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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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의 바움가트너는 10년 전 아내를 잃은 일흔의 철학교수다. 그의 삶은 상실 이후 멈추지 않고, 다른 속도와 감각으로 이어진다. 그는 환지통을 앓고 있다. 이 통증은 이 소설에서 잃어버린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감각에 가깝다. 안나는 부재하지만, 기억과 몸의 감각 속에서 계속 남아 있다.


『바움가트너』는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왜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순간들은 사라지고, 우연히 마주친 장면들이 오래 남는지' 생각한다. 기억은 의도적으로 선택되지 않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것은 환지통처럼, 이미 없어진 것들이 여전히 현재를 건드리는 방식이지 않을까.


이 소설에서 상실은 고립으로 끝나지 않는다. 바움가트너는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 속에서만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깊이 연결되었던 한 사람이 사라진 뒤에도, 그 관계의 흔적은 삶을 지탱한다. 『바움가트너』는 상실 이후에도 관계와 기억이 남긴 감각 속에서 시간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기억이 하는 일이 있다면, 사라졌음에도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비의지적 기억’에 의해 증명하는 일이 아닐까? 기억은 예고 없이 도착해 현재의 감각을 흔든다. 아무 의미 없었던 장면들도 우연에 의해 소환되고, 그것은 또 다른 것과 연결된다. 떠난 사람과, 지나간 시간과, 지금의 나를 느슨하게 이어 붙이며 삶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매 순간 기억하게 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읽고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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