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쿠쉬룩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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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림: <쿠쉬룩>




서윤빈 • 서혜듬 • 설재인 • 육선민 • 이혜오 • 천선란 • 최의택 | 열림원

나는 최근 1990년대와 그 이후의 한국 단편소설을 비평과 함께 읽고 나누는 모임을 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은 단편작품이여서 호기로웠다. 단편소설이라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분량만 짧을 뿐인데 말이다. 

열림원에서 출판한 림LIM 젊은 작가 신작 단편집 시리즈 첫 번째 작품, <쿠쉬룩>은 "남겨진 마음 사이를 꿰뚫고 지나가는 일곱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꾸준히 단편작품을 읽어오고 있고, 이번에 만난 <쿠쉬룩>을 읽으며 느낀 것은 단편소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자신을 숨기고 독자로부터 결론을 끌어내게 만드는 것 같다. 또한 단편소설 속 여백이 남기는 여운이 그 여백을 채우고 싶게 한다. 

<쿠쉬룩>의 일곱편의 단편작품들은 다양한 시선들로 생각할 지점들이 많았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내가 너무 과거에 머물러 있었거나. 고전작품들에서 찾는 보편적 가치들과 현대와 미래를 넘나들며 이야기하는 작품의 세계는 또 결이 다른 것 같다. (하지만 또 만나는 지점들이 흥미롭고) 인격AI와 인공지능, 비인간과 공존하는 세계, 현재이기도 근미래이기도 한 이야기 속에서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는 특별했다. 진짜와 가짜의 삶, 과거-현재-미래의 선형적 시간 관념이 깨는 시선 등. 

「쿠쉬룩」은 마인드 업로딩 시스템에서 일하는 엔릴이 신경 네크워크에서 "증발"한 언니를 찾는 이야기다. 여기서 "증발"한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가 선택해서 "각자가 만든 세계"에 갇힌다. 그들의 선택에 사회의 구조적인 것들이 작용했고, 엔릴의 언니는 엔릴을 엄마 대신 돌보는 돌봄의 의무를 가지고 과거에 매여 있는 인물이였다.

"나를 찾으러 여기까지 온 거니? 기특도 해라."
"언니는.... 언니가 아니잖아."
"너는 아직도 거짓을 더 바라는구나."/p.173

"증발한 이들의 삶은 가짜보다 더욱 가짜 같은 진짜였을 수 있다"는 해설의 말이 와닿았다.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시스템과 거기서 자발적이고 의도적으로 증발하는 사람들, 그들의 선택을 어떻게 봐야할까? 그들의 진짜 삶은 어디있는 것일까? 나는 '마인드 업로딩(정신 전송)'이라는 단어부터가 생소했고, 많은 의문점이 생기는 지점이기도 했다. 

그 외 작품 중 인격을 가진 AI 연화 스토리,「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도 흥미롭게 읽었다. 기존의 나의 독서 장르와는 좀 달라서 시선했다.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며 읽을 것 같은 작품은「영의 존재」, 「이십 프로」, 「하나 빼기」이다.

/

인간은 보통 그렇게 생각하나요? 사랑이 틀어지면 상대를 죽여버리고 싶다고?/p.37

"아무도 찾지 않으면 그건 떠난 적도 없는 거야. 그냥 거기 계속 머물러 있는 거지."/p.67

나는 솎는 자인가, 혹은 결국엔 솎아질 자인가./p.98

연이의 한 마디로 우리 아빠는 연이 아빠보다 '낮은' 사람이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별 생각 없이 지나치던 사람들 사이의 높낮이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누가 더 높은 사람인지. 어디가 더 놓은 자리인지. 그렇다면 내 위치는 어디쯤에 이는지./p.132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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