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를 즐겁게 -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를 찾아서
박호순 지음 / 비엠케이(BMK)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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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어를 즐겁게

민속연구가 박호순 지음 ㅣ BmK



최근 EBS에서 방영한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프로그램이 아주 인기가 많았었지요. 방영 전부터 인스타는 물론이고 엄마들 사이에서 꼭 보라는 SNS가 오더라구요.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적정 시기에 배워야할 것들을 습득하지 못하면서 문해력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글을 잘 읽고,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 문해력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바로 '독서'를 하는 것이겠지요. 독서의 중요성을 모르시는 분들은 안계실거예요.

저는 독서는 문해력 향상 뿐 아니라 삶의 질을 바뀌게 해준다고 생각 할 정도로 우리 삶에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꾸준히 책을 읽어오고 있는데요. 함께 읽기도 하고, 같은 책을 따로 함께 읽기도 합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책에 나오는 단어들의 뜻을 물어보더라구요.

그런데 쉬운 단어이지만 그 의미를 잘 이해하도록 정의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북모임을 통해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어휘력'이 부족함을 느꼈지요.

그 찰라 책 <국어를 즐겝게>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어휘 자체만의 뜻 외에도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를 알고 더 재밌있게 접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 나와있는 것들 한가지만이라도 우리 아이에게 재미나게 설명해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작가 박호순님은 오직 우리 주변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는 우리말을 모아 그 어원과 유래를 찾으므로써 우리 학생들이 우리말에 관심을 갖고 흥미를 느끼며 책을 가까이 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양사언 시조의 '태산이 높다 하되'의 내용을 바꾸어 우리 국어와 연관을 지어 시를 쓰셨는데요.

국어가 어려우되 우리나라 말이로다

읽고서 또 읽으면 어려울 리 없건마는

학동은 제 아니 읽고 어렵다만 하더라

읽고 나서 많은 공감과 함께 씁쓸하기도 한 여러가지 감정이 느껴지는 시였습니다. 재밌기도 하구요^^

조금만 이해 안되면 읽기를 멈춰 버리고, 그러다보면 읽는 것을 거부하게 되더라구요.

'읽고서 또 읽으면 어려울 리 없건마는' 새기겠습니다!

<국어를 즐겁게>는 평소에 자주 쓰고, 자주 듣는 단어와 속담들, 그리고 우리 민족의 명절, 역사, 식물과 지명, 교훈까지 총 5장으로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에 대해 알려줍니다. 또 저자의 올바른 우리말에 대한 애정과 쓰임, 생각까지 더해져서 더 의미있고, 재밌었습니다.

p. 13 '얼굴'에 담겨 있는 의미 中

'얼은 합성어로 꼴이나 모양 같은 신체적 의미만을 뜻한다기보다 정신, 넋, 혼, 마음, 생각 같은 정신적인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고 보는 것이 어원적인 면에서도 타당한 분석이라도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얼굴'은 정신, 넋, 혼, 마음, 생각 등을 의미하는 '얼굴과 꼴이나 모양을 뜻하는 '굴'이 합하여 '얼굴(얼골>얼굴-모음저화)'이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p.14 사람들이 화장을 하여 얼굴을 예쁘게 꾸미는 것도 얼굴 관리의 한 방편일 수 있겠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얼굴 관리보다도 내면의 수양을 통해 온유한 성품이 풍겨 나오는 인품이 깃든 얼굴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격하게 공감된 저자의 말이였습니다. 얼굴의 의미를 우리 내면에 간직하고 있고, 그리고 그 내면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외면으로 표현되는데 그것을 가꾸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죠.

p. 25 사랑과 사람 中

어원사전에서는 '사랑은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풀이하였다. 그러니까 '사랑'은 사람과 사람이 상대방의 여러 상황을 깊이 생각하고 헤아리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일 것 이다.

p.26 국어사전과 어원사전에 의하면, '사람'의 어원은 살(명사로, 사람이나 동물의 뼈를 싸고 있는 부드러운 물질)+암(접미사)'이 합하여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p.27 결론적으로 볼 때, 어원사전에서는 '愛(사랑 애)'와 思(생각 사)'의 두 뜻을 포함하고 있는 '사랑'과 '사람'은 같은 동원어(同原語: 뿌리가 같은 말)라고 하면서, 사랑은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정리하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사랑하는 것일나다. (...생략)

'사랑'이란 '사람'이란 글자에서 'ㅁ'을 떼어다가 모난 곳을 지극한 정성으로 갈고닦아 'ㅇ'만든 다음, 떼어낸 글자에 다시 끼워넣어 주는 그 과정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한번 생각해 보았다.


'사랑과 사람'에 어원과 유래에 대한 글을 마무리하며 저자가 쓴 부분이 너무 재밌기도 하고, 위트 넘쳐서 아이와 모르는 단어, 아는 단어도 기억해야하는 단어들은 이렇게 대화를 나눠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려면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겠지요?

p.31 말은 고백이 아니면 맹세이다 中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마음과 티 없이 맑은 소리로 가장 사랑하는 대상을 향하여 처음으로 부를 때 나오는 아기의 소리를 어원으로 하는 '말'은 우리 삶의 세상을 밝힐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람됨도 바로 이 말을 통해서 형성된다고 하겠다. 또한 사람이 말을 습득하는 것은 서로 간에 의사 전달의 수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말을 통해서 사람됨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위에 내용 외에도 '한참'이란 몇 시간 정도일까?, '완전'이라는 말의 쓰임과 올바른 사용에 대한 이야기 등등 유익하고,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답니다.



우리 나라 속담에 대한 어원과 유래도 참 재밌었는데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속담은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쓰고, 듣는 속담이지요.

씻나락은 볍씨(종자로 쓸 벼)를 의미하는데, '씨(종자)'와 '나락(벼)'이 합하여 만들어진 경상도 방언이라고 합니다. 씻나락은 한해 농사를 끝내고 거두어들인 벼 중에서 가장 튼실하게 여문 알곡만을 골라 명년 농사의 종자로 쓰기 위해 선별해 놓은 볍씨인데, 이것은 농부들에게는 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가보 중의 가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함께 쓰여있는데요. 그 내용이 참 재미있습니다.

한 소심한 농부가 있었는데 귀한 씻나락(볍씨)를 곳간 깊숙이 넣어두고는 씻나락을 귀신이 까먹지나 않을까 늘 근심에 쌓여 있었다고 합니다. 노인은 북풍이 몰아치는 한 겨울, 겨울바람에 곳간 문이 흔들어 댈때, 잠을 못자고 밤새 걱정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고 하는데요. "귀신이 곳간에 있는 씻나락을 까먹나보다. 귀신이 우리 씻나락을 까먹나 보다...' 농부는 밤이면 밤마다 꿍얼댔고, 그걸 매일 밤 참고, 참았던 할머니가 한 마디 하셨답니다.

"(그) 귀신 씻나락 까먹는(다는) 소리 그만 좀 하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상대방이 알아듣지도 못하게 혼자 중얼대는 것을 일러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하였다고 하네요.

우리 아이들이 속담도 이렇게 재미나게 배울 수 있다면 우리말은 참 재밌고, 더 알아가고 싶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해 첫날을 '설(설날)'이라고 한 이유를 알고 계신가요?

우리 나라의 대명절인 설날을 40년이 넘게 지내오면서 모르고 지냈다는 사실이 조금 부끄럽기도 하더라구요. 설날이 돌아오면 아이에게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이팝나무

p.200 이팝나무는 일쌀밥나무

봄이 되어 나무에 꽃이 만발하면 흰쌀밥으로 온통 나무를 뒤덮은 것처럼 보여서 이팝나무(이밥나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팝나무로 그해 농사이 풍흉을 점치기도 하였다는데 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하여 이 이팝나무를 신성한 나무로 섬기기도 하였다 한다.

그리고 이팝나무에 관련한 이야기 세 가지가 나옵니다.

저는 이팝나무를 참 좋아하는데요. 거리 곳곳에 펴있는 하얀 꽃이 흩날리면 그렇게 예쁠수가 없더라구요.

그 모습만으로 좋아했었는데 이팝나무에 관한 옛이야기를 들으니 이팝나무가 새롭게 느껴집니다.

가난하고 쌀밥이 귀한 시절 우리 조상들의 삶을 생각하니 이제 이팝나무를 보면 지금 내가 배불린 먹는 밥이 생각나며 감사한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뿌리깊은 국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국어를 즐겁게> 책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말을 더 깊이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말들의 어원과 유래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구요. 두고 두고 꺼내봐야하는 사전같은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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