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내가 대화할 수 있을까 - 소통 불가능성의 인문학
정희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과 내가 대화할 수 있을까』, 정희진 지음, 창비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지치는 순간은 언제일까. 소통의 불가능성을 마주하고도 대화를 이어가야 할 때, 혹은 그 관계를 쉽게 정리할 수 없을 때가 아닐까. 살아오면서 이런 관계의 어려움을 수없이 경험했지만, 우리는 소통을 중요한 덕목으로 배워온 탓에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곤 한다. 나 역시 관계가 어긋날 때마다 내가 무엇을 잘못 말했는지 돌아보고, 상대의 오해를 풀기 위해 더 설명하고, 내 마음을 정확하게 전달하려 애썼다. 그런데 왜 소통하려는 노력은 늘 내 몫인 것 같았을까. 내가 조금 더 잘 말하면 정말 달라질까.


정희진의 『당신과 내가 대화할 수 있을까』는 이런 질문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간 사이의 소통에는 서로 다른 경험과 위치에서 비롯되는 이해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특히 어떤 사람은 자신의 삶을 설명하지 않아도 사회의 언어가 자신을 대변하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이해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말해야 하는 것이다. 소통은 모두에게 같은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최소한의 소통’이다. 누구와 무엇을 위해 이야기할 것인지 선택하고, 때로는 침묵하거나 설득을 포기하고 대화를 끝낼 수도 있어야 한다. 상대를 반드시 이해시키고 변화시키려 하기보다, 나를 소진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관계와 대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점은 소통의 가능성과 긍정성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소통 때문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소통의 한계를 인정할 때 비로소 서로의 다름을 전제로 한 소통도 가능해질 수 있다. 모든 관계에서 완전한 이해가 가능한 것은 아니며, 어떤 관계에서는 끝내 서로에게 닿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소통의 실패를 온전히 나의 부족함으로 돌리지 않아도 된다. 침묵할 권리, 대화를 끝낼 권리, 상대를 설득하지 않을 권리 역시 나에게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소통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저자가 말하듯 “소통은 자신을 알아가는 공부”이며,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소통에 참여하고 있는 나를,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이다.(86쪽) 누구와 이야기할 것인지, 어디까지 말할 것인지, 언제 멈출 것인지 결정하는 일 역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당신과내가대화할수있을까 #정희진작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서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