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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이에요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91
엘리자베스 헬란 라슨 지음, 마린 슈나이더 그림, 장미경 옮김 / 마루벌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죽음이에요.
엘리자베스 헬란 라슨 글
마린 슈나이더 그림
장미경 옮김
마루벌
오늘은 죽음에 관한 책을 한 권 볼까해요.
무거운 주제죠. 그런데 표지를 보면 전혀 무겁지가 않아요.
진청색과 빨간색이 주조를 이룬 표지 바탕이 노란색인게
제목을 보지 않으면 전혀 죽음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에 드러난 주제 '죽음'이 전달하는 내용과
그림이 전하는 메세지 사이의 간극을 독자가 잘 읽어 내려가야합니다.
나는 죽음이에요.
삶이 삶인 것처럼
죽음은 그냥 죽음이지요.
첫 페이지에요. 죽음을 소개하고 정의내리고 있어요.
덤덤하게 이야기해내고 있고 표지에 나온 것처럼 주조색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색이나 형태 어느 곳에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에 대한 이미지는 없어요.
죽음하면 '공포, 두려움, 불안'의 이미지라 굉장히 어둡고 강렬하게 그려질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저 죽음이란 아이 보세요. 빨간 꽃을 머리에 달고 있잖아요.
죽음을 이렇게 명랑하게 의인화 할 수 있다니.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 우리 한 번 책을 더 들여다 봅시다.
다음 부터는 죽음이 어디를 가는지, 언제 가는지, 어느 곳에 가는 지가 나와요.
우선 누구에게나 다 간다고 하는 장면이에요.
이 다음에는 어느 시간에나 다 갈 수 있다고 하고
그 다음에는 어느 곳에든 다 간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사람들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나와요.
어떤 사람들은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기 위해 불을 밝히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지나가기를 바라며
문을 닫아요.
그림 속에 한 집은 불이켜져 있고 문이 열려 있는데
한 집은 문이 꽁꽁 닫혀 있네요.
그러고 나서 책은 다시 또 누구에게 가는 지 대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앞에서 말했던 누구에게나 간다는 대상에서는 동물에만 빗대었는데
여기서는 좀더 현실적으로 이야기해요.
노인들에게 많이 가고
집단으로 많이 몰려 있는 곳에도 가고
그림 속 장면은 아이들에게 갈 때도 있다는 부분인데
전 이 부분을 보면서 세월호가 떠올랐어요.
그날...우리 아이들도 많이 함께 갔겠구나.
아...가슴이 멍먹하고 뻐근했습니다.
그렇게 죽음이 찾아가면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 많은 의문들에 대해 죽음은 답합니다.
내가 찾아가지 않으면 새로운 생명에게 내어줄 자리가 없다고.
죽음이 찾아가야 다른 생명이 자라난다고 말이죠.
그래서 죽음은 삶을 위하고 다른 생명을 위한 일이라는 설명을 해요.
여기에서 이 그림책의 그림이 이해가 됩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는 생각
즉,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지 끝이 아니기에 노란 바탕에 빨강 색이 쓰인 겁니다.
이제 작가는 좀더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삶과 나는 하나예요.
모든 생명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지요.
이렇게 몇 장면에 걸쳐 주제를 직접적으로 던진 작가는
다시 질문을 던진 뒤 답을 합니다.
죽음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고...사랑은 모든 슬픔과 미움을 없애주고
죽음을만나도 절대 죽지 않는다고 말이죠.
나는 죽음이에요.
삶과 하나이고
사랑과 하나이고
바로 당신과 하나랍니다.
지금까지 책을 통해 해온 이야기를 정리하는 마지막 장면이에요.
등장인물이 모두 나와 피날레를 하는 그림 속에
주제를 4줄로 정리했네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큰 스토리 없이 덤덤히
밝은 일러스트로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큰 감동이 있거나 하진 않지만 죽음에 대해 이러한 시도를 해 본다는 것 자체가
색다르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