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의 여동생 신나는 새싹 54
디디에 레비 지음, 클로틸드 페랭 그림,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팔짱을 낀 표지 속의 가운데 인물이 빨간 모자의 여동생인 것 같네요.
히피풍의 옷과 머리 장식이 자유분방함을 돋보이게 해 주는군요.
함께 나란히 서 있는 친구들은 장화 신은 고양이, 아기 돼지, 요정으로 보이는 것으로 짐작하건대, 동화 속 주인공들 같아요.  나무 위에 백설공주도 앉아있고요. 그런데 왜 하나같이 표정들이 이렇게 냉소적인지 궁금해집니다.

빨간 모자와 늑대의 이야기는 모두 아실 테고, 사냥꾼에게 구출된 빨간 모자는 어엿하게 성장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게 되지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사인을 해 줘야 하고,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선글라스를 끼고 다녀야만 하죠. 그런데 빨간 모자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은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빨간 모자의 동생은 언니와 할머니처럼 유명해지는 것을 거부하고 숲에서 놀고 산책하는 것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언니와 할머니가 셀럽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피부관리실에 간 어느 날, 숲 속에서 사색하던 빨간 모자의 동생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듭니다. 그리곤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죠. 그곳엔 바로 언니와 할머니와 한 판 붙었던 늑대가 서 있었으니까요.

『거짓말 손수건, 포포피포』 의 작가 디디에 레비가 글을 쓴 이 그림책은 샤를 페로의 동화 '빨간 모자'를 재해석한 패러디 그림책입니다. 원작에는 없던 빨간 모자의 여동생을 주인공으로 한 이 그림책은 동화 속 인물 비틀기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대의 가장 큰 문제. 환경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유명세를 치르고 숲을 재개발하려고 덤벼드는 빨간 모자와 할머니의 야심이 우스꽝스럽게 전개되는데, 나라의 발전을  핑계로 사욕을 챙기며 환경을 망쳐놓고 있는 사람들이 동시에 떠오르더군요. 녹조 라테를 만들어 낸 장본인들에게 한 잔 마시게는 해 줘야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아이들이 오히려 어른들보다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 아세요?
제 딸 같은 경우에도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답니다. 장래 희망 중에  '쓰레기 줍는 사람'이 있을 정도에요. (제가 슬쩍 '환경운동가'를 해 보면 어떠냐고 방향을 전환시켜주긴 했지만요.)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을 비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당당한 어린이의 모습에 반하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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