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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총.균.쇠를 구매한 것은 1년 전, 이제 막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려고 했던 며칠 전이었다. 나는 그 세기말적인 제도에 대비하여 비싸고 질 좋은 책들을 구매 해 놓아야 한다고 생각 했고, 서점에서도 악성 재고가 쌓이기 전에 책들을 싸게 팔아야 된다고 생각했는지 지금은 절대 볼 수 없는 초특가 세일을 연이어 하고는 했다. 총.균.쇠는 그 붐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절반 가격에 얻어온 책이었는데 책을 구매한 이유는 그저 싸게 사기 위해서 만은 아니었다. 일단 이 총.균.쇠라는 책은 퓰리처상을 받은 명저였고, 서울대 생이 도서관에서 빌려가는 책 1위라는 네이밍 같은 것도 있어서 대중의 관심이 어느 정도 있는 상태였다. 최재천과 도정일의 대담 프로에서도 이 저서는 언급이 된적이 있었는데 이는 총.균.쇠가 자연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교양을 융합하는 시도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책이어서 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책을 펼쳐보자 마자 뉴기니나, 비옥한 초승달 지대, 수렵 채집인 같은 어렵고 따분한 이야기 때문에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이 책을 열고 접다가 1년이 지났다.
나는 부족한 의식을 다른 교양 서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시키고 총.균.쇠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 결과 읽어 낸 것들이 그 동안의 책이었고 자신감을 얻은 나는 문외한인 세계 지리, 세계 역사, 사회학, 진화생물학 관련 내용이 가득한 총.균.쇠로 돌진했다. 사실 이 책을 쓴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대단한 점이 바로 이 건데, 하나 두 개의 전문 분야를 가져도 치켜 올려 줄만한 학문계에서 여러 전문 분야를 확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공한 문화인류학자, 성공한 조류 덕후(?). 과학 대중화 나름대로 힘을 쓴 인물로써 '총.균.쇠'는 그의 문명 대탐구 3부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그는 외국어 재능도 상당해서 라틴어,그리스어,독일어,프랑스어 등 수 개 국어를 한다. 그 능력이 총.균.쇠 일부 장에서 논증을 뒷받침 하는 내용으로 충실히도 사용된 것을 보면 정말 성공한 덕후라고 말할 수 있다.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에서 기자들이 유명 소설가에게 그랬던 것처럼 대충 읽거나 사람들이 간추려 놓은 내용들만 보고 이 책을 건너뛰는 것도 방법은 될 수 있었다. 어쨌든 순수 분량만 600쪽이나 되는 데다가 그 내용은 관련 내용을 접해보지 않았던 사람이 읽어보지 않는다면 지루함이 금새 찾아올 것들 이었기 때문이다. '왜 우리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그 화물들을 만들어내지 못한 겁니까?' 이러한 질문은 궁금함을 가져보는 것은 누구나 할 수는 있는 일이었지만 풀어내는 것은 별개였다. 이는 우리 인류가 쌓아 올렸던 역사를 다시 처음 장으로 되돌아가 한 문단 이전에 왜 이 문단이 나왔는지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필요했는데 놀랍게도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그 작업을 하기에 탁월한 인물이었다. 이가 가능한 이유는 위에 말했던 그가 쌓아온 훌륭한 덕력 덕분이었다. 그래도 그는 그 나름대로 이 책을 일반 대중에게도 읽히게 하고자 쉽게 쉽게 썼겠지만 인류문화학과는 1도 관련 없던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 방대한 지식들을 낼름 받아 먹을 수 있기는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어려운 책에 대한 도전은 한 번쯤은 해볼 만안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많은 이들이 읽고 읽었겠지만- 그의 4부에 이어지는 주장 중에 모순이라도 하나 있지 않을까 읽어보는 것은 여러 방면으로 생산적인 일이 아니겠는가.
이 다음 내용은 그래도 역시 몇 주 동안 두꺼운 책을 읽으며 보내는 것은 사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내용 요약이다. 그러니까, 총.균.쇠.는 어째서 문명의 방향이 '누구는 지나치게 발전'하고 '누구는 그러하지 못 하였는가'에 대한 탐구를 다룬 책이다. 예전에는 이런 발전의 차이를 인종간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한 두뇌를 가지고 있어서, 아니면 창의력이 훨씬 좋아서 그런 발전이 가능했다~라는 이야기다. 허나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이러한 편협한 시선을 무너뜨린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인간 개개인의 능력 보다는 주어진 자연 환경에 맞추어 발전하는 경향이 훨씬 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류 문명을 바꾼 혁명 중 하나인 신석기 혁명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말이야 혁명이지만 이를 기점으로 모든 사람들이 수렵 채집을 그만두고 농사짓기로 전향 하는 것은 아닐 테다. 지금까지도 살고있는 일부 원시적 부족들은 수렵 채집 라이프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허나 농경인들은 수렵 채집인들과는 다른 길을 걸을 충족 요소들을 갖고 있었다. 기후 관련해서도 살기 적당해야 했고, 정착생활을 선택하여 머무를 곳을 정할 때에도 만족스러워야 했고, 가축화 할 동물들이나 농작물로 쓸만한 식물들의 종류도 다양해야 했다. 실제로 그 오랜 생활을 겪어오면서 가축화 한 동물들의 종류가 야생 동물의 일부의 일부에 불과-단순히 우리가 먹는 고기의 종류가 소,닭,돼지 정도일뿐-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행복한 문명 트리를 타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엿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라시아에서 풍요한 초승달 지대를 기반으로 인류가 생활 반경을 넓히는 동안, 아메리카에서도 노오력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의 요인들이 성립되지 않은 탓에 유라시아에 비해 밀리는 상황이 찾아 올 수 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이들이 입장이 뒤바뀌게 된 이유는 유라시아에서 인구를 늘려 부족-국가로 발전해 나가면서 경쟁하고, 더 나은 기술의 진보가 확산적으로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그 시작은 삶의 방식을 주도적으로 선택하지 못하게 했던 자연 환경에 있었던 것이었다.
뭐 어쨌든 이런 이야기를 생태적,고고학적,인문적,지리적 요소를 일일이 짚어가며 하는 책이 바로 총.균.쇠다. 허나 그래서 뭐?라고 묻는 데서 그친다면 이 책을 읽는 시간들이 낭비된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좀 더 다원적인 시각으로 세계사를 바라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총.균.쇠의 증보판으로 들어 있는 '일본 야요이 문화가 한국인에 의해 촉발되었음을 밝혀낸 논문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와 같이 세계 역사에서 볼 수 있는 미싱링크들을 나름대로 추리 할 수 있다. 위의 글에 담긴 내용은 그의 생각대로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알아도 썩 기분은 좋지는 않는 그런 내용이다만 총.균.쇠에서 다루었던 고찰 방식으로 밝혀낸 아마 가장 근접한 진실이다.
또한 이런 총.균.쇠에서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은' 입장으로 살아왔는지 생각해 본다면 다른 국가들의 상황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이는 근본적인 평등 따위 자연에서는 있을 수 없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어 보이는 듯 하지만 인류로써 해 보여야할 무언가를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총.균.쇠는 역사에 대한 일면을 날카롭게 꼬집는 명저이다. 인류가 앞서서 해왔던 무언가에 대한 회의감, 그리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아니었던 그 때를 되돌아보며 책을 덮는다. 결국 문명이라는 것은 아주 작은 다름으로 부터 시작했다. 총.균.쇠는 이가 인간 본연의 문제만은 아님을 보였고 인류 문명에 대한 설명을 아주 열심히 제시한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총.균.쇠를 읽기 전에 읽어 볼만한 책들을 적어본다면 가볍게 동쪽과 서쪽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인 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 같은 책이 있겠다. [지대넓얇] 같은 교양 채우는 서적도 한 두 권 읽어 두는 것이 좋고 세계사나 지리학 관련 저서, 생물학 저서를 읽고 시작하는 것도 쓸모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눈먼 시계공]이나 [코스모스] 같은 서적을 들겠다. 요즘 유행하는 책으로는 총.균.쇠에 영감을 받고 썼다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있을 텐데 이 서평을 끝까지 다 읽었다면 차라리 [사피엔스]를 읽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