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두고 틈날때마다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아이는 언제나 옳다 - 늘 뒤돌아서서 후회하는 부모를 위해
천근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2월

오랜만에 펼쳐 든 육아서 "아이는 언제나 옳다"

정신과 의사들의 책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말인듯하다.

아이의 모든 반응은 이상행동은 부모의 영향이고 그 부모 또한 자신의 부모의 영향 아래 그렇게 되었다는.

그렇게 늘 반복되는 듯하지만 육아서를 꾸준히 읽는 이유는...

육아서는 나에겐 각성제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이에게 부쩍 자주 짜증을 내고 버럭! 화를 내고 잠시 뒤 '미안한다 사랑한다'하며 안아주고 있는 내 모습.

무슨 소지섭도 아니고 순간 화는 내면 낼수록 그 강도가 커지고 빈도가 잦아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마치 잠언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짧은 에세이들의 모음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한자리에 앉아서 정독할 필요도 없는 듯하다.

그냥 나처럼 육아의 각성제용으로 틈틈히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리기위해 읽기에 딱 좋은 것 같다.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라고 적혀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없어서 좀 아쉽고

정신과 의사들의 책 특유의 다소 강한 사례가 없어서 자극이 좀 덜하지만

읽는 동안 '그래, 맞아맞아, 그래야지, 오늘은 이렇게 해보자'라며 맞장구 칠 수 있는 그런 편한 책!

책을 읽는 동안 꼬깃꼬깃 접어두었던 문장들 살짜쿵 옮겨두었다가 틈틈히 읽고 상기시켜야지.

- 완벽함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좀 편해집니다.

('이 아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가 부모로서 절대 도약하지 못했을 텐데'하고 생각을 바꿔보세요)

- 아이를 무한 신뢰한다는 건 '부모가 나를 정말 기쁘게 여기는구나',

 '내 존재만으로도 이렇게 부모가 행복하구나'하고 느끼도록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봐주는 것.

- 아이들은 나쁜 일을 잘 기억한다.

: 열 번을 참다가 한 번 크게 화를 내면 아이는 그 한 번을 깊이 간직하고 몸으로 기억한다고하니 에효... 지우개 없을까???

- 그릇이 큰 아이로 만드는 방법 :

1) 아이의 사소한 이야기를 존중하되 부모 스스로는 소소한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

2) 좌절 감내력을 길러주며 아이가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들여다보도록 훈련을 시켜주는 것

3) 타인을 배려하는 것에 대한 가치와 만족감을 일깨워주는 것

- 양육의 세 가지 원칙은 반응성, 민감성, 그리고 일관성!

: 예측가능한 부모, 분명한 원칙과 색깔이 있는 부모는 자식의 신뢰를 기반으로 권위를 지니게 됨.

- 제발 아이들에게 다 큰 어른도 가지기 힘든 의연함을 강요하지 마세요.  - 그러게...

- 아이를 혼낼때는 부모가 혼내는 연습을 하고 혼낼것... : 요즘 너무 버럭거렸다 ㅠㅠ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혼내는 연습을 하고 혼내는 것.

신랑과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너무 버럭한다며 그래서 아들에게 미안하다고했더니 한창 혼날때라는 신랑.

그러면서 알려주는 본인의 노하우는...

일단 혼낼 일이 있음 "손들어"라고 한다고 한다.

그럼 손들고있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어느새 화가 누그러진다고하는데 나도 따라해봐야지!

번뜩이는 재치가 가득, 역시 모 윌렘스에요!

골디락스와 공룡 세마리 ㅣ 살림어린이 그림책 29
모 윌렘스 글.그림, 정미영 옮김 / 살림어린이 / 2013년 9월

비둘기 시리즈와 꼬므 토끼로 칼데콧 아너 상을 세번이나 수상한 작가 모 윌렘스.
하지만 저희 집에서는 코끼리와 꿀꿀이 시리즈가 더 많은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유머스러우면서도 따뜻한 대사처리,
그리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간략하면서도 생동감있는 묘사덕분이랍니다.
이번에 새로 만나 본 책 '골디락스와 공룡 세마리'는 어느새 코끼리와 꿀꿀이의 인기를 넘어서려고 하는데요,
왠지 익숙한 제목, 그런데 낯선듯한 이 느낌.
바로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를 패러디한 그림책이에요.
별이는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이야기는 모르지만
역시 같은 작품을 모티브로 한 앤서니 브라운의 '나와 너'를 좋아한담니다.
그래서 그 책과는 또다른 반전이 있는 '골디락스와 공룡 세마리'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담니다.

이 책은 표지부터 간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정말 어느 한 페이지도 소홀히 넘길 수가 없었어요.
간지의 모습이에요. '골디락스와 얼룩말 세 마리, 골디락스와 개 세 마리...'등 등엔 모두 엑스표시로 그어져있네요.
그럼 뭐??? 바로 "골디락스와 공룡 세 마리!!! "

먼저 간단한 인물 소개가 있겠어요.
아빠 공룡, 엄마 공룡 그리고 노르웨이에서 온 공룡.
오잉? 아기 공룡이 아니고 노르웨이에서 온 공룡이라고해요.
엄마는 혼자 생각합니다... 이 공룡은 입양된 걸까?
아들은 질문합니다. "엄마, 엄마 아빠 공룡은 코에 뿔이 없는데 아기 공룡은 뿔이 있어요. 이상하다, 그쵸?"
어찌 구성된 집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렇게 세 마리 공룡이 살았다고해요.

어느 날 공룡들은 온도가 모두 다른 맛난 초콜릿 푸딩 세 그릇을 만들었어요.
"무슨 속셈이 있는 건 아니었어"
"열린 문으로 먹음직스런 아이가 들어오지 말아야 할 텐데"
이 글을 읽으면 아이는 바로 대꾸하죠.
"어? 들어올텐데... "
4살 별이는 아직 공룡들의 음흉한 작전에 대해 속내는 모르고 그들의 작전을 열렬히 응원하더라구요.

드디어 주인공 골디락스 등장!
이 소녀를 보면서 모윌렘스의 토끼 시리즈 주인공 트릭시가 떠오르더라구요.
동그랗고 큰 눈과 노란색 단발머리. 닮아있지않나요?
무튼 골디락스는 커다란 낯선 집으로 성큼 성큼 걸어들어가요.
한 페이지 페이지마다 숨겨놓은 듯한 깨알같은 재미, "환영합니다(히히!)"라는 매트.
아이는 이 글을 읽어주니 자꾸만 읽어달라며 공룡 빙의되어 좋아라하더라구요.

앗! 초콜릿 푸딩 냄새~
"누가 일부러 갖다 놓은 건 절대 아니야"
이런 표현들이 글을 더욱 더 재미나게 만들죠?
그런데 모 윌렘스 그림책의 재미는 재치있는 글솜씨뿐 아니라 인물들의 표정일거에요.
초콜릿 푸딩냄새에 황홀경에 빠진듯한 모습, 사다리를 발견하고 기쁜 모습, 챙취하기 위해 입맛다시며 올라가는 모습.
정말 다양한 표정변화를 한 페이지에서 보며 엄마는 키득키득, 아이는 함께 군침을 흘립니다.

아~ 배부른 골디락스.
공룡식 표현으론 '땡글땡글-꼬마-초콜릿-사탕'이 된 골디락스에겐 휴식이 필요해요.
그런데! 어~ 이상해요.
분명 골디락스가 알고있는 곰의 집에선 세번째 아기의자는 낮아야하는데 "너무너무 높았어"
요소 요소마다 나타나는 반전은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네요.

앗! 드디어 골디락스가 깨달았어요.
"이런.... 여긴 곰 세 마리 집이 아니라 공룡의 집이야!"
그리곤 잽싸게 뒷문으로 도망쳐버린 골디락스.
매트에 적힌 '발톱을 깨끗이 닦으시오'를 보면서 전 공룡들이 초콜릿 발자국을 따라 갈거라 생각했다지요.

군침을 흘리며 뛰쳐들어 온 공룡 세 마리!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지"
이런... 우리 공룡 세 마리는 이제 뭘 먹어야하죠? 초콜릿 푸딩도 꼬마도 놓쳐버렸네요^^
그림 속 공룡네 소품들도 눈에 쏙쏙 들어오죠?
공룡 스탠드 옆에 위치한 건 비둘기? 네~ 바로 모 윌렘스의 비둘기시리지의 주인공이죠.
뒤에 걸린 액자들까지 하나 하나 찾아보면 웃음이 가득한 그림이에요.

요건 마지막 페이지에요.
"공룡이 배운 것 : 뒷문을 꼭 잠글 것!"
하지만 이 앞 페이지엔 곰 세 마리네 집을 방문하는 골디락스와 교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답니다^^

전래동화의 포맷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중간 중간에 숨겨둔 반전포인트들,
공룡의 속마음을 읽어주는 듯한 나레이션,
등장인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연기와 페이지마다 보이는 재미난 소품들.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역시 모 윌렘스야!'를 외치게 만드는 책이랍니다.

한 편의 가족드라마를 통해 촌수와 호칭을 배워요

왕할머니는 100살 - 촌수와 호칭 ㅣ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17
이규희 글, 신민재 그림 / 책읽는곰 / 2013년 11월

책읽는 곰의 우리문화그림책 17번째 이야기 "왕할머니는 100살"은 촌수와 호칭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작년과 올해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회갑연이 있었고 주인공 아이의 이름이 아이의 태명과 같아서 더 눈길이 갔던 책인데요,

왕할머니의 100살 생일파티를 별이의 시선으로 들려주며 가족의 촌수와 호칭에 대해서 자연스레 익힐 수 있는 책이었어요.

이쁘진 않지만 사실적인 표현의 그림들, 다양하게 구성된 가족의 모습과 그들의 대화를 보면서

마치 화목한 가족드라마를 보고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웃음과 사랑으로 가득한 '김을순 여사님의 백세잔치'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별이네 집은 3대가 함께 살고있는데요 별이는 그 중 왕할머니랑 가장 친한듯해요.

막대 사탕, 분홍색, 노래부르기, 귀고리랑 목걸이 등을 좋아하는 등 닮은 점이 참 많거든요.

별이의 꽃반지를 탐내시는 할머니의 표정과 절대 드릴 수 없다는 별이의 표정!

너무 귀여우면서도 사실감있게 표현된듯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던 장면이랍니다.

그런데 글쎄 왕할머니는 열흘 뒤면 100살이 된다고해요.

"백 살이래, 백 살! 왕할머니 진짜 진짜 멋지다. 생일도 백 번, 어린이날도 백 번, 크리스마스도 백 번!"

정말 일곱살 어린이의 생각이 그대로 느껴지죠?

어른인 저는 100살하면 '와~ 정말 장수하셨구나'하는 생각이 먼저드는데

별이에게는 백 번의 선물들이 먼저 떠올라서 부러움이 먼저 드나봐요^^

그나저나 선물을 준비해야할텐데 뭘로 하면 좋을까요?

그 날부터 별이는 왕할머니를 관찰하기 시작해요. 왕할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는 건 뭘까요?

생일파티를 하루 앞두고 친척들이 하나 둘 씩 별이네 집으로 오는데요,

붕어빵처럼 닮은 작은아빠와 작은엄마, 그리고 사촌동생 달이와 온이,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시는 큰고모부와 큰고모, 그리고 고종사촌오빠인 정우오빠,

영국에서 오신 코삐쭉이 손녀사위인 작은 고모부와 작은 고모, 그리고 인형같은 아기 피터까지!

요즘 외국인과 결혼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그림책을 통해서 접하면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그동안 국내작가들의 그림책에선 장애우라던지 다문화에 대한 접근이 부족해서 아쉬웠는데 너무 반가운 페이지였어요.

모두 잠 든 밤, 왕할머니는 왕할아버지의 사진을 보고계시네요.

그 모습을 보고 별이는 드디어 결정했담니다. 왕할머니의 생신선물을 말이죠^^

그런데 방 한켠에서 자고있는 달이와 온이의 모습.

저희 집 형제들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어서 혼자서 배꼽잡았어요.

평소엔 안 친하면서 잘 때는 이리저리 뒹굴면서 엉켜서 자는 모습이죠^^

드디어 왕할머니의 백세 생신파티가 열리는 날이 되었어요.

고모할머니들과 당숙들도 모두 오시고 왕할머니는 연분홍 저고리에 진빨강 치마를 입고 족두리를 쓰고 곱게 화장을 하셨담니다.

전형적인 회갑연의 잔치상 모습이죠? 과자와 사탕 탑이 쌓여있는 모습이 새삼 반가웠담니다.

촛불을 끄신 왕할머니이 소원은요?

"백한 살 생일엔 분홍 드레스 입게 해 달라고 빌었지!"

나이가 들면 아기가 되기도 하지만 이렇게 여유로운 유머를 자연스레 구사하게 되는건가봐요^^

참, 별이의 선물은요?

왕할아버지와 함께 계신 왕할머니를 그린 그림카드와 할머니의 애창곡을 부르는 거였담니다.



책을 읽는 동안 자주 나오는 표현 중 왕할머니가 호물호물 웃으신다는 문장이 있어요.

'호물호물'은 이가 빠진 입으로 음식을 씹는 모양이란 뜻이라는데요, 왕할머니의 웃음소리를 표현하는데 정말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더라구요.

마지막 페이지엔 이렇게 별이와 함께 배워보는 '촌수와 호칭 이야기'가 나와있담니다.

저도 사실 당숙이나 당숙모, 재종형제라는 표현은 어색한데요, 아이와 함께 아이를 중심으로 선을 따라가며 찾아보았어요.

부록으로 들어있는 '우리 가족 수첩'이에요.

이름과 생일, 하는 일, 좋아하는 것 뿐 아니라 나와의 관계/촌수를 기록하게 되어있어요.

아이가 좀 더 크면 '특징'부분을 적을 때 재미난 표현들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직은 책장 저편에 보관하고 있담니다.

직접 책을 만들어보면 더 기억에 오래도록 남잖아요?

자주 만나지않아서 더 어색한 친척들의 얼굴과 호칭을 기록한 수첩을 직접 만들어놓고 앨범보듯 펼쳐보면 조금은 더 친숙해지겠죠?

반려동물과 친구가 되어요~

찰리가 할아버지를 만난 날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2
에이미 헤스트 글, 홍연미 옮김, 헬린 옥슨버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11월

아~ 할아버지께 편지를 쓰는 헨리의 모습이에요.

왠지 영상통화를 해야할 것 같은데 편지로 찰리의 이야기를 전하며 보러오라고하는 부분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이 느껴져서 좋았담니다.

할아버지 역시 찰리에게 답장을 쓰시는데요,

갑자기 아이들이 글을 배우고 쓰기 시작하면 조부모님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식으로 연습을 하면 아이들이 더욱 더 재미를 붙인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담니다.

물론, 우리 헨리는 그런 경우는 아닌듯하지만요^^

참, 이 편지를 읽으면서 혼자서 살포시 웃게되는 문구가 있었어요. 바로,
"찰리는 제 방에서 같이 자요"라는 부분인데요 전작에서 부모님이 찰리는 부엌에서 자야한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찰리가 온 첫날 밤"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 문장을 보시면서 '아하! ㅋㅋㅋ' 하셨을 듯해요^^

드디어 할아버지가 오시기로 한 일요일이에요.

큰 가방을 들고오실테니 미리 썰매를 준비해가는 작은 꼬마 헨리의 배려가 따뜻하게 전해졌는데요,

눈밭에서 폴짝 폴짝 뛰어다니는 찰리도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한껏 기대하고 있는 듯해요.

"그건 우리만의 암호에요"라는 헨리의 설명.

전작에서 보면 찰리와 헨리가 눈내리는 날 만났는데 아직 눈이 내리는 계절,

그들의 만남이 그리 오래되지않은 것 같은데 암호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네요^^

오랜 기다림 끝에 할아버지가 오셨어요.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계신 할아버지와 찰리와 함께 손을 흔들고 있는 헨리의 모습,

그리고 따로 그려진 찰리의 기쁜 듯한 모습이 읽는 동안 웃음을 짓게만든 부분인데요,

이 책은 각 페이지를 마치 액자안에 넣어둔 듯한 깔끔한 프레임을 사용하면서

글이 있는 곳엔 찰리의 모습을 따로 그려두었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이야기를 전해주는 건 헨리지만 이야기의 초점은 찰리에 맞춰져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어요.

드디어 만난 할아버지와 찰리. 찰리의 소개가 끝나고...

"째깍째깍, 시간이 흘러갔어요"

뭔가 반가움의 표시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찰리의 저 사랑스러운 표정, 찰리에겐 꽤나 긴 시간이었을 듯해요.
그런데 우리 할아버지는... 음... 사실 개랑 친구가 되어본적이 없으신 분이래요. 그래서 다소 서먹서먹...

저 완전 공감합니다. 찰리의 '왈!' 소리에 뒷걸음질 치지않은 건 할아버지가 되셔서 노련미가 생기신걸거에요 ㅠㅠ

그런 서먹함과 낯선 감정을 휘~ 없애줄 사건이 생겼으니 바로바로! 할아버지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가버렸담니다.

곧이어 이를 쫒아가는 찰리와 없어져버린 찰리를 찾아다니는 헨리와 할아버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있는 듯한 할아버지의 모습인데요, 할아버지의 초록 모자를 들고 나타난 찰리는 끝까지 모자를 놓치지않았어요.

그리고 그 날 밤!

전작과 마찮가지로 하루동안에 일어났던 에피소드가 그려져있는데요,

글이 있는 페이지에서 편히 잠든 찰리의 모습, 그런데 알고보니 할아버지 바로 옆이었어요^^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고있는 할아버지옆에서 우리 찰리는 단잠을 잤을까요? 아마두요~!



개인적으로 개공포증 수준인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찰리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찰리라면, 나도?'하고 용기를 내볼까 싶기도 하더라구요.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동물인 강아지, 그리고 그 강아지를 반려동물로 받아들이는 헨리의 모습에 이어강아지와 친구가 되는 법을 몰랐던 할아버지와 강아지 찰리의 자연스런 교감이 따뜻하게 전해지는 책이었어요.

세이프게임으로 즐기는 한글놀이

숨바꼭질 ㄱㄴㄷ ㅣ 알이알이 호기심그림책 2
김재영 글.그림 / 현북스 / 2013년 10월

"제2회 앤서니브라운 신인작가 공모전 수상작" 중 하나인 '숨바꼭질 ㄱㄴㄷ'을 만나보았어요.

현북스를 통해서 만나보고 있는 수상작들,

신인작가이기에 새로운 시선이나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아서 늘 기대를 하게 되는데요,

'숨바꼭질 ㄱㄴㄷ'은 한글 자음을 이용한 세이프게임을 보는듯한 기분이 드는

독창성이 돋보이는 책이네요.

저희 형제들은 책이 도착하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세번씩이나 읽어달라고했던 책이었는데요,

곡선보단 유난히 직선이 많은 한글의 자음을 닮은 동물들을 하나씩 찾아볼까요?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어? 누가 숨은 걸까요?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요?

흰 바탕 위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 문장. 왠지 노래로 불러야할 것 같죠?

"보인다, 보여! 노란 바탕에 갈색 점이 보여. 키다리에 목이 긴 너는..."

누군지 아시겠나요?

"길쭉길쭉 기린"

네~ 이건 좀 쉬웠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퀴즈처럼 질문하고 답을 하면서 읽으니 재미가 더해지는 것 같아요.

지는 거 싫어하고 궁금한 건 못참는 아이들의 심리를 알고 있는 걸까요?

책은 이렇게 넓은 바탕과 힌트를 알려주는 듯한 문장,

그리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그 자음이 동물 속에 쏙~! 들어가 숨어있는 모습과 정답과 함께 "기역"이라는 병음이 있어요.

와~ 이런 자음으로도 동물을 만들 수 있는거야?하고 놀랄 정도로 작가의 응용력이 돋보이는 그림들이 많았어요.

아직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에겐 선명한 칼라감이 더욱 더 시선을 사로잡았지요.

각 자음부분은 구멍이 뚫려있어서 아이가 손을 넣어서 따라 써 볼 수도 있담니다^^

마지막 ㅎ(히읗) 호랑이까지 소개되곤 숲 속에 숨어있는 동물들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다시 한 번 숨바꼭질을 하면서 글자들을 찾아볼 수 있게 도와주어요.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선 "이번에는 네가 술래야"라고 하면서 아이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해주네요

책 뒷표지에 보면 QR코드를 찍으면 동영상을 볼 수 있다고 되어있더라구요.

찍어보았더니 블로그로 연결되면서 책의 내용과 그림으로 만든 'ㄱㄴㄷ'동요를 볼 수 있었어요.

동영상을 재생한 모습인데요, 이건 유튜브에서 검색하셔도 보실 수 있담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pcq4ZHU1jZQ

책에 사용된 의성어와 한글 낱말의 조합, 그리고 귀여운 음색의 노래가 어울어져서인지

형제들 박수치고 무한재생하네요.



부록에 보면 책과 함께 놀이할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는데요,

책의 바탕이나 배경에 동물 말고도 자음과 연관된 낱말들이 그림 속에 숨겨져있다고해요.

예를 들면 기린의 경우 배경그림으로 '구름'이 있었네요.

또한 QR코드를 찍으면 동요 애니메이션과 독후활동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으니

함께 활용해도 좋을 듯해요.



개인적으로 'ㄱㄴㄷ'에 관한 책을 몇 권 접했었는데요,

이 책은 기존의 책들과는 조금 다른 포맷을 갖고있는 듯해요.

독자에게 바로 답을 전해주지않고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방식이라던가

'길쭉길쭉 기린', '나풀나풀 나비', 미끌미끌 문어' 등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 표현을 함께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요.

선명한 색감과 다양한 언어자극, 그리고 애니메이션까지 함께하니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너무 좋은 책인데요,

이 책은 각 자음 당 두 장씩 할애하다보니 양장본이지만 두께가 너무 두꺼워요.

재미있기에 술술~ 읽어지지만 책장을 넘길때 반으로 나눠지지않는게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