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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 생명의 여행 - 2018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여름방학에읽기좋은책, 2018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8 오픈키드좋은어린이책목록 추천 ㅣ 바람그림책 59
스즈키 마모루 지음, 김소연 옮김, 곽승국 감수 / 천개의바람 / 2017년 7월
평점 :
얼마 전 몇 편의 시리즈에 걸쳐 아주 흥미롭게 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있어요. 로봇과학자,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등이 참여해서 제작한 동물 로봇. 소형 카메라를 장착하여 원격 제어가 가능한 동물 로봇은 한 올 한 올 털도 살아있어 실제 동물과 큰 차이가 없어요. 감쪽같은 동물의 모습을 한 로봇이 무리 속에 들어갑니다. 관찰자의 카메라가 아닌 한 무리가 되어 담아낸 영상은 그만큼 더욱 흥미진진했습니다.
동물들은 자신들의 생김새를 비롯, 습성과 자세 또한 비슷한 로봇들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무리로 받아들이고 함께 생활합니다. 로봇 원숭이가 나무에 떨어져 미동도 없이 깨져버리자, 자신들의 친구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듯 슬픔에 잠기고 껴안아보고 숨을 쉬는지도 확인해 봅니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인간들의 세계보다 더 큰 감동을 보여줍니다.
아무도 없는 깊은 밤의 여름 바닷가.
모래사장 위를 부지런히 기어 오는 바다거북이 보입니다.
뒷다리로 퍽퍽 모래를 파고, 50센티미터 정도 되는 구덩이를 만듭니다.
바다거북은 모래사장에 알을 낳으러 왔거든요. 알을 품지 않는 바다거북은 알을 낳고 모래로 슥슥 덮고 바다로 돌아갑니다.
60일 후, 알을 깨고 나온 아기 거북들이 보입니다. 네 다리를 파닥파닥 움직이며 밖으로 나아갑니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은 바다가 있는 그곳으로.
해류를 타고 일본의 바다에서 1만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 캘리포니아의 바다까지 헤엄쳐 가는 바다거북은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여행을 하며 바다거북은 몸길이가 20센티미터까지 자라고 헤엄도 잘 치고 커다란 새우나 조개도 먹고 바위틈에서 잠도 자요. 사람들이 버리는 비닐이나 페트병을 해파리나 오징어로 착각하고 먹기도 해요.
그렇게 넓고 넓은 바다에서 생태계 상위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운 좋게 20년 정도 살았습니다. 이제 1미터가 넘고 무게도 100킬로그램이 넘어요. 바다거북은 다시 1만 킬로미터 떨어진 일본의 바다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헤엄을 칩니다. 그렇게 1년이나 걸려서 일본의 바다로 돌아와요.
그리고
첫 장면을 넘겼을 때 보았던 그 장면을 우리는 다시 마주합니다. 어둑어둑한 모래사장으로 휘적휘적 헤엄쳐 오는 바다거북의 모습.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바다거북은 긴 여행을 한 뒤, 맨 처음 알에서 나온 모래사장으로 돌아옵니다. 새로운 생명을 낳기 위해.
마지막 장면을 펼쳤을 때 느껴지는 찌릿한 저림같은 감정을 함께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바다 거북의 일생을 알 수 있는 그림책이지만 감동이 함께 합니다.
첫 장면을 넘겼을 때 보았던 그 장면을 다시 마주 할 때,
어둑어둑한 모래사장으로 휘적휘적 헤엄쳐 오는 바다거북의 모습을 볼 때.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