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Bag 섬에 가다
김완진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BIG BAG 섬에 가다


김완진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에서 펴낸 책입니다.


제목과 표지가 주는 인상이 매우 강렬합니다.


액자에 담긴 듯한 그림은 한 사람의 뒷모습을 담고 있는데...큰 가방을 둘러메고 있고

호텔같은 곳에 들어가기 전인 듯합니다.


저 사람은 호텔에 들어가 당장이라도 쉬어야 할 것 같은 무게를 지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데요.


아마도 달이 뜬 시간적 배경때문에 더 그런 듯합니다.


그렇다면 

BIG BAG 섬에 가다에서 BIG BAG은 사람 이름일까요?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책장을 넘겨 봅니다.


그런데 책 속 이야기에는 BIG BAG이라는 인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한 노인이 나오고 그 노인이 늘 마시던 차 늘 나누던 이야기 늘 함께 하던 친구에게서


섬에 가보지 못하면 어른이 아니라는 놀림을 받고


어느날 섬에 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로부터 사건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우연히 날아든 바다와 섬 사진을 보고


친구의 놀림에 발끈해서 여행을 시작하는 노인.


어딘가 노인과 친구의 대화가 치기어린 사춘기 아이들의 대확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랏! 이것 보세요.


BIG BAG 을 든 노인이 길을 나서는데 불량한 친구들이 말을 겁니다.


친구보고 놀다 가래요. 


노인보고 친구래요. 


오호...여기서부터 점점 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이 노인이 사실은 노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말이죠.


겉모습은 노인으로 그렸지만 실상 내면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림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 불량불량한 아이들인  큰 베낭을 짊어진 노인을

 BIG BAG 이라고 불렀을 것 같단 생각도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불량한 친구들의 파티를 거절한 노인이 길을 가다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일 처음 만난 사람은 무너진 성벽의 문을 지키는 늙은 군인입니다.


난 다른 명령을 받지 못 했다고.


라는 의미없는 말만 되풀이하는 이 군인을 보니 고정관념과 선입견에 사로잡혀


허상을 지키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여행 길에 배가 고파 수프로 배를 채운 노인이


수프를 만들어준 주방장이 일러준 대로 산에 가 나뭇꾼을 만나고


수프를 주는 대신 지름길을 알게 됩니다.


거대한 나뭇꾼 앞에 노인은 아주 작고 초라한 소년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노인은 섬에 가기 전 한 호텔에서 하룻밤 묵습니다.


표지에 나왔던 그곳이죠.


그런데 이 호텔에 있는 사람들이 노인을 말랍니다.


섬에 가봤자 좋을 게 없다


고생스러운 데 뭐하러 가냐


지금 여기가 다시 그리울 거다...


노인이 섬에 가는 길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노인의 여행을 반대합니다.


섬에 가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노인의 표정 보세요 난감해 보입니다.


그런데 보셨나요? 노인 앞에 놓인 음식이 아이스크림입니다.


이쯤되니 이젠 '노인=소년'의 공식에 확신이 섭니다.





그리고 바다에 드디어 바다에 도착한 소년, 아니 노인이 


섬에 다녀왔다는 뱃사공의 무용담을 뒤로 하고 배를 한 척 얻어 타고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래요 다른 이의 무용담은 아무리 들어봐야 간접경험이에요.


직접 가봐야지요.


남들이 아무리 말려도 직접 가 봐야지요.


그리고 저 배 보세요. 퀼트처럼 천을 잇대어 놓은 데다가 지퍼도 달려있고


노인의 배 앞에는 러버덕과 도너츠가...ㅋㅋㅋ 


얘야 너 어디가니?





이 책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아...무척 인상 깊습니다.


섬에 도착한 노인...BIG BAG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작아진 소년의 등에는 작은 small bag이 있습니다.


노인과 집에서부터 여행길 내내 함께 했던


파랑새와(새장까지 가지고 다니던 파랑새) 고양이가 소년의 곁에 있습니다.


그래요. 노인은 이제 드디어 자신의 진정한 내년 속 소년과 만나게 된 겁니다.


어느 것이 진짜 겉모습이고 어느 것이 진짜 내면인지...독자의 판단일 겁니다.


저는 파랑새와 고양이가 있는 작은 소년의 모습이 진짜 노인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외형상 진실이든 마음만 소년이든 말이죠.


이 책 서두에 작가는 이런 말을 적어 놓았습니다.


나에게 결혼은 마치 가 본 적 없는 미지의 섬을 찾아 헤매는 것과 같았다. 두려웠다.

그 낯설고 어색했던 여정의 기억들과 마주했던 사람들 그리고 내속에

또 다른 나의 모습들을 나의 머릿속 상상과 표현으로 새로운 옷을 입혀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가가 써 놓은 이 말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잘 이해가 되네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아주 잘 형상화 한 듯합니다.


섬에 가 본 다는 것...진정한 외로움 진정한 자아와의 마주침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뼘 성장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섬에 가길 반대했던 수 많은 사람들과 험난한 여정 

그리고 거기에 가길 위해 짊어져야 했던 BIG BAG


그러나 섬에 닿으니 모든 것을 내려 놓을 수 있었던

BIG BAG 


                 BIG BAG 섬에 가다

는 많은 생각과 의미를 던져주었습니다.

작가는 결혼이 섬이었고 제게도 결혼이 섬이었습니다. 

그러나 육아는 아직 닿지 못한 섬인 것 같습니다.


BIG BAG 섬에 가다의 노인처럼 저도 언젠간 섬에 닿아

 BIG BAG 을 내려 놓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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