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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 - 평화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 ㅣ 풀빛 그림 아이 62
프란체스카 산나 지음, 차정민 옮김 / 풀빛 / 2017년 4월
평점 :
프란체스카 산나 글/ 그림
차정민 옮김
풀빛
국제엠네스티 추천 도서
긴 여행
이 책은 난민에 관한 책입니다.
작가가 직접 이탈리아 난민 수용소에서 만난
두 소녀의 이야기,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만든 책이에요.
책을 다 보고 나면 이 표지가 이해가 됩니다.
바닷가에서 한 가족이 모래성을 쌓으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래성은 화려하고 분홍색, 주황색 계열이에요.
이 가족의 따뜻함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금방 부서질 수 있는 모래의 성질로 인해 이 평화가 곧 깨질 거라는 걸 암시하죠.
또 오른쪽의 검은 바닷물을 보세요.
무언가 불길합니다.
왼쪽으로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는 진행 방향도 그림책에선 독자에게 불편한 느낌을 주지요.
아니나 다를까.
검은 바닷물이 가족의 모래성을 부수고 쳐들어 옵니다.
가족들은 모두 도망칩니다.
전쟁을 이렇게 검은 바다로 표현했네요.
보통 빨간색으로 표현하는 데 검은 바다로 표현한 것이 참신했습니다.
그렇게 아빠를 앗아간 전쟁...남겨진 가족들...
가족 사진 속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애잔합니다.
엄마와 아이만 남겨진 가족의 뒷 배경 속 액자는 텅비어 있어요.
어떠한 사진도 담을 수 없는 암담함이 느껴집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의 친구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래서 엄마는아이들과 함께 짐을 싸고 밤을 틈타 달리고 달리고 달립니다.
다른 나라에 있을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꿈꾸면서 말이죠.
과일트럭에 몸을 숨기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엄마와 아이들은 여러 날을 그렇게 달리고 달립니다.
그리고 이 가족이 가는 길에 그림에서 처럼 제비떼가 함께 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국경에는 거대한 벽이 앞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벽은 엄청 크게 그려지고 사람은 한쪽 구석에 아주 작게 그렸어요.
빽빽하고 높은 나무들도 장벽과 함께 높은 벽을 치고 있지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을 크기의 대비로 잘 나타냈습니다.
그 높은 벽을 두려움 없이 넘으려고 했지만
경비원에게 걸립니다.
중세시대 빨간 마녀와 비슷해 보이는 경비원은 절대 안 된다며 돌아가라고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숨어 있는 엄마의 모습이 왼편과 오른편 상반됩니다.
왼편에서 아이들은 엄마가 이런 상황에서도 울지 않고 씩씩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른편 엄마를 보면 아이들이 잠든 후 엄마는 웁니다.
색돌 다르게 표현되어 있어요.
성모 마리아가 감싸 안은 듯한 형상을 하고
색과 눈물로 엄마의 감정을 표현한 장면인데 가장 와 닿았던 부분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사람의 도움으로 가족은 국경을 넘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배를 타고 여러 날을 떠돌아야했지요.
그렇지만 아이들은 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갖습니다.
검은색으로만 처리된 다른 난민들과 달리 아이가 바라보는 바닷 속은 매우 아름다워요.
그리고 자신들을 따라오던 새들을 보며 아직 정착하지 못한 삶이지만
자신들에게도 언젠가 새들처럼 안전한 보금자리가 생길거란 희망을 가져봅니다.
굉장히 무거울 것 같고 힘들 것 같고 불쌍할 것 같은 난민을 다룬 책인데
다 보고 나면 마음이 무겁거나 힘들지 않고 그냥저냥 괜찮습니다.
한쪽 구석이 불편한 감이 있지만 생각보단 견딜만 합니다.
아마도 책이 현실적으로 그려진 게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린 구조화된 그림이어서 그런 것도 있고
마지막 장면이 희망과 기대로 끝나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난민들의 처절하고 힘든 현실을 보여주기 보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책
그냥 가볍게 화두를 던지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을 사실적으로 그리기엔 어느 한 지역을 나타내야 하는 데
그러기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을 듯도 해요.
그래도 여전히 그림은 조금 아쉬운 책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볍게 난민이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꺼낼 때 활용하기에
괜찮은 책인 것 같습니다.
깊은 이야기는 실제 뉴스와 기사를 통해 접근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