나무를 베고 지칠 때까지 소에게 일만 시키는 인간의 편을 들리 없다. 지나가던 토끼에게 마지막 재판을 부탁한다.토끼는 어떻게 된 일이냐 묻고 호랑이는 성급한 마음에 직접 구덩이에 빠지는 시연을 한다. 토끼가 통나무를 치워버려 호랑이가 빠져나올 수 없게 됨은 당연한 이치.자신을 구해준 나그네를 잡아먹으려고 한 호랑이가 다시 구덩이에 빠지는 권선징악의 내용. 우리 아이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나는 중간에 소를 힘들게 하는 인간이나 나무를 베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 간단히 예를 들어주었다. 이해했는가는 모르겠지만 어린이집에서 했던 식목일 행사도 다시 얘기해보고 나무를 지켜주는 건 아주 소중하고 커다란 일이라고 말해줬다. 아직 소를 모는 인간에 대한 경험이 없는 아이를 위해 강아지를 예로 들어 우리가 강아지를 예뻐하듯이 살아있는 모든 것은 예쁘고 또 소중한 존재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아직 더 깊은 얘기는 무리일 것 같아서.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인간의 입장에서 행해지는 행동들이 자연이나 동물에게 해가 될 수 있음을 논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떤 인간의 행동을 모든 인간의 행동으로 일반화시켜 죄없는 나그네를 잡아먹어도 괜찮다는 식의 결론은 지혜롭지 못한 판단이다. 아이는 이미 직관적으로 호랑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힘이 세다는 이유만으로 왕이 되었을 호랑이보다 힘은 약하지만 지혜롭고 현명한 토끼가 이길 수 있음을 결론은 말해주고 있다. 이 이야기는 뜯어보면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것,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모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인간의 자연훼손, 자기보다 힘이 약한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것, 자기를 살려준 나그네의 마음을 생각할 줄 아는 것 등은 모두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되새기게 한다. 아이들 책에서 어른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