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도로봉
사이토 린 지음, 보탄 야스요시 그림,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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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 도로봉'의 처음 부분을 읽으면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향수', 서로 전혀 다른 두 이야기가 생각났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는 듯 읽히는 느낌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비현실적인 능력, 뭔가 몽환적인 세계에 있는 듯한 도로봉이라는 인물에서 '향수'를 떠올린 것 같다.

  '향수'의 그루누이가 냄새에 관한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났다면, 도로봉은 도둑질을 하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직접 만나도 기억에서 지워지는 특징 없는 외모,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면서 소리도 흔적도 남지 않는 걸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물건의 소리를 듣는 능력, 도로봉은 천 번의 도둑질에도 잡히지 않은 천재 도둑이었다. 서두르지 않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이 도둑의 이야기에, 치보리 형사도 아사미 기록 담당관도, 그리고 나도 함께 귀 기울이고 있었다.

  서늘한 느낌을 주는 '향수'와 달리 '도둑 도로봉'은 온기 가득한 이야기이다. 그 따뜻한 느낌이 너무 좋아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아쉬울 만큼이었다. '훔쳐낸 게 아니에요. 도와준 거예요.'라던 반지의 말처럼 물건의 외로움을 읽고 손을 내미는 도둑 도로봉, 그리고 그런 도로봉을 감옥에 가두고 싶지 않아 달려가는 착한 형사들, 도로봉에게 생명의 목소리를 듣게 하는 강아지 요조라가 함께 그 따뜻한 이야기를, 마음으로 응원하며 읽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어.", 다른 동화나 소설에서도 몇 번 다루어진 주제지만, '도둑 도로봉'은 그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이야기가 참 매력적이다. 도로봉이 훔쳐낸 물건들의 이야기도, 도로봉을 공원에서 만난 부모님의 이야기도, 그리고 그 공원을 만든 이의 이야기도, 어느 하나 '쓸모없는' 부분이 없다. 열흘 간의 이야기와 그 중에 만나지는 것들을 도로봉처럼 천천히, 하루하루 보듬게 된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동화, 세상의 더 많은 이야기들이 이만큼 따뜻했으면 싶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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