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초기작과 지금

[eBook] 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4년 11월

책 표지에 대한 언급을 하자면 상당히 맘에 안 든다. 화려한 표지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산만한 분위기 밖에 전달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게 내 평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책 내용 전체가 보이는 점도 그러하다- 물론 2008년에 번역 되어 나온 소설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인 이 소설은 지금은 품절된 상태로 나는 이북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라, 추리 소설에 일가견이 없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이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인물이다. 당장 유명한 작품을 꼽으라고 치면 용의자 X의 헌신(내 입문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아마 가장 널리 읽히고 있지 않을까),  악의(역대급) 정도가 있겠다. 그는 '월간히가시노', 라고 불리며 공장장 취급을 받기도 하는데 그 네이밍은 단순히 서점에서 그의 저서를 찾아 세보는 것만으로 시발점을 깨달을 수 있다. 굉장히… 굉장히 많은 작품을 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 작품들이 웬만해서는 평작 이상을 넘긴다는 것이다. 데뷔 이후 30년 정도가 됬는데 이런 식으로 꾸준히 읽을 만한 소설을 내준다는 것은 독자로서 경외심이 들 정도의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의 팬인가? 팬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아마 그의 소설을 절반 이상은 읽어 본 후에 어깨를 털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의 작품을 꽤나 읽어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절반은 무리인 것 같다. 최신작인 '라플라스의 마녀'도 아직 읽지 못했고, 가가 형사 시리즈도 아직 완독하지 못한 것이 있다. 그래도 추리소설의 입문을 여는 작가로써 그는 나에게 기막힌 작가 중 하나다.

그의 완성형 급 작품을 보려면 이미 내가 위에서 언급한 작품을 읽는 것이 좋겠지만, 좀 더 세밀하게 그가 내놓았던 작품들을 읽어보려면 그의 초기 작품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은 신본격 미스터리의 느낌이 강한데 그건 데뷔작인 '방과 후'를 보아도 그러하다.  비슷한 작품으로는 '동급생'도 있기는 한데 공통적인 건 학생들이 등장하고, 10대의 감정을 담은 추리 미스터리 작품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앞의 요소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추리의 본말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은 작품을 내놓은 게 중요했다. 여기서 다루는 '백마산장 살인사건'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추리소설의 이미지에 근접하다. 폐쇄된 산장, 숨겨진 보물, 몇 년 전의 의문의 죽음, 그리고 산장에서 발생하는 살인.  최근 작품에 비하면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 트릭의 해소가 좀 어설프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작가 특유의 스토리텔링, 뛰어난 가독성, 한나절을 그냥 보내게 만드는 흡입력은 충분하다.

초기 작품은 이러 했으나 히가시노 공장장은 이후 사회파 미스터리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일단 내가 읽어본 작품으로는 '공허한 십자가','붉은 손가락' 등이 그러하다. '게임의 이름의 유괴' 같은 경우에는 뻔하기는 했지만 사회 생활을 거쳐 나가야할 대학생의 입장으로써 뭔가 걸리는 게 있었고, '명탐정의 저주'나 '명탐정의 규칙' 같은 작품은 그가 다작을 하면서 가졌던 추리소설에 대한 위트를 경험 할 수도 있었다. 널리 읽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경우에는 일반 문학 작품으로서 봐도 훌륭하다. 사실상 대중적인 작가가 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닐 텐데, 이 남자 꿋꿋이 너무나도 잘 해내고 있는게 놀랍다.

그의 추리 소설을 읽는 것이 재미를 위해서든, 자신의 한계를 체크 해보기 위해서든, 유명세에 따르기 위해서든 상관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읽으면 빠져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러다 보면, 이미 '추리 소설'이라는 장치는 그의 글을 풀어내는 방법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백마산장 살인사건', 이 책은 마더구스 장치가 주 재료로써 사용된다. 추리 소설에서는 흔한 소재라고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 역시 어떤 전철을 밟으며 지금까지 성장했는지 알게 되는 일면이 되기도 한다.

궁금하다면 그의 책을 집어라. 부질없던 독서 습관에 빛이 되어줄 무언가가 다가올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