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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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평범한 평화가 요한네스란 인물의 삽화로 채워져 있다. 내용을 읽고 이해하기 보다는 행간이 중얼대거나 침묵하는 바를 느껴야 파악할 수 있다. 1은 아침 그리고 탄생, 2는 저녁 그리고 죽음. 21세기의 베케트는 글쎄. ‘고도를 기다리며‘의 여파만큼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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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을유사상고전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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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김욱 편역의 리뷰에서 이어지는 내용)


위는 현대인들이 겪을 만한 문제와 깨달음을 들쑤시는 문장과 생각으로 점철해놨기에 쇼펜하우어에게 찬사를 보내는 독자로서 행동하기 쉽다. 무엇보다 니체, 톨스토이 등 이름값있는 사람들이 그의 추종자였다지 않은가? 여기부터는 다르다. 그의 육성을 그대로 따라가다보면 그의 천재성만큼 비뚤어진 어리석음도 함께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인간적이기도 하다.

제1장 기본 분류에서 주요한 내용은 다 있다. '행복'이란 '원래 자체적으로 지닌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서러운 사실부터 언급하며 '건강'을 제1 조건으로 내건다.

게다가 '개성에 의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한도가 미리 정해져' 있으며 협소한 정신으로는 외부의 어떤 기여든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진단한다. '주어진 개성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뿐이다. 따라서 인격에 부합하는 일에만 노력을 경주하고, 개성에 맞는 종류의 도야에 힘쓰며, 다른 모든 것을 피하고 개성에 적합한 일, 생활방식을 골라야 한다'를 행복한 삶의 진짜 모습이라는 그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행동을 할 때 어디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고 명랑해지는가?란 초점이 선명해야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본연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래서 관능적 향유, 단란한 가정생활, 저급한 사교와 소일거리 따위로 점철된 지루한 일상은 그의 기준에서는 안전과 과잉으로 말미암은 무료한 삶에 불과하다. 앞선 예를 듣고 전부 행복의 모습들이라 이를 만한 게 아니냐 반문하는 사람들, 자본과 물질로 범벅된 행복이 진정한 행복의 모습인 속물들에게, 자신이 속물이란 사실에 하등의 부끄러움이 없을 현대인에게 그는 말한다. 쾌락과 안락을 행복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고통이 없는 상태'면 행복이란 말을 붙이기에 충분하다고.

명예욕, 허영심으로 말미암은 지위, 명성이 행복과 관련이 없으며 도리어 삶을 누리는데 방해될 수 있다는 말이야 작금의 힐링 서적이든 위로 에세이든 어디에서나 볼 만한 말인데, 특히 기사도의 명예를 설명할 때는 특유의 신랄한 문장으로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가한다. 그의 면모를 적나라하게 찾아볼 수 있어 재미난 부분이다.

2부부터는 띄엄띄엄, 건너뛰며 읽어도 상관없다. 읽고 싶은 부분만 골라 읽는게 효과적이다. 여기에서 그의 이론의 일면을 읽어낼 수는 있으나 그의 철학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결국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로 가야 한다. 여기는 '부록'이기 때문이다.

1장 「사물 자체와 현상의 대립에 대한 몇 가지 고찰」부터 5장 「세상의 고통의 이론에 대한 몇 가지 추가 기록」까지는 쇼펜하우어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 다소 현학적인 내용도 있으므로 일상적인 내용을 보고 싶다면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8장 「종교에 대하여」에서는 뜬금없이 동물 애호가적 면모가 나온다.

10장 「스스로 사고하기」 ,12장 「독서와 책에 대하여」에서는 독서 행위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꽤나 언급한다. 스스로 생각치 못하는 자에게 독서는 해악이란 논지인데 읽기의 가치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내용만 들어와 다량의 독서에만 자부심이 그득하다면 뼈를 내려쳐 맞는 기분일 터다. 헌데 모든 독서는 어쨌든 남의 의견들을 읽고 니 말이 내말인 듯 모방으로 시작하지 않는가? 게다가 그 많은 서적 중 무엇을 읽을지를 자신이 선택한다는 자율성이 있는데다, 같은 책을 읽는다 해도 '어느 부분'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또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비판은 가혹한 면이 있다.

15장 「심리학적 소견」은 다양한 감정의 결에 대한 그의 의견이 색다르다.

17장 「교육에 대하여」는 듀이의 경험주의를 생각케 한다. 미국에서 이미 실패한 교육사상이다.

「관상론」은 사람의 '눈'에 정신적 특질이 무엇보다도 두드러진다는 부분을 제외하고 재미로 훑어 읽었는데, 그의 기준으로 쇼펜하우어의 관상이 어떠한지 판단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구글이 보여주는 쇼펜하우어의 나이든 초상에서는 그의 까다롭고 괴팍한 성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자기 과시의 면모가 있는 그인만큼 자신의 관상은 영리한 눈빛보다는 천재성을 띠는 눈빛의 예라며 자화자찬할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에 대하여」에서 여성의 명예를 언급한 부분, 「여성에 대하여」 전체와 「교육에 대하여」에서 '소녀는 소설을 읽고 완전히 그릇된 인생관을 가지는 경향이 심하다'와 같은 일부는 총체적 난국이라 작금의 현실에서는 읽지 않아도 된다. 쇼펜하우어 특유의 삐딱한 문체 때문에 당시의 남성중심적 사고에 진절머리를 내며 책을 집어던질지도 모르니까.

p.s.

- 잊을 만하면 헤겔을 공격하는데, 자격없는 자가 취한 명성을 경멸해서인지 명성을 갈망하는 의지로 말미암은 질투 때문인지 헷갈린다.

- 물론 『소품과 부록』이란 제목으로는 책을 판매하는데 썩 좋지 못하긴 하다. 헌데 부제도 안되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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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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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저서를 토대로 편역자가 그의 사상이 깃든 글을 새로 쓴 면이 커서 읽기 수월하다. 목차를 훑어보면 쇼펜하우어의 생각이 녹아난 문구에 독자의 눈과 귀가 솔깃해질 만하게 짜여있다.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우리가 사소한 일에 위로를 받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 고통받기 때문이다','자신이 증오스러울 땐 자는 것이 최고다'

그래서 쇼펜하우어 입문자에게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메리트지만, 장마다 그의 저서 어느 부분을 주요한 토대로 구성했는지를 주석으로 덧붙여 원전으로 찾아가기 쉽게 안내했더라면 이 책은 더 좋은 안내서로 기능했을텐데 아쉽다. 이 책만 읽고 쇼펜하우어를 알은 체하기엔 열없지 않겠는가.

'두 번째 부류는 돈이 목적이다.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고, 학식을 팔고, 양심을 토해낸다. 따라서 그들은 뭔가를 팔기 위해 생각을 쥐어짠다. (중략) 대다수 지식인은 대중에게 뭔가 전달해야 할 사명이라도 있는 것처럼 명분을 내세우는데, 명분이야말로 지식인이 즐겨 사용하는 변명거리이며, 우리가 그들이 쓴 책을 읽고 그들이 가르치는 대학에 다니고 그들의 의견을 좇아 마치 내가 그가 된 것처럼 누군가에게 열변을 토하는 행위야말로 그들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결과인 것이다'-5부. 부를 목적으로 지식을 습득하지 마라 중에서

이 책은 판매를 목적으로 출판사 측에서 기획한 바가 분명해 보이고, 철학자 쇼펜하우어라는 그럴 듯한 고상한 소재를 일반 독자에게 소개하는 가성비 좋은 상품이다. 돈을 목적으로 글을 쓰고 학식을 팔아치우는 전형인데 자기 부정을 내재한 물건이라..신종 마케팅 전략인가? 아니면 이 우스꽝스러운 도서는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만약 태어났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차선이다"라 말하다 콜레라를 피해 줄행랑을 친 쇼펜하우어의 행동처럼 그 자체만으로 모순을 드러낸 쇼펜하우어의 전형인 책일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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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애란 외 지음, 배우리.김보경.윤제영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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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의 문장력은 여전. 김보영 작가에게는 내가 지금껏 왜 이 사람을 몰랐지?란 찬탄을. 서이제, 김혜지, 임현석에게는 미디어와 함께하는 삶의 단상을. ‘후원명세서‘는 미디어란 테마에서 약간 틀려있다. 후원자와 후원받는 아동이란 역할극이 더 주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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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의 사회 이반 일리치 전집
이반 일리치 외 지음, 신수열 옮김 / 사월의책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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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엽적인 의문이다. 

이반 일리치 전집에 그 외의 저자가 섞여든 책을 발간한 연유가 궁금했건만, 원서 발행인의 언급과 전집을 발간한 통상적인 이유만 있을 뿐이다. 전문가 비판은 일리치의 주요 주장 중 하나니 비슷한 입장인 저자들을 한데모아 여러 위치에서 전문가 사회를 살펴보고자 의도했나? 글쎄. 만약 그렇다면 단행본으로 별도 출간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추측건대 판권 계약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여하튼 '전문가들의 사회'를 굳이 전집에 집어넣을 필요가 없다고 보며 그의 글에 집중하려는 누군가는 1장만 읽어도 되겠다. 그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를 보거나 읽을 예정이라면 이 책은 손대지 않아도 무방하다.

시작은 일리치가 개괄한 후, 그 외의 저자들이 의료, 서비스, 사법 등 각 분야를 세부적으로 분석해가며 비틀린 구조와 체제를 폭로하며 전문가 집단을 공격한다. (예수와 12사도?) 전문가 집단이 자신의 이권을 모두가 당연시 여기게끔 세뇌시키는 과정은 적극적으로 동의하나, 그들의 연구와 업적으로 얻은 사회의 혜택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의학이 인류의 평균수명을 연장시킨 바는 명약관화하므로. 하여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전문가의 의견을 믿되, 일말의 의심은 남겨야 하겠다. 전문가 권력 구조를 인정해야 하는 어설픈 누더기 해결책이지만 말이다.


p.s.

유사한 주제를 다루는 여러 저자를 한데 모아 읽으니 새삼 일리치의 필력에 감탄하는 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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