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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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소설 쓰기가 삶이 되어버린 현직 작가 23인의 소설 생활 에세이.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소설 쓰기를 위한 작업루틴이 생긴 일화, 등단 이전과 등단 이후의 삶, 사랑하는 작가에 대하여, 소설을 쓰면서 번아웃을 겪었을 때, 소설을 쓰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글쓰기의 존재란 무엇인가, 소설을 쓰기 위한 낙서, 작가의 말에 대하여, 소설을 쓰는 자리에 대하여…… 등등. 소설가의 인생과 일상에 대하여 자유로운 형식으로 담백하게 이야기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 제목 페이지의 뒷장에 배치된 사진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맨 앞에 일러두기에 따르면 전부 해달 글의 작가들이 직접 제공한 사진이었다. ‘작가들의 실제 작업실 풍경을 비롯해 글을 쓸 때나 쓰기 전에 자주 찾고 머물던 공간들, 글을 쓰는 데 영감을 준 사물 등 소설 쓰기와 관련된 다양한 이미지들을 수록했다는 말처럼 흑백 사진이 한 장씩 담겨 있었다. 대부분 작업실, 작업 공간에 대한 사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내부 디자인이 별로 없는 가운데, 유일하게 소설 생각을 담은 에세이답게 만드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기 전에 소설가의 일상을 좀 더 체감하며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라 인상적이었다.

 

23개의 소제목들 중에서 왜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가 표제목이 되었을까?

해당 제목으로 글을 쓴 오한기 작가는 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3억 원을 달성했다는 선배의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나도 소설 쓰기를 그만두고 스마트스토어 사업을 하기로 결심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게 된다. 스마트스토어의 상세페이지 입력을 하는 것보다 소설을 쓰는 것이 훨씬 즐겁고 의미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은 이렇게 끝난다.

 

따지고 보면 나는 3억 대신 소설을 택한 셈이다. 그런데 내가 소설을 썼을 때 이익은 얼마일까? 순수하게 나에게 남는 건 뭘까? 과연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pp. 90-91)

 

이에 대한 답을 이어나가진 않지만, 읽으면서 오한기 작가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적으로 남는 것이 없더라도 이들의 마음에, 일상에, 인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만큼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고 읽으면서 나는 다른 삶을 꿈꿀 수 있습니다. 계속하여, 꿈을 꿀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처럼.

 

그래서 계속 소설을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책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

#작가정신 #작가정신서포터즈 #작정단10기


그러나 이제는 안다. 식사를 미루지 않듯 운동을 미루지 않아야만 한 줄이라도 더 쓸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예전보다 더 소설 쓰기를 사랑하고, 그보다 더 소설을 기다리지 않는다. 지금 나는 영감을 찾아 나서지 않고 다만 묵묵하게 책상 앞에 앉아서 일을 하는 사람의 모습에 좀 더 가까워졌다. - P46

볼라뇨의 밤 행사에서 마지막으로 연 폴더는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왜 아이스크림이고 왜 볼라뇨인지 설명할 자신은 없고 그냥 간단히 정리하면 문학이고 뭐고 아이스크림이나 먹죠 뭐 같은 건데 사실 나는 문학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나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대로 좋지만 말이다. - P57

다만 요즘 나는 소설을 쓰는 내 모습을 떠올린다. 그 상상 속에서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약간은 과장되게 어깨를 들썩이면서. 도대체 나는 무엇을 쓰고 있는 걸까? 상상 속의 내가 쓰는 글이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다. 그래도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은 즐겁다. 무엇이 즐거우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도리가 없지만 이런 즐거운 상상을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는 한 편의 소설을 다시 쓸 수 있게 되리라.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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