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하려는 말은 ㅣ 독고독락
낸시 풀다 지음, 백초윤 그림, 정소연 옮김 / 사계절 / 2025년 9월
평점 :

<내가 하려는 말은> 내시 폴다의 짧은 이야기 2편이 실린 얇은 책이다.
미국 sf작가이자 컴퓨터 공학자인 낸시 풀다의 글을 이번에 처음 읽었다.
처음인데 반했다.
sf가 현 시대 문제점을 지적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보여줄 때
개연성이 극대화 된다. sf가 아닌 리얼리즘 소설처럼 읽힌다.
이 책도 그랬다.
첫 번째 <움직임> 이야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의 제목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은'인데 이 이야기와 연결된 것 같다.
낸시 풀다 작가 아들이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고 한다.
<움직임>에서는 시간자폐라는 개념이 나온다.
주인공 한나는 다른 이와 언어로 소통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과 시간과 세상을 다르게 느낀다.
그걸 말로 하지 않을 뿐.
미래 사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는 시냅스 시술을 통해 해결한다.
한나의 부모님은 이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나는 날마다 나를 환대하지 않는 세상에 맞추어 가는 법을 배운다"
이야기 마지막에 한나가 하는 말이다.
장애는 개인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손상이 아니라, 그러한 손상을 가진 사람이 사회적 장벽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산물이다.
즉, 장애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특정한 능력과 조건만을 정상으로 간주하고, 그 외의 사람들을 비정상 또는 결핍된 존재로 취급하는 사회적 태도와 제도적 장벽이 문제다.
이를 반영해 자폐인을 신경다양성인이라고 칭하고 다른 사람들은 신경전형성인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 각자 다른 특성을 가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움직임>에서도 한나가 사회에 맞춰줘야하는 것, 파리지옥이 생존을 위해 진화한 것처럼 그래야하는 게 장애로 느껴진다.
사회에 맞지 않는 존재는 모두 장애인 건가?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물음을 던지는 이야기다.
성인으로 진입하기 전 사회 시스템 속에서 나는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 한나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정상과 비정상은 누가 정하는가?
-한나는 장애인가?
-장애를 정의해보자.
-내가 한나 부모라면 새로운 시술을 할 것인가

두 번째 이야기 <다시, 기억>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앨리엇이라는 할아버지가 시술을 받고 뇌기능이 돌아온 이야기다.
앨리엇은 대부분의 뇌기억이 돌아왔지만 기억이 사라졌다.
가족들에 대한 기억도 없다.
가족들은 앨리엇과 새로운 기억을 만들며 살아가야하는 데 자꾸 이전 기억을 말해주며 기억을 떠올리게 하려 한다.
"
난 당신이 잃어버린 그 남자가 아니야! 나는 결코 그가 될 수 없어.
"
결국 앨리엇은 부인 그레이스에게 폭발한다.
이후 둘은 다시 관계 설정을 한다.
처음 만난 사람처럼 서로를 소개하고 알아가는 방법으로.
이 이야기는 <나란한 두 그림자>(김나은) 이야기와 비슷한 구조다.
저승에 갔다 돌아와 기억이 없는 사람에게 이전 기억을 되살리려하고
눈 앞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
두 이야기 모두 눈 앞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이 공통점이다.
특히나 알츠하이머는 더욱 그럴 것 같다. <다시, 기억>처럼 뇌 수술로 뇌기능이 복구 되진 못하겠지만
우야든둥 지금 그 순간만 있는 알츠하이머 환자. 그 환자를 대할 땐 이전 모습을 떠올리며 슬퍼할 게 아니라 현재 모습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
짧아서 1시간 정도면 후루룩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책 <내가 하려는 말은>은
짧지만 여운이 긴 책이다.
사회와의 소통, 사람간 사이의 소통
그것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을 그리고 있는
sf이야기.
올해가 가기 전에 짧은 이야기 두 편을 통해 2026년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설계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