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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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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작품을 쭉 읽고 있다. 비교적 최근 작인 이 작품은 이제 어느정도 나이가 들고 연륜이 쌓인 작가가 쓰고싶은 대로 쓰겠다는 배짱이 엿보인다. 그간 중국도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된 상황에서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소비'하게 하는 시류에 맞추어, 착하고 따스한 휴머니즘이 가득한 작품은 잘 팔리고 인기가 많을 것이다. 이것은 삶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교양을 추구하는 독자의 욕구(허영심?)을 충족해주는 한편, 작가의 선한 천성과 무기력한 휴머니즘의 콜라보를 양껏 펼쳐낼 수 있는 무대 라고 해석하면 너무 과한가


그간의 소설에서 위화의 주인공은 대체로 무력하고 운명에 순응하는 데 그 운명이라는 외부의 힘이 계속 위기를 만들어 왔음에도 주인공은 마치 제3자의 얘기를 하는 것처럼 관조적인 자세였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역시 크게 다르지 않으며 다만 여기서는 외부의 힘 역시 대체로 선한 것으로 그려져 큰 갈등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니까 아주머니를 죽인, 시체를 강탈해 간 사건이나 재개발 지구에서 사람이 있는 채로 철거하여 사람을 죽이거나, 쇼핑몰 붕괴사고 등에서 이러한 사회 문제를 미봉하려는 일부 권력자의 악함이 아주 양념처럼 곁들여져 있고, 주인공에게 직접적인 갈등은 아주 선한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읽다보면 중국인들이 이렇게 착했던가? 싶다 ㅎ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일대기를 아우르는 이 이야기는 재미있다. 운명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듯 살아 온 수동적인 주인공이 주변의 여러 선한 사람들의 도움과 약간의 행운으로 비교적 평탄하게 살아왔고, 죽은 후 의미있는 장소들을 방문하며 그런 인생 기억의 조각들을 다시 맞춰보고, 저승에서의 사람들과의 인연, 그리고 기다리던 아버지와의 만남 등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특히 아버지와 주인공 간의 사랑과 유대감, 서로를 원앤 온리로 아끼는 그 마음은 정말 따스하게 그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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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이름이 없다
위화 지음, 이보경 옮김 / 푸른숲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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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짧은 단편 17개 모음집으로 비교적 초기 작가의 인물상을 볼 수 있는 작품.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수동적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리고, 부당함이나 모욕을 감내(라고 하기도 어려울듯.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임)하고, 그 상황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는 캐릭터이다. 심지어 어떤이는 친구집에 놀러왔을 뿐인데 상황에 떠밀려 친구를 이혼시키고 그 와이프와 결혼까지 하게된다.


이들은 억울한 일이 있어도 변명하지 않고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체념과는 조금 다른 차원으로 일상적인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생'의 노인을 연상케 한다. 표제작 '내게는 이름이 없다'에서 처럼 부르면 부르는대로 그게 자신의 이름이 되는...그 와중에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는 죽임을 당하거나 두드려 맞는 등 철저히 응징을 당하게 된다. 그래서 슬픈일도 나쁜일도 흘려보내는 일이 다반사이다.


작가의 이런 무력함은 착한 성품인가, 사회에 대한 좌절인가, 그냥 무기력인가 모르겠다 


논외로(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자연스럽게 작품에 드러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중국인들의 '민도'를 엿볼 수 있는데 참 그렇다. 폭력이 너무나 일상적이고, 사기나 약탈.. 뺏을 수 있으면 뭐든지 뺏는다는 조금도 손해를 안보려는 악다구니. 가난한 자에 대한 멸시와 모욕. 모든 관계에 위계를 만들고 말장난(?) 말싸움으로 상대방의 위치와 체면을 정해버리는 간교함... 이런 것들이 외국인의 입장에서 볼때 너무나 추악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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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속의 외침 - 2판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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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으로 위화 작가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옌롄커 작가와 비교하게 되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장르가 완전 달랐던 것이다. 위화의 첫번째 장편소설인 이 작품의 전체적인 인상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같은 느낌이다


- 파편화된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세피아 빛 필터가 한겹 씌어진 것처럼 채색되어 나열된다. 시간 순서는 무작위로 배치되었는데 반전 감동 같은 인위적인 기교라기보다는 어린시절을 회상하면서 기억들이 꼬리를 물고 둥실 떠오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 주인공 소년은 가난한 부모, 농촌사회의 부조리, 사춘기 시절의 앳된 욕망, 친구들과의 우정이나 동경을 겪는다. 근데 이 모든 상황이 필터가 있는 것처럼 깊은 감정의 격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 이것이 위화 스타일이구나. 독자들은 이렇게 과몰입하지 않는 소년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화자의 시선으로 부터 나름의 편안함을 느낄 것 같다. 위화 소설 내 주인공의 동력이라면 인간 본성에의 과한 충실이나, 신념이나 사상이 아니라 그냥 물 흐르듯이 살아가는 것으로 당장은 이해된다.


몇 권 더 읽어봐야겠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칠 위인이 못 된다. 그저 내 몸속을 유유히 흐르는 생명의 소리를 숭배하는 그런 인간에 불과하다. 생명 그 자체를 제외하고는 살아갈 다른 이유를 찾지 못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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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의 철학 수업 - 어떤 철학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
마루야마 슌이치 지음, 송제나 옮김 / 지와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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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맘에 드는 철학 수업 책. 철학자의 사상에 대한 정보를 주는 철학 책이 아니라 철학 사상을 기틀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를 얘기하고 있는 책이다. 다만 전체적인 내용은 나라는 개인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깨달음에 가까운데, '개인주의자'라는 키워드로 억지로 묶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999% 일치하여, 내용을 정리해두기로 하였다!


ㅇ개인주의에서의 소비


최근의 현대사회는 사느냐 사느냐의 문제, 어떻게 사느냐가 화두인 가치중점사회에서,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사회의 동조압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개인 가치의 증명 수단으로 소비가 사용되는 데... 완전하게 자유로운 개인의 취향이란 없지만

최소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 필요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구매하려는 것은 아닌지!!)


나를 구원하는 일이란 남 따라하기나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을 그만두고 

나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것은 무엇인지 나다운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추구하는 것


개인주의란 개성을 발전시켜나가는 것. 그래서 다른 존재의 개성을 존경하면서 나를 존경하는 것


ㅇ 갈등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 남들이 보는 나의 모습, 나의 진정한 모습 간 간극은 있을 수밖에

다만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내가 다른건 내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

"우리가 인격이라고 하는 건 변하지 않는 성질이 아니라, 내가 유지하고자 하는 어떤 상태를 가리키는 말",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어떤 성질


남에 대한 과잉 의식, 과잉 적응을 벗어나야함 지나치게 심각할 필요는 없음

나의 역사의 맥락에서 스스로 생각해야하며 이는 감정을 발견하는 일에 가까움

나다움을 발견하게 하는 감정 중 중요한 축은 부끄러움, 그리고 타인에게 응석을 부리고 싶은 마음


ㅇ 인간 자유의 양면성


자유는 본디 고독, 책임과 함께 부여되는 것이나 고독과 책임을 견디지 못하고 자유에서 도피하게 되는 매커니즘도 있는 양면성이 있는 존재임

개인주의자는 집단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만 고립의 고통도 없는 상태, 세상과의 일치감을 갖는 조화로운 상태를 뜻함

일치감을 얻기위해 자신의 이성으로 받아들일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내면의 욕구와 기분을 억누르는 퇴행적 상태는 안됨, 나의 선과 세상의 선이 일치되도록 나다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자유로운) 개인주의자


ㅇ 유유자적한 삶


어떤 것과도 다투지 않지만 어떤 일에도 자기 성질을 잃지 않아야 함

겸허함은 눈에 띄지 않거나 자기를 비하하거나 인격자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군더더기가 없는 행동에 가까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안달복달하지 않는 것. 유유자적이란 그런 것에서 해방되어 나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믿는 상태

불안정한 마음의 상태는 허상, 마음을 있는대로 받아들일 것


ㅇ 자기혐오


"인간은 저마다 인간 존재의 온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어떤 삶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행복해지는 길은 불행한 일을 겪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

원래 인생이란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 일인지 당장은 알기 어려움

그런 면에서 운명은 필연이 아니고 자유 선택도 운명인 것

세상은 끊임없이 흔들리는 그네처럼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결과는 예측할 수 없음

타인의 관념속에서 만들어진 내 모습의 허상에 집착하지 말자


ㅇ 통제가능성


참다운 나라는건 존재하지 않음. 다층적인 자신이 존재하기에 무아에 가까움

나라는 존재도 없는데 남이라는 존재도 있을 수 없음. 나와 남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로 고통스러워하는 것 또한 모두 집착일 뿐



ㅇ 예술, 0의 시점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


손해와 이익을 계산하지 않고, 감정이 과잉하지 않고, 어떤 대상도 거리를 두고 볼 것

개인주의의 궁극은 결국 나를 없애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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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왕 - 정보라 소설집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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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주인공이었던 모험담이나 설화같은 구조의 이야기들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치환한 단편들 모음집이다. 


- 그래서 무슨 모티프인지 모르지만 주인공이 공주인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어 당황...


- 작품마다 문체가 휙휙 달라져서 그것도 당황. 첫 작품은 마치 구병모 작가 같은 문투더니 암튼 버라이어티하다


-"남자들을 죽이는 여자들 이야기"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꾼 것 외에 어떤 다른점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것도 이미 하나의 클리셰가 된지 오래라 특별히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 않는다.


- 차라리 사막의 빛이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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