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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분의 사랑 ㅣ 오늘의 젊은 문학 8
박유경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월
평점 :
박유경 작가는 물론, 그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는 것이었는데 '밀도 높은 서사 속 인간의 어두운 면을 그려내는 작가의 세계'와 '모순으로 가득한 현실의 폭압을 버텨내면서도,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하는 꼿꼿한 태도를 잃지 않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라는 설명이 읽는 내내 와닿았던 이야기들이었다.
일곱 편의 단편소설 중에서도 표제작인 <여분의 사랑>을 읽으면서 여운을 많이 느꼈다. '다희'와 '우주'의 사랑이 이미 끝났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떠난 여행에서 이들의 어긋나고 망가진 현실과 관계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소설이라 인상적이었다. 종종 드러나는 우주의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행동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홀로 숙소에서 빠져나오는 다희가 눈에 밟혔다. 건조하고 메마르고 지친 것처럼 보였던 다희가 강아지를 보며 울음을 참고, 우는 강아지를 보며 마음이 아팠고 마음이 아파서 다행이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다희에게 남아있는 여분의 감정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나 역시 마음 아프면서도 좋았다.
마지막에 우주와 숙소 주인 몰래 우주가 데려온 강아지를 데리고 같이 떠나는 다희의 모습을 보면서 이별을 말해온 다희에게도 어쩌면 우주에 대한 여분의 사랑이 남아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와 다희의 관계와 이들의 현실, 함께 떠난 여행에서 '여분의 사랑'이라는 제목이 잘 어울려서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맴돌았다.
끝에 실린 작가의 창작 노트에서 여분의 사랑에 대한 부분 중 우주와 다희에 대한 글이 인상 깊어서 가져와보았다.
"소설 속 우주와 다희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되돌아보면 서늘하고 나쁜 관계였을지라도 관계의 끝에 어떤 사랑이든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은 언제나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