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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평점 :
절판
듀나의 책을 읽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듀나의 초기 단편부터 중편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 열세 편이 실려있는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먼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골랐다.
두세 페이지의 짧은 소설부터 단편, 중편까지 각 작품의 분량부터 다채로운 이 책은 90년대와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부터 세조 시절을 배경으로 한 소설, 지구와는 다른 행성을 배경으로 하여 미래의 인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까지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어서 한 편씩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초반에 배치해둔 짧은 소설이 이 책의 신비로운 세계관 속으로 빠져들기에 딱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을지로 지하도에서 특정 시간대에 동전을 던지자 어느 순간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는 동전 마술이라던가, 갑자기 남자친구와 남편의 머리 위에 생긴 물음표가 생기는 상황이라던가… 이국적인 배경이 아니더라도 현실 속에 이러한 환상을 그려내는 소설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다 읽고 나서 놀라웠던 것은 2011년에 발표된 책의 10주년 개정판이라는 것과 그만큼 수록된 소설들이 최소 10년 전에 쓰였다는 것이었다! 98년작도 있다는 것(!) 참신하고 신비롭게 느껴졌던 소설의 배경과 설정들이 과거에 쓰였다는 것. 읽으면서 올드한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묘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