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른아홉, 처음으로 죽음을 공부했습니다
김진향 지음 / 다반 / 2025년 12월
평점 :

서른아홉, 처음으로 죽음을 공부했습니다. 그동안 죽음은 늘 먼 이야기였습니다.
뉴스 속에서, 남의 이야기 속에서, 혹은 아주 오래된 기억 속에서만 존재했지요.
살아가는 일에 바쁘다는 이유로 끝을 생각하는 일은 괜히 우울해질까 봐,
괜히 불길해질까 봐 의식적으로 피해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부터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왔습니다

30만 인플루언서인 저자는 어 릴 적 키우던 강아지와 병아지가 싸늘하게 식어가던 순간,
장례식장에서 검은 옷을 입고 모여 있던 어른들의 모습, 그리고 갑작스럽게 전해진 친구의 부고 소식을 떠올립니다.
그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아버지의 죽음과 가깝게 지냈던 동생의 부재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더해 1형 당뇨로 인한 합병증, 백내장과 말초신경병증, 그리고 암 전 단계 진단까지. 저자는 서른아홉이 되어서야애써 외면해 왔던 ‘죽음’에 대해 정면으로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이 책은 죽음을 마주한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건너왔는지, 어떤 방식으로 다시 삶을 붙잡았는지를
담담하게 들려줄 것 같았습니다.

서른아홉이라는 나이는 아직 젊다고 말하기도, 이미 충분히 살아봤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시기입니다.
몸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조금씩 느끼면서도 여전히 내일이 당연히 올 거라 믿고 살아가는 나이.
그래서인지 이 책을 지금 이 시기에 만난 것이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읽는 시간만큼은
가볍게 넘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한 문장 한 문장 멈춰가며 죽음을 공부한다는 것이 결국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페이지를 넘기고 있습니다.

저자는 죽음을 공부하며 삶을 배웠고, 삶을 배우며 결국 사랑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학이 죽음을 배우는 일이라면 문학은 죽음을 견디는 일이다”라는 문장은 상실과 병을 통과하며
여전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조용한 응원처럼 다가옵니다. 아직 섣부른 감상은 남겨두지만,
분명한 건 이 책이 나에게 하루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만들 것 같다는 예감입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요즘 이유 없이 삶이 무겁게 느껴지는 분들, 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이 자주 지치는 분들, 잘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분들께. 아직은 죽음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언젠가 한 번쯤, 삶의 방향을 다시 점검해보고 싶은 분들께도요. 죽음을 공부하는 책이지만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소중히 살아보고 싶어지는 기록. 서른아홉의 내가 지금 이 시기에 만나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책입니다. 읽는 동안의 마음과 다 읽고 난 뒤의 생각도 천천히, 차분하게 남겨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