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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산책 ㅣ 딱따구리 그림책 19
레이첼 콜 지음, 블랑카 고메즈 그림, 문혜진 옮김 / 다산기획 / 2018년 9월
평점 :
빽빽한 도시의 달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찾아보아야 겨우 모습을 드러낸다. 걸음마다 부지런히 쫓아오던 어릴 적 달은 이제 아무리 돌아봐도 그때처럼 쫓아오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 올리면 늘 그곳에 있었는데 이제는 머릿속으로 그려볼 때가 많다. 아파트 옥상 뒤편에서 노르스름한 빛으로 존재할 때가 더 많게 느껴진다. 창문을 열면 둥그렇고 인자하게 늘 눈을 맞춰주던 달이었는데.
CITY MOON. 원제보다 조금 더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국내 번역판의 제목은 ‘달빛 산책’.
유년기와 가족애,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그려낸 그림책에 시상하는 에즈라 잭 키츠 상을 받은 이 책은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엄마와 아이는 어둠이 내린 시각, 저녁을 먹고 양치질까지 마친 후 외출준비를 한다. 이제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외출을 한다니 의아해진다. 엄마와 아이는 어둠이 내린 거리를 걷는다. 바로 밤 산책을 나선 것이다. 아이는 높은 건물들 사이로 달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참새처럼 재잘대며 별과 달에 관한 질문들을 쏟아내면 엄마는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호기심 많은 아이에게 다정한 자연의 정답을 들려준다. 그러다 궁금해진 아이가 묻는다.
‘엄마 왜 사람들은 달을 보지 않아?’
책의 모든 페이지에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것으로 추측되는 거대한 도시의 밤은 분주하다. 자전거를 타고 바쁘게 가는 사람,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 상점에서 무언가를 사고, 파는 사람들. 밤의 색은 점점 더 깊어지고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다. 반짝이는 도시의 빛은 감탄스러운 야경을 만들어내지만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어둠을 즐길 여유는 가져가 버렸다. 집'안'에서 불을 꺼도 집'밖'에서 들어오는 불빛들로 인해 완전한 어둠이 찾아오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모습이다.
잠옷 위에 겉옷을 걸치고 밤에 외출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 감정을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외투 속에 비밀을 감춘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특별한 느낌. 또 하나 쌓이는 추억. 여름밤이면 막대 아이스크림 하나를 물어도 좋겠다. 집으로 되돌아가 다시 한번 양치질하더라도 즐거울 것이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는 아이와 엄마 그 뒤에는 그들을 늘 지켜보는 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