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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별스런 너에게
이창미 지음 / 프로방스 / 2019년 9월
평점 :
가을은 시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이 책은 갑자기 쌀쌀한 날씨 탓인지 더 몸도 마음도 웅크리게 되는 요즘, 복잡하고 머리아플 때 아무 생각없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그냥 한 번에 쭉 읽을 필요도 없고 마음이 허할 때, 너무 두꺼운 책을 보다가 머리 식히고 싶을 때 잠깐 잠깐 꺼내 읽기 좋다. 복잡한 단어 없이, 아주 깊고 심오한 의미가 없더라도 그냥 읽으면 바로바로 느낌이 오는 그런 시들을 가끔 찾는데 이 책이 그런 시집이다. 시 옆에 그려진 부드러운 캘리그라피들이 시의 느낌을 살리는데 일조한다.
여러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리움, 행복, 슬픔, 즐거움, 외로움, 사랑 등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글로, 시로 토해진다. 전에 읽었던 김옥림 시인의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는 시집에서 저자는 이해하기 쉽고 공감가는 시가 좋은 시라고 했다. 특히 그런 의미에서 요즘은 시는 어렵게 쓰여져야 한다든지 문학적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든지 하는 전통적 관점을 많이 탈피하고 더 소탈하고 위트있게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 책은 내가 느끼기에 전통적 시와 현대적 시의 중간 지점을 파고드는 느낌이다.
글마다 다른 캘리그라피의 부드러운 글씨체와 여백, 그리고 일부 여백을 메우는 따뜻한 그림들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여유를 갖게 한다. 쌀쌀해지는 가을, 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외롭고 사람이 그립고 때론 행복하고 따뜻함이 고플 때, 심심할 때, 감정에 충만하거나 충만하지 않거나 언제든 쉽게 펼쳐 위로를 해주는 시를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