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 동화는 내 친구 3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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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린드그렌~ 그녀의 책이 나왔다.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
이 책을 아주 짧게 정의 내리면

재기발랄한 두 자매가 엄마품을 벗어나 
작은 여행을 하며 좌충우돌 성장하는 하루 살이
라 할 수 있다.



 

아...제목부터가 얼마나 흥미로운가. 완두콩을 콧구멍에 넣다니...^^

뭐 현실에서 일어나면 식겁할 일이지만 
이게 또 충분히 현실 가능한 얘기라는 게 이 책의 개연성을 보여준다.

우리 아들도 그러하기에...




택배 상자...왜 좋아하는 거니...또 들어가려고?  다행이다. 상자에 널 넣어서. 리사벳처럼 네 몸에 상자를 넣는게 아니라.




유교전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곰돌이 교구. 수세기 공부인데...뭐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
곰돌이 입에 밥 주기가 목적.ㅡㅡ;;;


 

중고로 구입했다 중고로 판매한 몬테교구.

울 아들이 젤 좋아하는 건 막대에 구멍 링 끼우기~~~
아주 어릴 때 부터 무언가 넣는 걸 좋아하던 녀석.


책 속 주인공인 리사벳도 우리 아들처럼 어딘가에 무엇인가를 넣기 좋아한다. 
구멍 탐색기에 나타나는 아이들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리사벳~!!
그러다 결국 완두콩을 콧구멍에 넣는데...ㅋㅋ


그 이야기를 들은 언니의 반응이 기막힌다. 
콧 속 완두콩에서 꽃이 피어날 거란 상상을 하며 리사벳을 걱정으로 몰아 넣은 언니 마디켄.

아이들은 정말 기발하다. 수박씨를 삼키면 뱃 속에서 수박이 자랄 거라고 상상하질 않나...

재미난 사건이 벌어지고 재미난 상상이 이어지고 이야기는 점점더 흥미를 더해 가는데

이 동화의 진정한 시작은 이후부터이다.

리사벳의 콧구멍에 들어간 완두콩이 빠지지 않아 아이들은 결국 의사 선생님을 찾아 
읍내 한복판 병원으로 가게 된다.
엄마가 몸이 안 좋아 단 둘이 말이다.

부모의 돌봄 없이 언니와 동생 둘만 떠나는 이 작은 일탈과 여행은 이 두 자매에게 어떠한 의미일까?

콧속에 완두콩이 들어가서 걱정이 되면서도 아이들 다운 천진함으로 
걱정은 잠시 잇고 보이는 것마다 호기심을 갖고 거기서 재미를 발견하며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는 이야기 전개를 보면서 작가가 아이들의 심리와 생활을 무척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들의 싸움에서 언니들의 싸움으로 번지는 것도 
나쁜말을 그대로 배워 되돌려 주는 것도 모두 사실적인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라 현장감 있었다.

콧 속에 완두콩이 들어 병원에 가던 길인 것도 잊은 채 한 바탕 소동을 벌인 자매가 나중에야 완두콩을 생각해 내고 부리나케 병원에 가게 되고, 완두콩은 싸우면서 예진작에 빠져나왔다는 걸 알게 되면서 사건의 발단은 아주 쉽게 해결된다.

다만, 싸우면서 생긴 언니의 코를 치료하게 되는 또 다른 이벤트가...^^;;;


 

집으로 돌아온 두 자매는 잠자리에서 낮에 있었던 일들을 상기하며 기도를 하고
또 한 뼘 성장하는데 좌충우돌 자매의 재미난 하루 살이를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말썽쟁이지만 자신과 싸웠던 친구가 지옥에 갈까봐 걱정하는 아이들의 천진함이 나를 정화시켜 주는
이 동화책은 나의 어린시절의 한 장면을 불러오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어린 시절 나의 에피소드
우리 집에서 버스를 타고 5정거장 정도 가면 있었던 당시 전국에서 유일했던 어린이 도서관에 나는 남동생과 단 둘이 자주 다녔다. 엄마는 우리 둘에게 버스비 정도만 쥐어주고 다녀오라고 했는데 아마 내가 초4이고 동생은 초1정도 되었을 때이다. 버스를 타고 갈 때는 평범히 가지만 올 때는 손에 든 버스비를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데 사용하고 걸어오기도 했고, 동생에게 유치원 생이라고 거짓말을 시켜 나만 버스비를 내기도 했다. 동생의 기억에 의하면 심지어는 지나가는 아줌마에게 돈을 빌려 버스비를 충당하기도 했단다. 그렇게 우리 남매는 둘이만 도서관도 가고 여의도 가서 자전거도 타고 박물관도 가고 하면서 많은 경험들을 했다. 동생을 데리고 시내로 나가면 자신이 불쑥 자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마디켓의 기분이 무엇인지 충분히 공감된다.

우리 아들의 에피소드
그리고 이러한 작은 일탈과 여행을 최근 우리 5살난 아들도 경험했다.
한 달 전 우리 아들이 4살 후반을 지날 때 아는 집에 가서 당시 8세 형아, 5세 누나와 함께 놀았다. 아이들은 어울려 놀고 나는 뱀인형을 만들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해 아파트 단지 내 빵집에 심부름을 보내게 되었다. 처음엔 8세, 5세 형과 누나만 가려 했는데 4세였던 우리 아들도 같이 가겠다고 나선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아직 한 번도 엄마 없이 외출해 본적이 없는 아들을 형과 누나에게만 맡기고 보내도 되는 가 잠시 갈등했지만 이 작은 경험이 아이를 더욱 성장하게 해 줄 거라 믿고 보내봤다.

바로 코 앞에 있는 빵집을 다녀오는 데  세 아이는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중에 8세 형아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방구 앞에 있는 뽑기 기계에서 셋이서 돌아가면 한 번씩 하고 왔다는 거다. 당시 우리 아들은 그런 걸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어서 무척 놀라운 신세계를 경험했을 것이다.

엄마의 품을 벗어나 형과 누나의 보호아래 혼자만의 여행을 무사히 하고 돌아온 아들이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리사벳이 언니와 읍내에 다녀온 뒤 느꼈을 기분을 우리 아들도 그날 느꼈을 거다.

아이들이 자라는 때는 부모가 없을 때, 그 그늘에서 벗어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의 심리와 성장이 재미와 함께 잘 나타난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라는 동화는 아이들에게도 부모들에게도 매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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