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건드리니까 사계절 동시집 12
장철문 지음, 윤지회 그림 / 사계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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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건드리니까


장철문 동시집


윤지회 그림


사계절


이 책은 어른이 쓴 동시집이다.

아이들을 위해 쓴 건지 

어른이 아이 흉내를 내어 쓴 건지


경계가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그 부족한 부분을 그림이 잘 채워주고 있다.


지은이 장철문 시인은 동화도 쓰고 시도 쓰는 시인으로

동시집은 처음으로 냈다.


본래 '동시'는 아이들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아이 마음으로 쓰는 거라고 한다.

아이들이 쓴 시는 그냥 '시'이지 '동시가 아니란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 흉내를 낸 게 아니면 성공한 셈이다.





<나무 안으러 갔다>

금래랑 우선이랑 올이랑

나무 안으러 갔다


콩밭 두렁으로 내려가서

배추밭 질러

나무 안으러 갔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도

그만했고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도

그만했다는 

동구나무 안으러 갔다


올이랑 우선이랑 금래랑

넷이서 안아도 

다 못 안고 왔다.


이 시를 보면 지금 아이들은 이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

부모 세대인 나조차 이해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이런 나무를 안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런 경험이 없는 부모 세대이기에 이 동시가 더욱 반갑다.


아직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어른들은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마을마다 성인 혼자 다 안아도 안을 수 없는 아름드리 나무가 있었던 시절


그랬던 시절이 그립다는 것을...


늘 그 자리에 그렇게 같은 모습으로 있으면서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지금의 내 삶도 바라보고 지켜봐 주는 아름드리 나무


누구의 삶도 다 지켜봐 주고 포용해 주는


안아 주는 나무


지금 우리에게 무척 그리운 정서이다.


시인은 아마도 이런 경험을 직접 해 보았던 듯하다.




<엄마도 남이다>


이 시는 아이가 엄마와 다투는 이야기이다. 현실 속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아이의 일기처럼 써 놓았는데


제목에 고개를 갸우뚱하다 시를 읽어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엄마는 되고 아이는 안 되는 것.


어른들에게 참 많다.


이런 기준 없는 잣대를 어른의 권위에 빗대어 아이들에게 들이대지 말아야겠다.




<봄이잖아, 봄이니까>


저수지는 간지러워

바람이 자꾸 건드리니까


바람은 간지러워 

나뭇가지가 

자꾸 건드리니까


나뭇가지는 간지러워

잎사귀가 

자꾸 꼼지락거리니까


(이하 생략)


이 시집의 제목이 왜 '자꾸 건드리니까'인 걸 알 수 있게 해 주는 시다.


봄비가 시원하게 내린 뒤 벚꽃은 다 졌지만 아직 봄이다.


연둣빛이 아직 녹음으로 가지 않았기에 아직 봄이다.


이 봄에는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바람만 한 번 살랑 불어도


꽃망울이 나오려고 움만 터도


연둣빛 싹이 머리만 디밀어도


간질간질하다.


스치는 인연에 마음이 일렁이고 일조량 많아진 탓에 호르몬도 출렁인다.


이러한 봄을 꼬리따기를 이용해 시를 쓴 작가의 표현이 무척 마음에 든다.


'자꾸 건드리니까' 


내가 봄에 흔들리는 건 누가 나를 '자꾸 건드리니까'라고 항변하는 듯한 시.


내가 흔들리지만 나 때문이 아니라는


'자꾸 건드리니까'...그렇다는 귀여운 시다.





<내동생>


한글 공부하는 동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다.


열심히 한다는 말은 없지만 외형 묘사에서 그 학구열을 알 수 있다.


계절은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아마 이것이 동시집의 그림과 시의 조화일 거다.


동시에서 말하지 못한 시간과 공간적인 것을 그림이 말을 해 준다.


특히, 이 시가 그것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시에서는 장소도, 시간도, 계절도 나오지 않았다.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공부하는지


잠시 묘사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림이 그 빈공간을 채워주며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의 마음으로 지은 동시에 아이들의 그림과 같은 일러스트가 어우러진 동시집


'자꾸 건드리니까'를 읽으면서 올 봄 내 마음 속 아이를 깨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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