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까마귀 - 2023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 2023 ARKO 문학나눔 노란상상 그림책 95
미우 지음 / 노란상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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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깊은 산 속으로 숨어 들어간 날개를 다친 까마귀의 고독한 여정, 그리고 힘찬 날갯짓.

 

날개를 다친 까마귀는 깊고 깊은 산 속으로 숨어 들어가면서 이것저것 풀을 주워 모아 온몸을 꼭꼭 가린다. 어느 누구에게도 눈에 띄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깊은 산에서 낮은 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그 소리는 까맣고 불길한 까마귀라며 숨겨도 다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래 봐야 너는 너야. 새까만 까마귀.”라며 어두우니 어둠 속으로 틀어박혀 지내라고 말한다. 그렇게 괴로운 밤을 보내고 해가 떠오를 무렵, 어느 행인에게서 아름답다는 얘기를 듣는다. 늘 까맣기만 한 게 아니라 하늘빛에 물들어 다채롭게 빛날 수 있다고.

 

사나운 눈을 가진 까마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날카롭게 길게 뻗은 부리만큼 날이 서 있는 눈빛은 모두가 꺼리고 피하는 까마귀의 적대적인 모습처럼 보이지만, 읽을수록 그 모습에서 오히려 고독하고 여린 면모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까마귀의 검은색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인상을 깨지게 만드는 거 같달까. 까마귀라는 존재에 대한 외적으로 느껴지는 거리감이 이 그림책을 읽으면 그저 선입견이었다는 것을, 외면을 넘어서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깨닫게 만든다.

 

깊은 산에서 들려오는 낮은 소리는 그동안 사람들이 가졌던 까마귀에 대한 인상 같기도 하고, 까마귀 스스로 그러한 삶을 살아오면서 자존감이 깎여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까마귀를 보면서, 산에서 몸을 숨기려고 애쓰는 까마귀가 마치 이불 속에 혹은 방으로 숨어드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타인에게 외면을 지적받아 상처를 받은 우리의 모습을 까마귀에 투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제목은 단순하지만 참 잘 지었다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는 까마귀>. 더 이상 너는 까마귀야.”라는 부정적인 목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눈을 감는 게 아닌, “나는 까마귀야.”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받아들이며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그리고 맨 뒤의 면지에 가닿는 순간 그림책은 본문뿐만 아니라 면지까지 이야기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까맣기만 한 게 아니라 하늘빛에 물들어 다채롭게 빛날 수 있다는 말처럼, 까만 까마귀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색을 가지게 된 까마귀의 모습을 맨 뒤의 무지갯빛 면지로 표현한 것만 같아서 좋았다.

 

그렇게 맨 뒤의 면지가 눈앞을 가득 채우는 순간, 더 이상 새까만 까마귀가 떠오르지 않았다. 까맣기만 한 게 아니라 얼마든지 다채롭게 빛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금빛, 자줏빛, 비췻빛 까마귀…… 그리고 새까만 까마귀. 그 모두가 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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