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 모음 2022.여름 - 53호
자음과모음 편집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을 자신의 삶에서 다양한 형태로 펼쳐나가는 열세 명의 필자의 글이 담긴 계간지.

 

그림책을 중심으로 한 열세 편의 글을 시작으로, 시인과 소설가의 작품부터 네 명의 과학자의 글이 담긴 <기록과학자의 마음>과 비평적 대화를 메일로 주고받는 형식의 글 두 편이 담긴 <크리티카매일메일>까지. 다채롭고 흥미로운, 제법 진지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고, 유익하기도 했다. 오로지 문예지에서만 볼 수 있는 알찬 구성이라서 읽는 내내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시와 소설보다도, 여름호의 핵심 기획인 그림책에 관한 열세 편의 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림책테라피스트부터 그림책보다연구소를 운영하는 연구자, 그림책 작가와 번역자, 평론가 등등 다양한 모습을 한 그림책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그림책의 열세 가지 매력이 담겨있었다.

 

그림책이라는 장르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부터 안데르센상을 심사하는 과정을 기록한 글, 그림책을 만드는 의미에 대한 글,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을 분석하는 글 등등…… 그림책이라는 하나의 주제만으로도 이렇게나 다 다른, 흥미로운 지점들을 포착하고 알아갈 수 있는 지면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읽는 내내 참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림책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림책이라는 주제를 보고 이번호를 고른 독자라면, 나처럼 그림책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다 읽은 후 그림책이라는 세계에 한 발짝 내디뎌보았구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문예지라는 특성상 여러 시인과 소설가의 작품을 한 번에 많이 접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수상작품의 심사평과 수상소감을 읽어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특히 여름호답게 <2022 여름의 시소>에 대한 파트도 눈에 띄었는데, 선정된 작품은 수록되어있지 않았지만 선정과정과 선정작가의 인터뷰가 수록되어있어 읽어보며 다음에 나올 시소 두 번째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아이는 맑고 또렷하다. 내가 그림책에 원하는 것은 실은, 세계의 불가능한 명료성에 대한 나의 갈증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하고 명쾌하고 가닿을 수 없는 어떤 정수.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경이로운 세계, 그 생의 초반을 온몸으로 부딪쳐서 살아내는 어린이라는 존재에 경의를 표한다. ‘너는 중요하다’라고 말만 하면서 정작 어린이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이 세계에서, 오로지 그들을 향해 열린 매체가 있다는 사실이 위안을 준다. 나는 그림책을 만든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한다. 온 마음으로 집중하여 손끝, 발끝에서 짜릿하게 이 기쁨이 다 뻗어나가도록 자유롭게 그린다. 그게 이 그림책을 볼 어린이에 대한 나의 경외를 담는 방식이다. - P64

그는 훗날 이렇게 썼습니다. "전혀 용감하지도 씩씩하지도 못한 내가 타고난 일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강력하고, 사람의 기운을 붇돋우는 유화가 아니라, 소박한 그림책 그리기다. 그 보드라운 그림책을 본 아이가 커서도 잊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다가, 삶이 슬프거나 절망적일 때에 그 그림책의 보드라운 세계를 조금이라도 되새겨보며 마음을 달랠 수 있으면 한다. 그것이 내가 여러분에게 드릴 수 있는 보답이자, 사는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치히로는 어린이와 어린이의 행복에 대해 늘 생각했습니다. - P1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