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김지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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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치료사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는 내밀한 언어 수업 기록.

 

언어치료사로서의 수업 내용이 일화처럼 적혀 있어서 건조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따뜻하고 다정해서 뭉클한 마음으로 읽어나갔던 에세이였다.

 

25개의 이야기는 스물다섯 명의 아이와의 만남에 대한 기록이었다. 아이들을 만나는 처음부터 어떤 언어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아이에게 맞는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어떻게 의사 표현을 하고 소통을 하게 되는지 등등 사소한 부분까지 일기처럼 세심하게 기록해놓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언어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말하기에 귀 기울이며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저자에게도 언어치료사로서 성장해나갈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아이와 만나 수업을 하면서 언어치료사로서 느낀 서툶과 어려움을 돌이켜보며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성장 역시 느껴지는 글이었다.

 

이 책은 스물다섯 명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언어치료사의 따뜻하고 애정 어린 마음을 읽을 수 있었는데, 특히 각 이야기의 마지막에 저자가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가 담겨 있었다(!) 아이에게 해주는 말들이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삶에서도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말들이라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저자의 편지를 읽어나가면서 저자의 마음속에 여전히 스물다섯 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뭉클해지기도 했다.

 

언어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수업을 하며 말뿐만 아니라 마음으로도 소통하는 언어치료사의 뜨거운 애정이 느껴지는 에세이, 그의 따스한 마음과 아이들의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에 한 발짝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희아 너는 말하기보다 듣는 걸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런데 혹시 아니?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은 너뿐이야. 보통의 사람들은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해. 정말 그래. 그러니까, 어쩌면 나는 세상과 전혀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세계에 너와 함께 있는 게 더 좋았던 걸지도 몰라. 그래서 그때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돌아가던 길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생생하게 남아 있는 건지도. - P65

우리는 신이 아니다. 인정해. 하지만 우리에게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랑은 자신을 벌주려는 내 안의 전제군주로부터 우리를 구할 수 있어. 누군가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니까 결아, 우리가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길을 찾자. - P154

세상은 지뢰밭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네 이야기를 해주곤 해.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그런 것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즐거운 마음으로 터뜨리고 또 터뜨린다고 그래도 게임은 계속되고 삶도 지속된다는 걸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우리는 그런 사람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이야.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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