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불통이다 -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소통을 방해하는가?
손정 지음 / 한국표준협회미디어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가족이든 동료든 타인과의 관계를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는 순간마다 원활하게 소통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때로는 불통인 순간이 찾아와서 곤란에 빠지기도 한다. 의사소통 시 화자는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만들어 잘 전달해야하고 청자는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공감해야하는데, 이 책은 우리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밝히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위와 같이 화자와 청자의 관점으로 나누어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1장에서는 의사소통의 기본적인 과정이 설명되고 있다.
의사소통 프로세스 중 재료, 부호화, 전달 통로, 소통 환경은 충분히 바꿀 수 있지만 지각은 바꾸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재료가 청자가 원치 않는 것일 경우는 행동 변화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청자가 갖게 하면 된다. 그러나 지각은 선택해서 조직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역사적 관념에 지배받기 때문에 바꾸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이러한 지각 오류와 그 해결법을 모색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먼저, 화자는 객관적인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걸 방해하는 여러 가지 오류들에 대해 이 책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각 조직 오류인 투사는 내 감정이 다른 대상에게 투영되거나 내가 느낀 걸 남도 느낄거라고 생각하는 자기중심성에서 일어난다. 행위자-관찰자 편향은 '내로남불'이다. 타인과 자신의 행동을 볼 때의 차이인데 결국 처음부터 내 잘못을 인식하고 싶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가 생기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를 객관화시키는 작업은 정말 어렵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이다.
지각 해석의 오류로는 귀인오류, 고정관념, 확증편향, 후광효과, 대비효과, 피그말리온 효과가 있다.
잘되면 내탓, 못되면 남탓인 귀인오류는 문제 상황의 원인을 나로 돌리면 쉽게 해결가능할 수 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을 위해 로고스(논리성), 파토스(감정적 동화), 에토스(화자의 인격)를 갖춰야한다고 했는데 이 에토스를 올바르게 인지해야 로고스, 파토스가 작동한다. 에토스를 올바로 인지하지 못해 생기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 접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주장을 바꿀 생각이 없는 확증편향은 읽으면서 뜨끔했다. 나는 일명 '답정너' 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지각근접성, 지각유사성, 지각불변성, 회상용이성과 같은 휴리스틱은 직관에 의해 신속하게 대상을 판단함으로써 상대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흐리게 한다.

메시지가 객관적이어도 잘 전달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크기, 강도를 조절하고 필요에 따라선 반복도 필요하다. 청자의 신뢰가 부족할 경우 신뢰를 먼저 쌓는 것도 중요하다.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이 화제였던건 독립선언서가 부도수표라고 했던건 은유에서 오는 힘 때문이었다. 또는 대조나 수사도 지각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상세한 상황 묘사나 청자가 해법을 찾게 유도하는 질문도 좋다.


화자가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전달해도 청자가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불통이 된다.
억압은 지각 선택의 오류다. 책에 제시된 '사막에서 살아남기'와 같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상대방을 소통에서 억압하는지, 심지어 자기 자신도 변화하지 않고 스스로를 억압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우리는 스스로 대상을 쉽게 해석해버리는 인지적 구두쇠를 범하기도 하는데 이는 자기 부정으로 극복해야한다. 때로는  51을 100으로 생각해버리거나 불만족이 제거된 것을 만족이라고 생각해버리는 지각 조직 오류인 지각 폐쇄가 불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상대의 페르소나를 인정하고 적절한 맞장구와 함께 경청해준다면 더 나은 소통을 기대할 수 있다. 소통할 때의 자기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를 관리하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여 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감성의 리더십'이란 책에서 언급된 것이지만 소통으로 확장시킬 수도 있다. 타인의 감정을 축소전환하거나 억압, 방임한다면 소통이 힘들 것이다. 이럴 때는 상대의 감정을 인정하나 행동 한계는 규정하고 스스로 해법을 찾고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정보를 터놓고 대화에 임하는 자세, 첫 말을 부드럽게 시작하는 자세, 남에겐 너그럽게 나에게는 엄격한 자세. 이런 모든 것들이 모여 소통이 이루어진다.


저자는 1957년에 만들어진 영화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을 보라고 권한다. 12명의 배심원이 한 소년의 유무죄를 만장일치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서로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담긴 영화라고 한다.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법정 영화일 듯하다. 이 책에서는 처음 시작부터 중간중간 각 배심원들 중 어떤 배심원이 좋은 소통인이고 불통인인지 각 사례에 맞게 소개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은 책에서 다루어진 용어에 대한 색인이 나와 있어 편리하게 각 용어를 찾아볼 수 있게 해준다. 의사소통에 대해 공부하면서 심리학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가능했다. 책 표지에는 소통이 뇌에 달려있다고 되어있지만 결국 이야기하고자하는 것은 심리, 즉 마음이다. 결국 소통은 사람의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