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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평점 :
책을 보고 가장 놀랐던 이유는 바로 장르가 소설이라는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이라는 제목을 보고, 에세이의 장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소설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던 나로써는 많이 놀랐었다. 제목부터 많이 공감을 했다. 나는 서른셋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지나온 시간만큼 많은 일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책이 궁금했다.
제목부터 느낀 것이지만 결코 가벼운 내용의 책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오의 어머니는 폐암으로 돌아가시가 되자 영오는 엄마의 죽음이 아빠의 흡연 때문이라며 원망하며 살았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날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아버지의 빈소를 지키게 됐는데, 빈소에는 아무도 찾지 않은 채 영오 혼자 아버지의 곁에 있었다. 얼마 뒤 아버지의 유품인 수첩을 보게 됐다. 수첩에는 "영오에게" 라고 써있는 곳에 세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영오는 그 사람들을 찾아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인 영오와 같은 나이는 아니지만 영오의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됐다.
영오는 외로운 아이다. 나 또한 그렇다. 오히려 외로움에 익숙해 덤덤하다. 그렇기에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어나가던 중 울컥했던 문장이 있었다. "상처 없는 사람 없어. 여기 다치고, 저기 파이고, 죽을 때까지 죄다 흉터야. 같은 데 다쳤다고 한 곡절에 한마음이냐, 그건 또 아닌지만서도 같은 자리 아파본 사람끼리는 아 하면 아 하지 어 하진 않아." (p.171) 이 글을 보고 "어쩌면 나는 상처가 많기 때문에 나를 배려해주고 좀 봐달라고 어리광을 부렸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말하지 못할 상처가 있는데 말이다.
영오는 자신을 "문제는 많지만 답이 없는 개떡 같은 책"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에 대해 더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에 대해 모를 때가 더 많다. 어쩌면 나도 영오처럼 나라는 개떡 같은 책을 풀면서 답을 찾지 못하고 의문점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 다른 주인공인 미지와 할아버지도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모두 다르지만 한가지의 공통점이 있다면 삶과 죽음에 관한 아픔이다. 많은 아픔이 있지만 삶과 죽음 만큼 더 큰 상처가 있을까? 그만큼 삶과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숙제같은 존재이다.
책 속의 인물 모두 사람과의 관계에는 서툴지만 점차 각자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같아 "우리에게 관계에 대한 교훈을 주는 작품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제목에 대해 공감만 하고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 왜냐하면 나도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고 난 후, 조금은 알 것같다.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아픔을 가지고 성장한다. 그 아픔은 금방 아물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아물지 않는 상처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샌가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라는 생각이 들기에 이 제목이 나온 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지만 공감하고, 울컥하며 마지막에는 잔잔한 여운이 남은 작품이었다. 아마 이 책을 나는 또 펼쳐볼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