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고영건 지음 / 피와이메이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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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심리학을 좋아한다. 예전에 공부할 적에도 교육심리학이 정말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나도 잘 모르는 나의 마음을 학문이란 영역으로 파헤치는 것도 즐거웠고, 내가 어쩌지 못하는 타인의 행동도 심리학적으로 생각하면 이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좋은 사람의 향기가 마음에서 비롯되며 이를 위해 심리학에 근거한 인생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우리가 잘 아는 여러 인물들의 전기를 통해 그 인물의 심리를 분석하고 위인이 된 계기를 만들어준 심리적 작용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쓰여진 책이다. 국내외 시기를 막론하고 다양한 인물들의 대략적인 삶을 통해 심리학 여행을 떠나는 길은 매우 즐거웠다.


오드리햅번은 우리가 아는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과 달리 투사로 더해진 불우했던 청소년기가 있었는데 노년기에 이타주의라는 성숙한 기제로 봉사활동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마무리했다.
기이했던 버나드 쇼는 어릴적 공상이라는 기제에 사로잡혔으며 수동공격성이 강한 아이이자 청년이었지만 샬롯 페인 타운셴드를 만나며 독설가득했던 그의 작품이나 강연에 유머가 가미되고, 자신의 열등감을 승화시켜 '피그말리온'과 같은 역작을 써냈다. 비슷하게 마리 퀴리도   수동공격성으로 인해 내면의 분노를 자살시도 암시같은 간접적 방식으로 표현했지만 과학에서의 그녀의 업적은 승화와 이타주의의 표본이다.

추사 김정희가 주위 사람들에게 초기에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던 기제는 반동형성이었지만 역시 승화를 통해 세한도와 같은 명작을 남겼다. 생텍쥐페리도 그의 아내 콩쉬엘로와 서로 반동형성으로 인해 실제 마음과 달리 지나치게 겉으로 서로를 위하는 부부로 살아가게 되었지만 승화로 어린왕자를 집필하여 세기의 소설가가 되었다.
혼다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행동화로 표현하며 문제아가 되었고 스피드를 광적으로 즐기는 해리(의식 상태를 변경해 일시적 스트레스 탈피)로 인해 응급실로 실려가 평생 흉터를 남겼다. 그러나 역시 승화를 통해 혼다 커브라는 모터사이클을 개발해 혁신을 일으켰다. 로빈윌리엄스 또한 해리로 인한 알코올중독, 마약 등으로 황폐화된 삶을 살았지만 연기로 승화시킨 부분은 혼다와 비슷하다. 단지 루이바디 치매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했던 부분은 큰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부모에 대한 감정이 부정적 심리 기제를 발현시킨 경우도 많았다.
찰스 다윈은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 형성되지 못해 mother이란 단어도 인지하지 못했는데 이는 억압기제로 인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뿌리인 어머니를 기억하지 못해도 진화론 즉, 인류의 뿌리를 알아내는 업적을 달성한 것은 역시 승화로 인한 것이다.
앙드레김은 어릴적 계모(물론 일반적인 계모의 이미지(?)와 달리 정말 좋은 분이셨지만)와 살아야했던 시기가 남근기, 즉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시기였고 여기서 내현적 히스테리로 인해 여성성이 강조된 스타일을 했던 것으로 추측했다. 화장에 대한 질문에 유독 예민했던 것은 젊은 시절 노란머리를 사랑했던 그가 아버지의 꾸중을 반동형성이 되었기 때문. 백색 옷은 어머니가 그에게 입혔던 하얀 옷을 통해 그리움을 씻어내고자 한 것이 아닐까 추측되는 부분을 읽으며 그의 따뜻했던 웃음 이면에 숨겨진 안타까운 그림자를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마더 테레사, 페라가모, 톰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 아이젠하워, 철강왕 박태준은 이타주의, 승화, 유머, 예상 등의 기제로 자신의 약점을 커버한 예로 소개되었다.


유일하게 낯설었던 인물은 중국의 주광치앤이었다. 주광치앤은 억제를 통해 수용소에서의 끔찍했던 곤욕을 견뎌냈는데 외양간에서 태극권을 연마하고 미학자로서 생각의 깊이를 더해갔다. 자신의 문제와 갈등을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억압, 이지화, 반동형성, 해리와는 달리 억제는 부분적으로 자신의 문제와 갈등을 의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심리학이라는 소스를 가미해 그동안 이름만 들었던 위인들의 삶을 한층 재미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실제로 그들의 삶이 더 궁금하거나 심리학 용어에 대한 추가적 이해를 위해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더 검색해보기도 했다. 항상 좋기만 삶은 없지만 여기 등장한 인물들은 대부분 어릴적 가난 때문에 힘들어하거나 부모와의 애착 형성 실패로 심적 고통을 경험하기도 했다. 비범한 삶의 이면에는 고통과 슬픔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긍정적 심리 기제가 발동했던 것이다.
결국 이 책에서 소개된 인물들이 투사, 반동형성, 수동공격성, 행동화, 신체화 등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냈던 주요 심리 기제는 승화, 유머, 억제, 예상, 이타주의였다.

"행복의 본질은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기쁨에 있으며, 쾌락 강도나 만족 빈도가 아니라 기쁨을 경험하는 깊이에 있다."

책의 서문에 나와있던 문구다. 심리학에 대한 가벼운 이해, 위인들의 삶, 더불어 행복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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