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이야기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3
호메로스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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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에게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더 익숙한 비극의 주인공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었다. 소포클레스라는 비극작가의 작품인데 기원전 이야기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이 몹시 경이롭다.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 라이오스와 왕비 이오카스테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그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맞는다는 끔찍한 신탁때문에 라이오스는 아들을 죽이기로 한다. 그러나 죽임을 부탁 받은 목동이 아기 오이디푸스를 불쌍히 여겨 죽이지 않고 코린토스에서 온 양치기에게 넘겼다가 그 지역 왕인 폴리보스 왕이 오이디푸스를 양자로 삼아 그는 코린토스 왕이 되었다.

자라서 델포이 신전을 찾은 오이디푸스가 우연히 길가던 노인과 시중을 죽이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테베의 왕이 되는데, 알고 봤더니 자신이 죽인 노인이 친아버지인 라이오스 왕이고 부인으로 맞은 왕비가 자신의 친어머니였다는 비극... 그래서 유아기 때 아들이 어머니에게 집착하며 아버지를 적대시하는 것을 프로이트가 본능적인 부분으로 생각하며 이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오이디푸스는 그 슬픔에 바늘로 자신의 눈을 찔러 눈을 멀게 만들었고 이오카스테는 자결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스토리였다.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오이디푸스 이야기의 풀스토리를 부끄럽지만 성인이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장님이 된 오이디푸스를 그의 두 딸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가 돌봤으며 두 아들은 빈 왕자리를 탐하느라 바빴다. 큰 딸 안티고네와 방랑하며 온갖 수모를 겪다가 도착한 곳은 콜로노스였는데 그 곳이 복수의 여신인 에우메니데스가 사는 곳이라 했다. 이 곳은 예전에 아폴론 신이 오이디푸스의 방랑을 멈출 곳으로 예언한 곳인데, 이 곳의 왕 테세우스가 오이디푸스의 딱한 사정을 알고 거기에 머물 것을 허락했다. 오이디푸스의 큰 아들과 폴리네이케스와 처남(이자 삼촌)인 크레온은 그들의 통치에 오이디푸스의 도움이 필요함을 신에게서 확인하고 각각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오이디푸스에게 왔으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들에게 오이디푸스는 조금의 곁도 허락하지 않고 두 딸을 테세우스 왕에게 맡긴 채 신의 부름에 따라 죽음을 맞는다.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은 서로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다 서로를 죽였고, 크레온은 그 중 큰 아들인 폴리네이케스를 반역자로 취급해 그의 장례를 치르거나 예를 표하는 자를 엄벌한다는 명을 내렸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자신의 오빠를 새의 먹이가 되게 두는 것은 옳지 않다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장례를 지내고 이것이 발각되어 크레온에 의해 산 채로 바위굴무덤에 묻히는 처형이 내려졌다. 안티고네의 약혼자이자 크레온의 아들인 하이몬이 저지했지만 처형이 집행되었고 뒤늦게 예언자로부터 뒷일을 들은 크레온이 부랴부랴 폴리네이케스의 넋을 위로하고 안티고네에게 갔지만 이미 목을 매달고 자살했으며, 그걸 본 하이몬도 자살, 그의 어머니이자 크레온의 아내도 아들의 죽음을 알고 자살... 이렇게 비극으로 결론이 난다.

이 책은 무엇보다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희곡 형태를 산문 형식의 소설로 바꾸면서 가독성이 뛰어나 청소년이나 성인 모두 재미있게 작품에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중간중간 오이디푸스왕과 관련된 미술 작품들이 들어 있어 한층 흥미를 배가시킨다.

참고로, 우리가 아는 anti-라는 단어도 비정한 국법에 반대하다 처형당한 안티고네의 이름에서 유래하여 반대하다, 라는 부정적 의미를 가진 접두사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깨알 정보도 들어있다.

이 비극의 저자 소포클레스는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로 꼽히는 희곡 작가라 한다. 그리스 비극에서는 배우가 단 2명이라고 하는데, 여러 갈등 상황에서 두 배우가 논쟁을 벌이는 걸 관객들이 바라보며 함께 토론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비극적인 줄거리에 함께 슬퍼하기 앞서 여러 질문거리들이 생성되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생각할 거리 세 가지가 소개되어 있다. 커다란 광장에서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했던 그리스 아테네의 옛 모습처럼 우리도 이 희곡을 읽으며 단순한 감상을 넘어, 오이디푸스가 정말 죄인인지, 아들을 내친 오이디푸스의 행동은 정당했는지, 국법과 도덕법이 상충된다면 무엇을 따르는 것이 옳은지 등을 생각해볼 수 있어야겠다. 이 책은 그런 생각의 지평을 열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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