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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의 말 -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한 철학 에세이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7월
평점 :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한 철학 에세이 - 세네카의 말
평소에 좋은 글이 있으면 캡쳐를 하거나 필사를 한다. 수집했던 많은 명언 중에 세네카의 말도 있었는데 그때 그 글이 너무 좋아서 세네카의 말이 가득한 책을 읽으면 좋은 글을 얼마나 많이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처음에 세네카를 알게 해준 말은 이 문장이었다. 유한한 존재인 걸 알면서 시간이 무한정 주어진 것처럼 행동한다. 이것을 봤을 당시 정말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았다. 말만 '시간이 금이야' 하면서 정작 행동은 그 반대로 하면서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너한테 하는 말이야 잘 새겨들어 하는 것 같았다.
책 《세네카의 말》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 화 다스리기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오래 전에 한 말이지만 지금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해당이 되는 말로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서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이전에 우연히 봤던 세네카의 명언도 시간에 관한 얘기였다. 책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시간에 관한 부분이 눈길을 사로잡아서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 현재에 충실할 것 등등의 얘기를 하면서 시간의 소중함과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하다. 공기도 시간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 소중함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게 있는 것 같다. 시간 정말 중요하다. 중요한 걸 알지만 언제나 시간을 대하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눠지는 것 같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개인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왜 그런가 했더니 아마 자신의 삶이 보통 인간이 누리는 수명을 자신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여겨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 말고도 내일이 있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흘러가는 게 너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예전에 시간을 돈으로 환산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돈으로 환산된 시간을 다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돈을 누가 하루에 이만큼 쓰라고 주는데 내일이 되면 사라진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놓이면 어지간하면 진짜 내일 돈이 또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오늘 다 못 쓰면 사라지는 돈이 아까워서라도 악착같이 쓸 것이다. 시간이 금이다, 시간이 돈이다 하는 이야기를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잠시동안은 시간은 소중해 정말 잘 써야해 하면서도 어느 순간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물론 필자도 그렇다. (시간을 소중히 쓰는 사람도 많다.) 왜 그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릴까 생각을 해보면 시간이 소중하다고 느낄만한 경험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혹은 시간이 눈에 보이지 않기에 금방 잊어버리는 게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지고도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유는 시간 자체에 형체가 없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유가 어떻든간에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간다. 나와 상관없이 흘러간다는 게 무서운 일이다.
지금도 많이 노력해야 하지만 시간의 흘러감을 의식하면서 살고자 한다. 시간을 신경쓰게 된 건 정말 인생이라는 게 내일을 알 수도 없고 심지어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5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기에 지금을 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일하면 되지. 다음에 사랑한다고 표현하면 되지"라고 생각이 들 때 "내일은 없을 수도 있어 지금해야해" 하면서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고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 정말 내일이라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거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하게 된 것도 인생을 조금 더 알차게 보내려고 하게 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세네카는 화 다스리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이 부분에서도 공감이 많이 되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화가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를 언론보도에서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보는 경우가 있어서 더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화다스리기 부분을 조금 더 일찍 봤다면 화로 인해 마음과 하루를 망치는 일이 없었을 텐데 그렇지 못해 고생을 했다.
며칠 전 가족이 건넨 한마디에 너무나 화가 났는데 그 화를 가라앉히지 못해서 몇 시간을 씩씩거렸다. 평소에는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인데 그때는 정말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화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일을 겪고나서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편을 보니 짧디 짧은 인생을 화 내는데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 못나보였고 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했나 하는 자책을....
그냥 별말 아니라고 넘기거나 화가났어도 오래 담아두지 말고 쓰레기통에 쓰레기 버리듯이 버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작 나에게 화를 안겨준 사람은 내가 화가 난 줄도 모르는데 혼자서 마음을 지옥으로 만드는 화를 버리지 못하고 스스로를 망가뜨렸다.
화만큼 격정적이고 자기파괴적인 감정도 없다
책에서는 화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온 몸에서 적군의 피 혹은 맹수의 피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 시인들이 묘사했던 것처럼 온 몸에 독사를 휘감고 입에서 활활 불을 뿜어내는 괴물 같은 모습'.
화가 난 그 당시의 모습을 봤으면 아마 이랬을 것이다. 화가 난 모습을 글로 보니 얼마나 그때의 내가 추악했었는지 ...
화가 날 것 같으면 혹은 화가 나면 그 공간을 벗어나서 마음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추악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어느 작가도 화가 났을 때 바로 화를 내지 않고 잠깐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운동을하러 나가서 이성적으로 자신이 마주한 상황을 바라보려 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화를 내지 않았다. 말도 한 번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듯이 화도 다스리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화에 휩쓸리면 처음 닥친 불운을 이기지 못하고 더욱 큰 불운에 빠지고 만다. 결국 화라는 감정에 지나치게 휩쓸려 몸과 마음의 자유를 포기하고 자기 손으로 목에 칼을 들이민 꼴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화를 다스리려면 몸과 마음을 잘 돌봐서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소한 일이나 문제로 쉽사릴 화를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세네카의 말》은 인생을 잘 살고 싶은데 누구에게 조언을 들을 수 없을 때 두고두고 보면서 도움을 받기에 좋은 책이다. 인생을 잘 살고 있다면 이대로 열심히 살면 되고 조금 이런 부분에서 부족하다 싶으면 그 부분에 관해 생각을 달리 해보면서 바꿔나가면 좋을 것 같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