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의 작업실
후쿠인칸쇼텐 「어머니의 벗」 편집부 지음, 엄혜숙 옮김 / 한림출판사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에 한림에서 사랑받는 일본 그림책작가를 만나다 '그림책 작가의 작업실'이란 책을 냈습니다.





한림은 후쿠인칸쇼텐과 전속계약인가? 암튼 뭐 그런 걸 맺고 있어서 이쪽에서 출판되는 책들을 한림에서 내는 걸로 들은 듯해요.
암튼, 일본 그림책 1세대를 이끈 마쓰이 다다시가 있었던 후쿠인칸쇼텐은 1952년(우리 나라는 전쟁하던 그 때) 창립된 일본 그림책 전문 출판사에요.(우리나라는 초방이 유일한가요? 혹 아시는 분 계신 그림책 전문 출판사 좀 알려주세요. 전 초방만 생각나네요.)
단행본 그림책 및 관련 잡지를 출간해 온 후쿠인칸쇼텐은 '어머니의 벗' 잡지에 그림책 작가의 작업실을 취재하고 작가와 나눈 대화를 담아 3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이중 한국에  잘 알려진 16명 작가를 골라 엄헤숙 씨가 번역해 이번에 출간했습니다. 

일본판은 1권에 전후 일본에 새로운 그림책 기초를 놓은 작가들, 2권에 다양한 표현으로 새로운 그림책 세계를 개척한 작가들, 3권에 전 세대가 채거한 기초  위에 참신한 발상과 표현으로 독자적 세계를 추구한 작가들을 수록했다고 합니다. 이 중 16명을 골라서 한국어판을 냈다고 하니 아쉽더라고요. 그냥 3권 다 내주지...

또 한 편으로는 우리나라는 언제쯤 이런 책이 나올까 싶었어요. 일본은 그림책을 읽고 자란 세대가 할머니가 되어 손자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이른바 그림책 3세대 시기이고, 우린 아직 그림책 읽고 자란 아이가 그림책 작가가를 하는 수준의 2세대 시기라고 해요. 저만해도 어릴 때 그림책을 읽고 자라지 않았으니가요. 서로 발전 속도의 차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전쟁의 포화 속에 어려운 가운데 일본에서는 풍부한 경제성장 속에서 작가들이 그림책을 낼 수 있었다는 게 부러웠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16명 작가에 대해 제가 느낀 공통점은 

1. 1940년을 전후로 한 일본 1세대 그림책 작가
2. 그림책 작가가 되기  전 마쓰이 다다시와 만남이 중요한 역할을 함
3. 미술, 만화를 좋아하다 디자인이나 일러스트 일을 하고 그러다 그림책 
  작가로 데뷔
  (고미타로는 예외, 그림 그리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고해요.)
4. 글과 그림을 함께 한 작가보다 그림만 그린 작가가 더 많은 데 이들도 그림책 
   작가로 소개되고 인정받는다는 것.


책을 번역한 엄혜숙 씨의 글이 매끄럽지 못한 것도 있고, 일본 문화 배경이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어서 글이 확 와닿지는 않아요. 최혜진 씨가 쓴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는 작가가 직접 취재하고 이야기 나누고 쓴 거라 확실히 깊이가 있는데 이 책은 뭔가 겉만 핥는 느낌이에요. 그게 번역의 문제인지 '어머니의 벗'에서 취재를 깊이 있게 안 한 건지는 판단이 안 서요.

책 내용은 그림책 작가의 작업실에서 인터뷰한 내용인데 그림책 작가가 되기 까지의 성장배경과 가벼운 삶의 이야기에 그림책에 대한 생각이 조금 곁들여져 있어요. 이미 고인이 된 작가들은 생전 에세이나 다른 인터뷰에서 말을 따와서 실었고요.

한 작가 한 작가 깊이 만나볼 기회가 되진 않지만 그래도 즐겨보던 그림책을 만든 작가의 삶을 듣는 건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그럼 여기가지 하고 책 속에 밑줄 친 문장을 적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할까합니다.


다시마 세이조
-보이는 풍경과 그리는 그림은 달라서 좋다는 것을 배웠어요.
-표지부터 내용까지 하나의 책을 통째로 자기가 만들 수 있는 그림책의 세계로 활로를 찾아갔다.

초 시타
-어른들은 어떻게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믿을 수 없는 것라고 말해요. 특히 아이에게 주는 것에 대해서는 도움이 되고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정해 버리지요.
(초 신타라는 필명은 맨 처음 신문에 삽화를 그렸을 때 기자가 마음대로 지어낸 거라고해요.)


나카타니 치요코
-어린이들에게 주는 그림책은(중략) 어른의 머리로 생각해 낸 달콤한 포장지로 감싼 것이 아니라, 리얼리티를 지닌 그림, 어른이 감상해도  절대로 부족하지 않을 만큼 고도의 예술성을 지닌 것
-어린이들이 기뻐하는 그림책에 대한 생각과 어른이 감상할 만한 예술성에 대한 생각이 늘 함께 했다.

안노 미쯔마사
-스스로 생각하는 버릇을 들였으면 좋겠어요. 어떤 훌륭한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든가 텔레빚너에서 말했다는 식으로 판단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은 좋지 않아요. 스스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갑자기 '생각해 보아요'라고 말해도 무리 일 수 있어요. 책을 많이 읽어서 세상에는 여러 가지 생각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녀 좋겠어요.

하라야마 가즈코
-당시 나는 그림 한 장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히아신스에게서 느끼고 있었던 거에요. 아이도 히아신스도 나날이 성장해 가고, 거기에는 억누르기 어려운 생명이 머물고 있었어요. 그것을 꺠달았을 때 느꼈던 놀라움과 경외를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서 방법을 찾아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스즈키 코지
-나는 그림책으로 계기를 만들 뿐이고 아이들이 놀아주는 것이지요. 그림책을 만드는 것도 내 안에 있는 아이가 하는 거에요. 피카소 같은 이도 멋진 어른하고 멋진 아이가 그의 안에 공존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어른 안에 있는 강렬한 아이가 한순간 밀어닥치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된다고 생각해요.
-인간은 입체적이다. (여성 속에 남성, 남성 속에 여성, 흑 속의 백, 백 속의 흑)
- 세상의 눈을 가리고 싶은 사건을 마이너스라고 한다면, 나는 프러스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을 일으키자고 생각해요. 그것이 그림책이고 워크셥이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예요. 세상이 즐거워지는 사건, 그러한 사건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하려고 해요.


  밑줄을 치지 않았지만 인상 깊었던 작가들이 많아요. 그리고 가장 부러웠던 건 이 작가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배울 수 있었던 일본의 문화에요. 작가들이 자라던 시절에 만화가 풍부히 제공됐다는 것과 학력과 관계없이 그림을 잘 그리면 어디서든 디자인을 배울 수 있고 그림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디자인학교, 일러스트에 대한 게 시작되기 시작한 일본의 문화 배경이 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