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이름이 없다
위화 지음, 이보경 옮김 / 푸른숲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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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짧은 단편 17개 모음집으로 비교적 초기 작가의 인물상을 볼 수 있는 작품.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수동적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리고, 부당함이나 모욕을 감내(라고 하기도 어려울듯.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임)하고, 그 상황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는 캐릭터이다. 심지어 어떤이는 친구집에 놀러왔을 뿐인데 상황에 떠밀려 친구를 이혼시키고 그 와이프와 결혼까지 하게된다.


이들은 억울한 일이 있어도 변명하지 않고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체념과는 조금 다른 차원으로 일상적인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생'의 노인을 연상케 한다. 표제작 '내게는 이름이 없다'에서 처럼 부르면 부르는대로 그게 자신의 이름이 되는...그 와중에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는 죽임을 당하거나 두드려 맞는 등 철저히 응징을 당하게 된다. 그래서 슬픈일도 나쁜일도 흘려보내는 일이 다반사이다.


작가의 이런 무력함은 착한 성품인가, 사회에 대한 좌절인가, 그냥 무기력인가 모르겠다 


논외로(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자연스럽게 작품에 드러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중국인들의 '민도'를 엿볼 수 있는데 참 그렇다. 폭력이 너무나 일상적이고, 사기나 약탈.. 뺏을 수 있으면 뭐든지 뺏는다는 조금도 손해를 안보려는 악다구니. 가난한 자에 대한 멸시와 모욕. 모든 관계에 위계를 만들고 말장난(?) 말싸움으로 상대방의 위치와 체면을 정해버리는 간교함... 이런 것들이 외국인의 입장에서 볼때 너무나 추악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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