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곰은 모르는 이야기 신나는 새싹 52
구스타보 롤단 지음, 김지애 옮김 / 씨드북(주)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글을 쓰는 아빠곰과 그 글의 첫 번째 독자인 아들 곰의 이야기입니다.
아빠곰은 날마다 글을 씁니다. 글에는 곰의 감수성과 서정성, 그리고 곰의 섬세함을 모두 쏟아부어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제가 딸아이에게 하는 말이랑 너무 비슷했어요. 아이에게 그림도 음악도 글도 결국은 너만의 감성에서 나오는 예술적 결과물이니 네가 평소 느끼는 감정을 기억했다가 그대로 표현해보려고 시선을 잘 작품화 시켜보라고 하거든요. 11살 딸의 귀에 딱지가 앉게 말하지만 귀담아듣는 것 같진 않아요. 어린아이에게 딱 어른의 언어로 말을 했나 봐요.

아무튼 아빠곰은 날마다 그렇게 서정적이며 감성적인 글을 쓰고 아들 곰에게 들려주죠. 11우리 딸처럼 아들 곰은 아빠의 글이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합니다. 바로 잠들어 버릴 정도예요.
그래서 그 꽃같이 섬세한 아빠의 글은 출판사에 늘 출판 거부를 당하고 말죠.
아들 곰이 보기에 그 지루한 글만 아니면 우리 아빠는 정말 멋지고 좋은 아빤데.. 아들 곰이 아빠를 도와주고 싶어 나서기로 하죠. 어떻게 도와주냐고요? 비밀이에요. 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글의 내용이 우리 모녀의 모습 같아서 딸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니 딸도 너무나 공감이 되었는지 낄낄대면서 웃더라고요. 딸아이도 감성적이거나 서정적인 것보다 웹툰이나 재밌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하거든요. 그런 취향의 딸에게 날마다 감성 낭만 서정성을 이야기하던 제가 떠올라 이 책을 읽으며 한참을 미소 지었네요.

아날로그적이고 흔히들 말하는 마이너의 취향을 가진 엄마는 요즘 대세인 웹툰이 유치해 보이기도 하고 캐릭터가 주는 재미를 가볍게 생각했는데, 아들 곰의 시선에 서보니 대중성과 예술성을 조화롭게 끄집어내는 작가가 위너이겠구나 싶어요.
하지만 출판사의 잘 팔리는 책을 출간하겠다는 출판 기준과 달리 아이가 아이만의 시선으로 아빠가 아빠의 시선으로 써낸 이야기가 더 보석 같아요. 그렇게 작가의 취향과 생각이 확실한 데서 오는 결과물이 더 매력적인걸요.

우리는 지금 아름다움의 기준이 다양해진 시대에, 많은 취향이 존중받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언젠가 아빠곰만의 느낌으로 써온 글들이 출판되는 때에 저는 그 책을 사서 책장에 두고두고 읽게 될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아빠곰과 아들 곰의 이야기에서 작가의 딜레마, 대중성과 예술성을 한번 재밌게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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